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와 애벌레의 궁전
계간 문예바다 공모시 당선
송병호
밤 10시쯤 지붕이 통째로 실린다
꾹 닫힌 침샘의 농도야 절대 고독
궁전의 별자리를 짚어 가는 리뷰
타인을 침범하지 않을 우회로를 돌아
은하를 횡단하는 별의 혀,
불 꺼진 묘지를 걷는 축약된 잠언일까
상상을 분해한 부호와 주어가 낀 틈
AI를 모방한 5G주파수가 충돌하는 비극과 희극,
좁혀지지 않을 고래의 섬에서
고치가 화석이 되었다는 전설은 애벌레의 등뼈였다
흔들리듯 운율은 시詩가 리듬을 타는 징검다리
별자리와 별자리가 섞이는 칸의 은유처럼
말 줄임 무르익어 가는 걸상 다리 침묵의 행간,
극히 편파적인 Wi-Fi 증폭기
고독을 걸치고 앉은 마네킹
종이인형 절節꺾임 같은 단내 나는 병동
어떤 사람 고치 캔을 딴다
퍽!
첫울음이 시동詩動을 거는 태의 궁전
홀hole의 자궁은 말들로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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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作메모
어느 날 늦은 시간 서울역에서 공항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 터널을 열고 들어오는 열차는 마치 고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옹기종기 앉아 휴대폰을 뒤적이는 사람들, 꿈지락거리는 애벌레, 은하를 건너거나 별자리를 찾거나 별나라의 궁전이 따로 없다. 가끔 끊겼다 붙었다하는 Wi-Fi, 숨소리도 멎은 듯... 그때 정적을 깨는 벨소리... 술렁이는 말의 시선들...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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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호 |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궁핍의 자유』 『환유의 법칙』, 공저 『척』 『시차여행』 등. 김포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DMZ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학예술 평론 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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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시 심사
이승하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 평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