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는 땅 위에 있었다
천연기념물 여름철새 팔색조 둥지 탐사
팔색조는 참새목으로 크기는 작지만 몸의 색이 무지개색이다. 색이 다양해서 야구에선 구종이 다양한 투수를 팔색조로 부르기도 한다. 장산에도 천연기념물인 팔색조가 살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와 울음소리를 알지 못하면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어렵게 사진으로만 보던 팔색조를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6월 18일 박용구 조류탐조가의 안내로 옥숙표 장산습지보존위원장, 황구 기장문화원 소장과 함께 팔색조 둥지로 향했다.
뜻밖에 팔색조 둥지는 바닥에 있었다. 비탈진 응달에다 습기가 많은 곳이었는데 자세히 봐도 둥지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바닥에 놓인 것은 의외였다. 산에는 각종 야생동물이 많아 나무 위에 둥지를 틀어도 위험할진대 바닥에 과감하게 둥지를 튼 팔색조 배짱이 놀라웠다.
둥지를 미리 탐지해둔 박용구 탐조가의 손끝 안내에도 도무지 둥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신히 둥지가 눈에 들어와 그의 지시대로 조심스럽게 둥지 쪽으로 이동해 관찰하던 찰나, 그만 어미 새가 둥지를 박차고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날아가는 어미 새의 색상이 화려하게 비쳤다. 어미가 떠난 둥지엔 입을 크게 벌리던 새끼 6마리가 어미가 떠나자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둥지를 보고 난 후 둥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위장막을 친 후 어미 새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응달에다 습한 곳이라 모기가 떼로 달려들었다. 이쪽이 가려워 손을 움직이면 저쪽이 가렵고 해서 아주 혼쭐이 났다.
모기에게 피 공양을 하던 중 박용구 탐조가의 말대로 과연 어미 새가 돌아왔다. 어미 새 입에는 지렁이 두 마리가 물려있었다. 어미 새는 낌새를 챘는지 주변을 경계하느라 좀처럼 둥지로 들어가지 못하고 둥지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곁에서 황구 소장이 연신 “새끼가 배고프겠다”며 애를 태웠다. 결국 어미 새와 새끼들을 위해 자리를 뜨기로 했다.
박용구 탐조가에 따르면 팔색조는 주된 먹이가 지렁이라 물 근처에 서식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남해안 해안가 부근에 주로 서식하다 점차 북상하여 경기도까지 서식지를 넓히고 있단다. 그는 이런 점을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장산에서도 팔색조를 관찰한 조류 전문가였다. 황구 소장이 나무 위를 가리키며 무슨 새인지 묻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답이 나왔다. 소리만으로 숲속의 새를 다 구분하고 습성까지 다 파악하고 있으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동안 박 탐조가에게 새 사진을 예사로 부탁하기도 했다. 산속에서 팔색조 사진 하나 제대로 찍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좋은 새 사진 한 장을 구하고자 며칠을 잠복하며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그가 위대해 보였다.
앞으로 조류전문가답게 장산 조류 생태연구를 통한 지역 발전의 일꾼으로 그를 대접할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마다 해운대라이프가 경제적 빈곤으로 전문가를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