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빈집
홍정식/대구시
무당거미 줄을 쳐 서까래 내어주고
들고양이 부푼 배에 툇마루 세를 주고
제비꽃 일가를 들여 울렁울렁 키운다
동네 이룬 개미 떼에 대들보 삭혀내고
웃자란 감나무에 담벼락 자락 덜어내고
밤이면 지천으로 핀 별꽃 달꽃 부른다
사랑의 세레나데 앙앙앙 논 개구리
뒷동산 대나무숲 찌르레기 찌르르
요양원 서동댁 꿈길 자박자박 다녀간다
차상
낱말 풍장
김영숙/대구시
먹구름 퇴고하다 소나기를 건드렸다
깡마른 자리마다 쏟아지는 모음, 자음
문맥을 잃어버린 채 짐짝처럼 흐른다
산안개 더듬어서 물기를 박음질해도
집착한 애인처럼 달아나는 뒤꿈치다
백지로 남은 그믐밤, 값도 없이 우는 울음
고요의 호수 속에 저 홀로 이는 폭풍
온종일 한기에 떨던 제목 앞에 무릎 꿇고
마지막 풍장을 꿈꾸며 바람마저 뒤적인다
차하
미나리
김철수/경북 포항
제 속을 비우면서 모난 기둥 세운 줄기
험한 곳 어디라도 겁 없이 뿌리내리는
못자리 지켜보는 넌 밥상머리 억척보두
아버지 부르다가 목 길어진 막내처럼
틈나면 어디라도 파고드는 깡으로
마디에 뿌리를 내듯 기어가며 뻗는 발
카페 게시글
시조
대구ㆍ전국시조공모전 일반부 수상작
김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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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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