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지 시간 어제(5월 1일), 상하이뤼디선화(이하, 선화) 대 광저우헝다타오바오(이하, 헝다)의 경기가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선화 팬의 도움을 받아 서포터석에서 관전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아주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화 서포터즈였는데요..
이에 앞서.. 선화 대 헝다의 경기가 무척이나 인기가 높아 입장권 발행 당일 매진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전에 쓴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는데요.. 경기 당일 홍커우 스타디움 주변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습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의 모습입니다. 짝퉁 유니폼을 파는 상인부터 암표를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이미 표를 구한 사람까지 모여 있습니다. 헝다의 인기가 워낙 좋아 오늘 열린 장(?)에서는 원정 팀(헝다)의 짝퉁 유니폼과 머플러도 팔았습니다. 홍커우 주변에는 나름 먹을 거리가 많은데 매표소 주변으로는 피자헛과 KFC 등이 있고 근처에 있는 대형쇼핑몰 "롱즈멍(용의 꿈)"에도 역시 음식점이 많이 있습니다.
선수단 버스 출입구입니다. 팀 케이힐의 웨이보를 보니 버스 안에서 이 모습을 찍어 올렸더라고요.. 너무 이른 시간에 와서 모인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나중에는 이곳에 팬들이 엄청 모였습니다.
"용의 꿈"에서 선화 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홍커우로 다시 오니 엄청난 인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지껏 이렇게 큰 암표시장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_- 부르는 게 값입니다.
경기 시작 오래전부터 헝다 서포터즈는 도착해 E석 가장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세 섹터나 선화 측에서 배분해줬는데 이따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역시나 홈 팬과 원정 팬의 섹터 구분은 확실합니다. 물론 안전상의 이유로요.. 참고로 헝다를 조롱할 때 현지 팬들은 코에 바람을 넣고 "홍~따"라고 합니다. ㅋㅋㅋㅋ
오늘 경기 시작 전, 선화의 서포터즈가 퍼포먼스(?)를 합니다. 이전에 제가 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5월 9일에 있는 상하이 더비(상강 대 선화) 때 상강 측에서 선화 측에 원정 입장권을 단 2,000장만 할당하면서 거기에 분노한 선화 서포터즈가 상강의 회장 얼굴(에 장난을 쳐서.. -_-)을 들고 각종 비난과 욕을 하는 모습입니다. "干死上港!"이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의역을 하면 "상강을 말라 비틀어버려라" 이런 뜻입니다.
경기 시작 직전의 모습입니다. 오늘이 중국의 명절인 국경절인만큼 아주 열심히 중국 국가를 부르는 선화 서포터즈입니다.
역시 경기 시작 직전의 모습입니다. 한국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펑샤오팅과 황보원은 오늘 선발 출전했습니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황보원은 인기가 없더라고요.. 어제 훈련장에서도 황보원의 싸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처량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로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욕을 아주 많이 들으면서 귀가 얼얼했을 겁니다.
아무리 입장권이 매진되어도 절대 두 팀 팬을 구분 짓는 섹터와 원정 팀 서포터즈 하단의 섹터의 표는 풀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곳에는 공안과 군인이 자리해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합니다. 입장권 수익보다는 안전이 물론 우선이겠지요.. 참고로 오늘 경기는 약 26,000명이 관전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전반 4분 가오린의 선취골, 전반 10분 굴라르의 추가골에 이어 전반 25분 정쯔가 세 번째 골까지 넣으면서 이미 전반전에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담배의 스멜(?)이 나기 시작합니다.
헝다 서포터즈는 전반전부터 상의를 탈의하고 광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예부대(?)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전에 들었던 응원보다는 훨씬 조직적이었습니다. 이에 맞서는 선화 팬들의 반응은 "홍~~따 두이(헝다 팀을 조롱하는 말)"나 "SB 두이(ㅈㅂㅅ 팀)"으로 나누어집니다.
