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주가 버킹궁에 갔다가 근위병들은 못 보고 굳게 걸어 잠긴 공관만 보고 왔다고 해서 아비도 속상합니다. 현역 시절 국기 게양 식과 하양 식을 했는데 폼을 각 잡고 크게 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버킹궁 퍼래이드 중에서 화이버에 깃털(레드,육사)복장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4.30.tue. 진접 흐림. 16:10 21도(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부지"
"아부지 혹시 귀국 날 픽업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OK. It's my pleasure."
"그날 9:55분 도착이긴 한데 연착이 될 수도 있어서 상황 보고 연락 드릴게용
짐 찾고 이거저거 하면 아마 10시 40분 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5.3.fri.10:40am 확인 요망(나)"
2.
'코스모스'(칼 세이건)라는 책을 아시나요? 시커먼 껍데기에 베개로 쓰기 딱 좋은 두께의 사이언스 북인데 80년대 나왔더라고요. 대충 훑어 보다 종교학 책인가 착각할 뻔 했어요, 필자가 이해한 코스모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옛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우주가 오래됐음을 알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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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우리는 한 점 티끌 위에 살고 있고 그 티끌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의 주변을 돌며 또 그 별은 보잘 것 없는 어느 은하의 외진 한 귀퉁이에 틀어박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우주의 공간 속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 밖에 차지하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는 우주의 나이가 약 150억 년-200억 년 되었다는 사실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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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대폭발 '빅뱅'이라고 불리는 시점부터 계산된 우주의 나이입니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에요.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그리고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도올 선생이 인류 문제의 상당 부분을 기독교 신학이 만들었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영원 불변'은 없고 원자와 분자라는 측면에서 인간은 우주의 한 조각이 아닙니까?
2024.4.30.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