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9. 불날. 날씨: 찬기운은 있지만 춥지는 않은데 겉옷은 입고 있어야 한다. 몸을 쓰니 땀이 난다.
아침열기-배움잔치 초대장 쓰기-수학-밀과 마늘 심기-점심-청소-5, 6학년 사물놀이(1,2학년 난타/3,4학년 설장구)-5,6학년 영어-누룩빵 반죽하기-마침회-교사회의
[겨울농사와 고마운 인연들]
저마다 악기를 들고 합주를 하며 아침열기를 한다. 배움잔치가 있는 주다 보니 교실과 마루 곳곳에 아이들이 그리고 만들어가는 것들이 많다. 교실에서 오붓하게 한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에서 지낼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선생이 참 아쉬운데 언제나 그렇듯 우리 아이들은 씩씩하고 즐겁다. 배움잔치 초대장을 쓰고 분수, 소수 사칙연산 복습을 줄곧 한다. 하나둘 개념과 원리를 다시 물어보며 셈으로 물을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본다. 셈은 간편하기 이헤 유도된 공식들에 다시 왜란 질문을 던지면 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니 익힘과 생각을 자꾸 반복하는 게 좋다. 갈무리할 건 많으니 지나가는 시간이 모두 귀하다. 아이들 보낼 준비를 미리 하는 셈이다.
11시 3, 4, 6학년이 모여 학교 뒤 텃밭에 밀과 마늘을 심었다. 다른 모둠은 모둠 계획이 따로 있어 시간을 낼 수 있는 모둠이 모인 셈이다. 겨울 농사로 양재천 텃밭에 밀과 마늘을 심고, 학교 가까운 밭에 밀과 마늘을 더 심는다. 마늘은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기 쉬워서 한 이랑 더 심고, 밀은 송순옥 선생이 얻어 온 금강밀, 흑밀 조금씩을 넣었다. 앉은뱅이 밀도 한 이랑 더 심었으니 겨울 농사가 잘 되면 내년에는 우리밀로 밀가루를 내 빵과 누룩을 만들 수 있겠다. 아버지들과 같이 거름 넣고 뒤집어 놓은 땅이라 손호준 선생과 둘이 삽으로 가운데 고랑을 파고, 아이들과 허아람 선생이 흙을 골랐다. 모둠마다 한 이랑씩 맡아 밀과 마늘을 심는데, 깊은샘 큰 아이들이라 그런지 속도가 더 나서 두 이랑에 밀을 심는다. 이럴 때 보면 맑은샘 6학년답게 참 일을 잘한다. 3학년과 4학년이 만든 팻말을 네 이랑에 박고, 둘레 가랑잎들을 긇어모아 덮어주니 일이 끝난다. 겨울 지나 싹이 잘 나기를 기도하는 일만 남았다. 부지런히 일을 하니 찬기운에도 몸 열기가 후끈하다. 춥다고 웅크리지 않고 밖에서 일하고 놀면 기운이 나겠다. 감기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점심 때 영국 토트네스 전환마을 방문 교사 연수를 돕는 장터로 찹쌀막걸리와 고추장 알림을 만들었는데, 누리집에 올리려고 보니 수제맥주를 만드는 단희아버지가 수제맥주 장터를 열어놓았다. 세상에나 수익을 모두 교사 연수에 보탬을 주신다고 해서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고마운 인연들이다. 행여나 학교 식구들에게 은근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고심하다 공동체와 마을을 가꾸는 연수를 꿈꾸며 용기를 내 알림을 하고 만다. 좋은 막걸리와 맛있는 고추장을 나눈다는 기쁨으로 위로하며 말이다. 그런데 어제 뜬 막걸리는 정말 맛이 좋다. 빠르게 맛이 깊어가는게 눈으로 보인다. 저온 숙성되어가는 녀석들을 보니 청주가 벌써 가득 떠있다. 향과 맛이 깊어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겠다. 모두 임미란 사부 덕분이다. 다음주 담아낼 고추장 맛도 기대된다.
사물놀이 연습 마치고 5, 6학년 영어연극 연습할 때쯤 바깥 손님이 왔다. 페이스북 친구인데 멀리 창원에서 맑은샘학교를 찾아오셨다. 태봉고 교사로 일하는 분인데 창원에서 도교육청 소유 공간에 뜻있는 배움터를 구상하는 중에 교육청과 민간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의정부 몽실학교를 들리고 맑은샘학교로 오셨단다. 페이스북에서 우리 학교 활동을 보고 꼭 와보고 싶었다 하시는데 그동안 사진으로 본 막걸리, 숟가락, 빵 굽기, 직조 모두 보고 간다고 좋아하셨다. 배움과 상상을 위해 먼 곳까지 다니는 부지런함과 열정이 울림을 준다. 오는 기차 안에서 떴다고 따듯한 털실 담요를 안겨주시는데 보통 솜씨가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맺은 인연이 서로 삶에 영향을 준다. 학교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페이스북에 부지런히 교육활동과 행사들을 알려내는데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곳곳에서 많은 만남이 이루어진다. 어제 뜬 막걸리 조금과 <일과 놀이로 자란다> 책을 선물로 드리고, 아이들과 누룩빵 반죽을 하러 내려왔는데 나중에 내려와 함께 반죽을 도와주신다. 2기 졸업생 재명이가 다닌 학교라 재명이가 다닌 학교라 더 정이 간다는 분들이다. 만들기 위해 빌려간다는 직조틀을 넣고 다시 멀리 창원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교사실에 오니 책값으로 상품권을 놓고 가셨다. 선물로 드렸는데 참. 마산과 창원에 가면 태봉고에 들릴 일이 있겠다.
본준이가 오후에 아이들과 놀다 넘어져 손가락이 아프다 했는데 다시 아프다고 내려와서 최명희 선생과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데 미세하게 금이 갔을 수도 있다고 붕대를 했는데 손가락 보호를 위해 팔까지 길게 붕대를 했다. 배움잔치가 코앞이라 발표하기 좋아하는 우리 본준이가 해금과 피리를 불지 못해 쉐이크나 다른 소리 악기로 참여하게 되어 아쉽다. 사물놀이는 오른손으로 제 노릇을 할 수 있다 하는데 붕대가 커서 어떨지 모르겠다. 사고는 순간인 아이들 세상이라지만 아이들 다치면 부모님과 선생들은 마음이 그렇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치는 일이 일어나면 선생들은 늘 부모님들께 죄송하기만 하다. 비인가학교라 단체상해보험이 되지 않는 서러움도 있다. 어서 공공성을 담보하는 교육현장에 우리들의 세금이 쓰이도록 할 일이 많다.
연극연습과 소품을 만들며 학교살이를 하는 4. 5학년 아이들 덕분에 학교 마친 뒤에도 떠들석하다. 5학년이 빵을 굽는 냄새가 가득하다. 빵을 자주 굽는 5학년은 부풀기가 대단하다. 한 두개는 부푸는 정도가 다르니 역시 발효종 반죽에 따라 때마다 다른 모양이다. 동생들의 멋진 부풀기를 부러워하는 깊은샘 아이들과 누룩발효종을 꺼내 아이들과 다시 반죽을 했다. 이번에는 지난 두 차례보다 발효종 활성이 더 낫고 반죽도 적당하다. 한 번 더 할수록 나아지고 있다. 발효종과 반죽에 더 신경을 썼는데 결과는 내일 나오겠다. 1차 발효 상태를 보면 2차 발효를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다. 교사회의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데 연극 소품을 온 몸에 달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이번 배움잔치도 즐거운 한바탕 놀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