파노라마 모드로 찍은 홍커우 스타디움의 내부입니다. 지붕의 구조가 좋아 응원 소리가 잘 울립니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다가오는 황보원.. "황보원 챠오니마!(해석 불가 -_-)"를 외치는 모습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그 누구보다, 아주 독보적으로 욕을 얻어먹은 선수는 바로 정쯔였는데요.. 선화 팬들은 빠른 4분의 4박자로 "정 / 쯔 / 차오니 / 마"라고 엄청나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옆에 있던 선화 팬에게 "그래도 정쯔는 너희 국가대표팀 주장이지 않냐?"라고 묻자 "나는 국축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냉정하게 대답했습니다. 오늘 경기가 승부와 상관 없이 아주 격하게 진행되었는데 케이힐은 코가 골절되면서 중간에 교체되고, 이에 속된 말로 빡친(?) 선화의 외국인 주장 모레노는 역시 속된 말로 헝다 선수들을 담가(?) 버렸습니다. 이때 정쯔가 많이 개입되면서 선화 팬들의 분노를 독차지한 거고요.. -_-
심판 역시 "차이판(심판) SB(ㅈ밥새ㄲ)!"를 듣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알게 된 사실인데 선화 팬들은 경기 며칠 전 주심이 발표될 때 이미 오늘 경기에 대한 예감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경기를 담당한 주심이 판정한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며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심판에게 욕을 퍼붓습니다.
결국 전반에만 세 골을 헌납한 선화가 0-3으로 지고 맙니다. 경기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왜 헝다가 매년 CSL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K리그와 CSL을 비교할 때 제가 매번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수비수의 "볼 클리어링" 실력인데요..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로부터 압박이 들어오면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져 공을 빼앗기거나 이상한 곳으로 차내는 장면을 CSL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하면 헝다의 수비수들은 그 점에 있어서 매우 잘 대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역시 허둥대는 선화와 안정적인 헝다 수비진의 차이가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엘케송은 진짜다"네요.. ㅋㅋ
경기가 끝나고 선화 팬들은 선수들에 대한 비난 대신 위에서 설명드린 "干死上港!"을 외치면서 그들을 격려합니다. 선화 팬들이 생각하는 3대 경기는 "궈안 전", "헝다 전" 그리고 "상강 전"인데요.. 이미 궈안과 헝다에게 패배한 선화가 다음 주 토요일 상강 원정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경기가 끝나고 아직 자리하고 있는 헝다의 서포터즈.. 역시 안전문제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일단 경기장 밖에서는 상강을 욕하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역시 "干死上港!"입니다. 그런데 이때 눈치 없이 앞을 지나던 헝다 팬들과 선화 팬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납니다. 아마 일반석에서 보고 나왔을 듯한 헝다 팬들인데.. 이제부터 "스트리트 파이터 인 상하이"가 펼쳐집니다.
혹시나 저도 혼란(?)에 빠질까봐 일단 지하철역 계단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남겼는데 마치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의 경기를 미리 보는 듯한.... 아니.. 발길질도 하니까 UFC가 어울리겠네요.. -_- 아무튼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CSL의 출전선수명단지입니다. F는 비(非)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 AF는 아시아 쿼터 선수입니다. 참고로 오늘 경기에 김영권은 자리하지 않았습니다.
칸나바로, 정쯔, 장린펑, 선화 감독 지요의 싸인이 담긴 어제 경기 입장권(새 것)과 다음 주에 있을 상하이 더비 입장권입니다. 어제 경기장에서 수령했는데, 참으로 문제가 많은 입장권입니다. 아래를 보시면....
겉에는 상강에서 배부한 티셔츠를 입었지만 안에는 선화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화 팬의 모습입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상강 측에서 선화 측에 단 2,000장의 원정 입장권을 배분하면서 선화 팬들 사이에서는 위와 같은 행동을 실행하자는 캠페인 아닌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정석 이외의 섹터도 장악해 "경기장을 퍼렇게 물들이자!" 이런 캠페인도 있고요..) 그리고 상하이 스타디움의 수용인원은 58,000명인데 단 2,000장만 상강 측에서 할당해줬으니 8월 23일에 있을 선화 대 상강의 선화 홈 경기때는 홍커우 스타디움의 수용인원 28,000명의 (마찬가지 비율인) 3.4%인 단 965장의 원정 입장권만 상강 측에 할당하기를 팬들이 구단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상당히 기대가 되는 상하이 더비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주말을 보내시길~^^
첫댓글 국경절이 아니고 노동절입니다 ㅠㅠ
차오니마뜻 알겠네요ㅋ
재밌네요 ㅎㅎ 어디나 축구팬의 열정들은..!!
잘읽었습니다 ㅎㅎ 중국 축구열기 말만 들었지 이렇게 보는건 처음이네요 ㄷㄷ 역시 대륙의 스케일
서포터즈 수 부럽다ㅠㅠ
중국의 국내리그인기부럽다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상하이 더비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