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밀집 등 위험, AI 기반 '똑똑한 CCTV'가 잡아낸다
송고시간2023-05-21 12:00
https://www.yna.co.kr/view/AKR20230519144600530?section=society/accident
사람 쓰러지거나 연기 날 때 CCTV 영상 관제요원이 확인오산시 지능형 CCTV 관제센터서 시연행사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관제요원이 CCTV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제공]
(오산=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괜찮으세요? 의식 있으십니까?"
경기도 오산시 도원공원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오산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의 스크린에는 '쓰러짐'이라는 문구와 함께 공원 CCTV 화면이 떴다. 관제요원은 CCTV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고 경찰·소방에도 출동을 요청했다.
다른 곳의 CCTV가 연기를 감지하자 관제요원은 "화재로 의심되는 연기가 발생했다"면서 경찰에 즉시 출동을 요청했다.
오산시가 지난 18일 센터를 방문한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기자들 앞에서 지능형 CCTV 관제 시스템을 시연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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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은 지나가는 사람의 성별과 '짧은 소매, 긴 바지' 같은 복장도 인식했으며 휠체어와 유모차, 지팡이 등도 감지했다.
사람이 쓰러지거나 연기가 난 이상 상황을 자동 탐지할 수 있는 것은 오산시가 인공지능(AI) 기반 CCTV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로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사람이나 차량을 자동 인식해 상황이 발생할 때 해당 영상만 선별적으로 관제 요원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오산시는 지난해 약 2천500대에 이르는 CCTV를 모두 AI 기반 지능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다.
관제 인력은 16명이 4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지능형 CCTV 전환 덕분에 인력이 4명 줄었다.
센터에는 경찰관도 상주하고 있는데 지능형 CCTV를 활용해 차량털이범과 음주운전자를 검거한 성과도 있다.
심야에 특정 지역에서 일정 시간을 머무르는 사람이 있으면 '배회'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이 나타나는데 한 남성이 심야에 주차된 차를 살피다 문이 잠기지 않은 차에 들어가는 것을 관제요원이 확인해 결국 차량털이범이 붙잡힌 사례가 올해 초에 있었다.
오산시는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파 밀집 위험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CCTV에 잡힌 일정한 범위 안의 사람 수를 파악해 1㎡당 5명 정도면 사람들이 밀집한 것으로 파악한다.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선 관제요원이 CCTV로 경고 방송을 해 인파 분산을 유도할 수 있다.
이같이 CCTV 자동감지를 통해 인파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서울 광진구 등도 구축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월 내놓은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서 모든 지자체 CCTV를 2027년까지 AI를 접목한 지능형 CCTV로 전환해 이상징후 자동감지, 영상 자동분석으로 위험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 CCTV 53만대 가운데 지능형은 13만대(24%)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오산시 및 경찰·소방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과 과학적 재난안전관리 추진 상황 정책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행정안전부 제공]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저희가 하는 정책 방향을 오산에서 많이 구현하고 있다. 새로 만들려는 모델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방범 등 목적의 CCTV 영상을 재난 예방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박명균 행안부 생활안전정책관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적 제약으로 재난 예방 단계에서 CCTV를 활용할 근거가 미흡해 재난안전법에 근거를 담으려는 것"이라면서 "재난 예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로 제한하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CCTV 예산으로 국비를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능형 CCTV 도입에 7천억∼8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예산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허승범 행안부 안전개선과장은 "일정 화소 이상의 카메라만 있으면 카메라를 다 바꾸지 않아도 서버에 프로그램을 깔아서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