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제맛
서울에서 만나는 울퉁불퉁 감자 요리
한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오두막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포슬포슬 찐 감자를 먹는 모습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물기를 날려 하얀 분이 나는 찐 감자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감자를 재료로 한 음식은 다양하다. 감자옹심이, 감자전, 감자수제비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수제비격인 감자뇨끼, 젊음의 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감자튀김까지 감자가 무한 변신을 시도한다. 한여름 더위를 이기게 하는 감자 요리를 서울 곳곳에서 만나보자.
여름에 가장 맛있는 하지감자로 만든 감자옹심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더위를 잊게 하는 감자, 맛과 영양도 최고!
감자는 보릿고개를 넘게 해준 고마운 구황작물로 강원도의 기후와 환경에 잘 맞아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산물이 되었다. 모든 채소는 제철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그렇다면 감자는 언제가 제철일까?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그중에서도 하지를 전후로 수확하는 하지감자가 으뜸이다.
감자는 여름을 수월히 나게 해주는 영양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첫번째는 뜨거운 불에 조리해도 거의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C다. 사과의 5배, 오이의 2배 이상의 비타민C가 들어 있다. 덕분에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는 슈퍼푸드로 손꼽힌다. 그다음으로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칼륨이다. 섬유질이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암을 억제하는 폴리페놀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게다가 감자에 듬뿍 들어 있는 질 좋은 탄수화물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감자 요리를 먹는 것만으로 한여름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
[왼쪽/오른쪽]무더위로 잃었던 입맛까지 돌아오게 하는 감자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 감자는 삶고 찌고 굽고 튀겨도 영양소가 살아 있는 슈퍼푸드다.
사각사각 감자옹심이와 쫀득한 감자전
감자로 만든 음식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은 노릇노릇 쫀득하게 지져낸 고소한 감자전이다. 더위가 수그러지는 저녁이면 부엌에서 감자를 강판에 가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리곤 했다. 수돗가 그늘에 감자를 수북이 쌓아놓고 껍질을 벗기던 오후의 수고로움이 결실을 보는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부쳐준 감자전이 그리워질 때는 방배동의 ‘바른식 시골보쌈 & 감자옹심이’를 찾아가보자. 생감자를 강판에 쓱쓱 갈아 물을 버린 후 건더기와 가라앉은 녹말을 섞어 노릇노릇하게 지져낸 감자전을 맛볼 수 있다. 매콤한 풋고추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쫀득한 맛에 젓가락을 멈추기 어렵다. 왕감자 3개를 갈아야 감자전 3장이 나온단다. 감자만으로 전을 부쳐내는 맛집이다.
이 집에선 강원도 토속음식인 감자옹심이도 맛볼 수 있다. 밀가루를 반죽해 만드는 수제비와 달리 강판에 간 감자와 가라앉힌 녹말을 반죽해 만드는 것이 감자옹심이다. 반죽도 납작하게 떼어 넣는 것이 아니라 새알심처럼 동글동글하게 빚어 넣는다. 그래서인지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도 다르다. 감자의 사각거림과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멸치장국에 애호박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강원도에서는 감자옹심이의 식감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칼국수와 섞어 끓이기도 한다.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얹어 먹는 감자옹심이는 무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거뜬하게 살려주는 음식이다.
[왼쪽/오른쪽]감자옹심이의 사각거리는 식감과 부드러운 칼국수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 생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바로 부쳐내는 감자전은 쫀득하고 고소하다.
수제비를 닮은 이탈리아 감자파스타, 뇨끼
감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채소이다. 그런 까닭에 다른 나라에도 감자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많다. 그중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정식인 뇨끼(Gnocchi)는 그 모양이 우리나라의 수제비, 감자옹심이 등과 비슷하다. 멸치국물 대신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를, 생감자 대신 익힌 감자를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홍대 앞 ‘베르에블랑’은 이색적인 감자 요리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토마토소스의 수제비 감자뇨끼’에는 셰프의 남다른 정성이 담겨 있다. 감자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삶지 않고 오븐에 구워 으깬 후 소량의 밀가루와 올리브유를 넣어 반죽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의 비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뇨끼는 신선한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치즈에 넣어 담백하고 개운하게 끓여낸다. 소스가 밴 감자뇨끼는 직접 발효시켜 구운 빵인 치아바타와 함께 먹는다.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우리에게도 친숙한 맛이다.
