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짝사랑 -34-
글 조 미경
아이는 무럭 무럭 자랐다.
유치원에 입학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수연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부터 영어를 가르켜야 한다며 영어 학원을
여기저기 찾아 다니며 상담을 하고 물색을 하더니, 기어코 영어 학원에 등록을 하고 왔다.
나는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배운 다음에 외국어인 영어를 배워도 늦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를 했지만, 수연은 우리들이 학교에서 12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정작 외국에 나가면, 제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 한마디 못한다는 핑계로, 아이를 원어민이 가르킨다는
우리 동네에서도 유명한 영어 학원에 비싼 학원비를 지불 하며 아이를 밀어 넣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집에 와서, 학원에서 배운 단어를 읊조린다.
아직 어리기만 한 호준이 입을 오물거리며 제깐에는 영어를 말한다고 엄마 아빠 앞에서
조잘 거린다.
"아빠 엄마? 이것은 애플.." 하고 그림책에 나와 있는 사과를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가리키며 자신있게
말을 하자 수연은 호들갑을 떨며 좋아라 박수를 친다.
"그래 그래 호준아, 맞아 이것은 애플이야."
"그럼 이것은 뭐니?: 하고 이번에는 동물을 가르킨다.
그러자 호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응... 이것은 엄마, 지브러."
나는 옆에서 두 모자가 하는 양을 지켜 보며 웃고 말았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는 무리가 있는데
혼자서만 생각을 한다.
내가 자라던 어린시절처럼 아이들은 들판을 쏘다니며, 자연과 벗삼아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데, 학교만 다녀오면 태권도를 배운다, 머리가 좋아 지는
바둑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데 거기다 영어학원 까지 다니니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한다.
결혼후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사를 여러번 하였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이 좋다는, 사교육으로 유명한 목동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내 시야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수연은 피곤이 쌓여서 퇴근한 나에게 옆집 여자들 이야기로 열을 올린다.
교육 수준이 높은 목동은 부모들의 교육 수준 역시 매우 높았다.
자신들이 서울에 있는 일류 대학을 졸업한, 학부모들일수록 자식들에게 일류를 강조 하다 보니
자연히 사교육 시장은 발전을 거듭해서 문어발처럼 넓게 펴져 나가, 곳곳에 일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강사진들로 이루어진 입시 학원이 성업중이었다.
특히 목동의 경우는 일반 셀러리맨들 보다는 자영업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약사
의사 변호사들이 많았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회계사, 증권회사에서 펀드관련 일을 하는 직종에 근무를 하는 직업군이 많은
동네에 이사를 하고 나니, 자연 생활비도 다른 동네에 살때 보다 자연히 지출이 많게 되었다.
학교 공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입학할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일상화 된 시점에
아직은 사교육에 큰 돈을 들이지는 않는데, 수연은 학부모 모임에 다녀오면
호준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저축을 조금 줄이고 사교육비를 늘리자고 한다.
그러나 나는 비싼 사교육을 받는다 해서, 꼭 좋은 대학에 입학 하는것과는 별개라고 생각을 하였기에
우리 부부는 교육 문제로 조금씩 트러블이 생겼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수연과, 농촌에서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어렵게 공부한 나와는
정서가 많이 달랐다.
지난 겨울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서 큰 사고를 당하셔서
그동안 모아 놓은 목돈으로, 아이들 대학에 입학 하면 쓰려고 모아 놓은 돈을
부모님 병원비로 지출 하고 나서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수연이었기에
나는 더이상 돈 문제로 골치를 썩이기가 싫었다.
한달 동안 고민을 한 끝에 나는 아이들의 교육과 수연의 바램대로
직장을 옮기기로 하였다.
지금의 직장은 정년이 보장이 되고, 나름 직장에서의 위치도 안정이 되고
일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그동안 여러차례 제의를 거절 했던 회사에서
이번에는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영입을 하였기에 선뜻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새로이 출근을 하게 된 회사는, 성공보수가 전에 다니던 회사 보다 월등이 높아서
점점 연로해서 농사일을 할수 없게 된 시골 부모님께도 효도를 할수 있을것 같아서
정든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틀게 되어,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니 불편했던 마음이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어느날 부쩍 자란 호준을 바라 보니, 이제는 내 자신의 노후도 생각을 해야 함과 동시에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편소설 짝사랑 35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