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이후 대한해협 통과 가능성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30일 낮 12시50분 기준 위성사진. 기상청 제공전날까지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과 한반도·일본 쪽으로 진행 방향을 꺾는 진로를 놓고 분석이 갈렸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오는 3일 이후 한반도와 일본을 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방향을 꺾은 태풍이 대한해협을 지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30일 오전 9시 ‘매우 강’ 태풍으로 발전해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930㎞ 부근 해상에서 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45h㎩, 최대 풍속은 초속 45m/s, 강풍 반경은 약 300v이다. ‘매우 강’ 수준의 태풍은 최대 풍속이 44m/s~55m/s인 태풍을 말하는 것으로, 간판, 지붕이 날아가고 기차가 탈선할 수 있으며 사람과 커다란 돌도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의 규모다.
힌남노는 기상학에서 ‘급격한 발달’로 불리는 정도로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중심기압은 985h㎩였고, 최대 풍속은 27m/s였으나 하루 만에 중심기압이 40h㎩이 낮아지고, 최대 풍속도 18m/s 빨라졌다. 태풍이 빠르게 발달한 이유는 대기 상하층의 흐름이 다르지 않고, 해수 온도가 높아 태풍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 기상청의 예측대로라면 힌남노는 1~2일 오키나와 남쪽 약 300~400㎞ 해상에서 주변 열대 요란과 병합돼, 강도와 크기가 증가하며 중심기압이 925h㎩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힌남노가 북상한다고 해도 태풍의 규모는 어느 정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보통 태풍은 중위도를 지나면서 서서히 세력이 약해지지만, 제주 남쪽 바다 인근은 현재 29도로 고수온 영역이다. 다만, 태풍이 너무 강하게 발달하면 그 위력 때문에 바다 표면보다 더 아래쪽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해수가 태풍에 끌려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태풍은 조금이나마
약화될 수 있지만, 지금 바다와 기압계의 상태는 태풍이 클 조건이 더 강하게 형성돼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기상청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한 경로. 기상청 제공
각 기상 예측 모델이 예측하고 있는 태풍 힌남노의 경로. 왼쪽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 유럽중기예보센터모델(ECMWF) 모델의 예측이다. 색깔이 진할수록 확률이 높은 경로다. 기상청 제공기상청은 힌남노가 오는 3일 이후 북쪽으로 방향을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기상 예측 모델들에서는 힌남노가 중국 쪽으로 서진할 가능성과 우리나라·일본 쪽으로 북동진할 가능성이 갈렸지만, 이날 기상 예측 모델은 힌남노가 우리나라, 일본을 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부 모델은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할 가능성도 보여서, 최악의 경우 태풍이 한반도로 향하게 된다면 피해는 매우 클 수 있다. 태풍의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 여러 지표 중 중심기압만을 놓고 봤을 때 역대 가장 강했던 태풍은 1959년의 ‘사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때의 중심 기압은 951.5h㎩였다. 기상청은 “태풍의 강도와 경로 모두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며 태풍에 대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향후 5일간 이동 경로를 예상해
예보하고 있다.
태풍이 불어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는, 북쪽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부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충돌하며
오는 2일부터 영향을 미치겠다. 현재까지는 제주·남해안을 중심으로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풍의 규모에 따라 강수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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