가을 메뉴로 선보일 새로운 뇨끼도 구상 중이라 한다. 깻잎페스토와 할라피뇨, 오일소스에 버무린 깻잎페스토 뇨끼이다. 강원도 감자와 이탈리아식 소스가 만나 어떤 맛을 만들어낼지 감자의 신선한 변신이 기대된다.
[왼쪽/오른쪽]토마토소스와 함께 끓여낸 감자뇨끼.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 치아바타에 새콤한 감자뇨끼를 얹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 감자튀김
요즘 대학가와 젊은이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에는 어김없이 감자튀김집이 성업 중이다. 카페처럼 꾸며놓은 작은 가게에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와 뜨거운 감자튀김뿐이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감자튀김 덕분에 주머니 사정이 빤한 청춘들에게 더욱 인기 있다.
경복궁 옆 서촌 골목에는 날마다 긴 줄이 이어지는 감자튀김집 ‘열정감자’가 있다. 패기만만한 20대 청년들이 그 주인이다. 뉴욕의 유명한 감자튀김집인 ‘폼 프리츠’를 벤치마킹해 파이렉스 유리비커에 크림맥주와 삼각형 종이봉투에 감자튀김을 푸짐하게 담아준다.
주문과 동시에 튀겨내는 감자튀김은 소금간만 된 일반 감자와 케이준 양념감자 두 가지다. 테이블마다 동그랗게 뚫려 있는 구멍에 감자튀김이 담긴 삼각형 봉투를 꽂으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바삭한 맛을 유지한다. 케이준소스, 핫소스, 허니머스터드소스, 꿀강정소스 등 케첩 대신 사용하는 소스도 다양하다. 가득하게 담아주는 감자튀김 한 봉지가 깨끗이 사라질 때까지 싫증날 틈이 없는 것도 ‘열정감자’의 매력이다.
신당역 9번 출구에도 재치 넘치는 상호로 눈길을 끄는 감자튀김집이 있다. ‘감자로 우주정복’이다.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이곳에는 케이준감자, 버팔로감자, 해시감자, 반달감자, 벌집감자, 포테토칩 등 감자에 입힌 소스의 종류대로 주문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6가지 감자튀김이 한 접시에 나오는 모둠감자튀김이다. 생오이를 다져 넣은 마늘칠리소스에 찍어 먹다 보면 커다란 접시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감자로 우주정복’에선 케이준, 버팔로, 포테토칩 등 6가지 감자튀김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쪽/오른쪽]‘열정감자’는 케이준소스와 핫소스가 가장 인기다. / ‘감자로 우주정복’은 독특한 마늘칠리소스가 감자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여행정보
- 1.감자관련 음식점
- 바른식 시골보쌈 & 감자옹심이 : 감자옹심이, 감자전 / 서초구 방배천로2길 25 / 02-3473-7354 / www.barunshik.com
- 베르에블랑 : 토마토소스의 수제비 감자뇨끼 / 마포구 와우산로 50-1 / 02-3143-7761
- 열정감자 : 양념감자튀김 / 종로구 자하문로1길 25 / 070-7778-4676
- 감자로 우주정복 : 모둠감자튀김 / 중구 퇴계로 399 / 070-8181-3953
- 부자피자 : 감자크로켓 /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8 / 02-794-9474
- 강남수제고로케 : 야채감자고로케 / 강남구 강남대로94길 10 / 02-567-3711
- 2.숙소
- 트래블러스A : 중구 을지로 27길 35 / 02-2285-5511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토요코인 서울동대문호텔 : 중구 퇴계로 337, 02-2267-1045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렉시호텔 : 강남구 테헤란로 16길 11, 02-554-5559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노블레스호텔 : 동대문구 장한로2길 48, 02-2248-9100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더엠호텔 : 마포구 월드컵북로 120 / 02-336-0001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