얼마전에 모과 한 개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모과를 갖고 온 분은 예쁘게 생긴 모과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늦게 가서 이것 밖에 없었다며 오히려 미안해했습니다.
참 묘하게도 이 각도에서 보면 못생긴 늙은 사람의 얼굴 같아 보였습니다.
움푹파인 눈, 뭉텅한 코, 돌아간 입, 쑥 들어간 볼에는 검은 반점과 검버섯이 피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묘한 힘이 있습니다. 나를 끌어당기는...
저는 식탁에 두고 차를 마실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만 모과를 바라본 게 아니었나 봅니다. 모과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차를 마시다 "너는 누구니?'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 너는 누구니?' 모과도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나는 누굴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끙끙거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앞두고 단톡방에서만 만나던 회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제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 전 남자인 줄 알았어요."
하는 것입니다. 문협에 처음으로 갔던 날도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제 이름이 남자이름 같아서입니다. 0 창열
. 개그맨인지 가수인지도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나는?
나는 여자입니다.
문득 모과가 내 미래의 모습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모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향기를 머금고 있는 그런 여자이고 싶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래도 이게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누구일까?
첫댓글 망고님이 모과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네요.
모과야 대답 좀 해 주렴!
모과가 도로 제게 물었어요.
그래서 요즘 내가 누군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망고 님은 사물과도 말을 잘 하고 계시는군요!
좋은 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과 소재로 만들어진 시가 많은데...
생각나는 동시가 있어 다시 음미하고자 올려 봅니다.
모과
김현숙
하느님이
물었지
얼굴을 가질래?
향기를 가질래?
난
향기를
가지기로 했어
자,
맡아 봐
내 향기!
여우별님. 고마워요.
하느님이 제게 물어도
저도 그렇게 답할래요.
모과를 보고 세번 놀란다죠. ㅎㅎ
첫째, 못 생겨서 놀라고
둘째, 향기에 취해 놀라고
셋째, 그 효능에 놀라고...
그 사람만의 모과향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도 모과 세 개 썩어갑니다.^^
다완님.
세 번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가 진해지고.겉이 찐득거리던데요 그 시간이 더 지나면 썩게 되나봐요.
모과로 시 써 보세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쥐불놀이님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나를 업어줄 때 엄마의 등에서 맡았던 땀내음이 훅....
전 그 냄새를 엄마의 향기라고 고집부리고 싶어요.
@망고 망고 님, 고맙습니다.
올리신 이미지를 보는데 모과가 시 한 편 제게 안겨주네요. 고이 받들겠습니다.^^
@쥐불놀이 모과시 다 써서 꼭 올려주세요.
기대됩니다.
저는 산문 한 편 쓰고 있다가 콱 막혀있었는데
쥐불놀이님 시 보고 막혔던 게 뚫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모과도 선생님이 궁금하지 않을까요.
떨어져 버려질지 모르는 모과일지도 모르는데
따뜻한 집에와서 예쁜 대접을 받고 있으니까요.
모과를 보면서 잠시 사색을 즐기셨군요.
하얀천사님. 그럴거에요.
저보고 '너는 누구니?' 하고 물었거든요.
모과가 하얀천사님처럼 생각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