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lamenco'의 정열에 매료되다
바짝 틀어올린 검은 머리카락 만큼이나 응축된 에너지를 일순간에 하나도 남김없이 뿜어내는 플라멩코 공연에 그 날 난 압도되었다.
여행 5일째인 5월21일, 그라나다 알바이신지구 언덕에 자리잡은 ‘타블라오 알바이신’.
저녁 식사후 들른 아담한 이 유명 플라멩코 라이브하우스엔 무대를 중심으로 각 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좁은 의자에 어깨를 맞대고 빙 둘러앉아 간단한 주류를 홀짝이며 곧 시작될 본 공연에 앞서 기타 반주에 맞춰 애절하게 노래하는 강렬한 인상의 남자가수 음색을 감상하였다.
이어 등장한 무희들은 리듬을 맞추는 손동작(팔마)과 함께 동작이 크고 곡선적인 상체의 움직임인 프라세오로 한동안 무대를 이끌다 곡의 종반에 접어들 때 쯤 프릴이 잔뜩 달린 긴 드레스를 무릎까지 들추어 무대가 무너질 듯 힘차게 구둣발로 두드리며(사파테아도) 리드미컬한 플라멩코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다 한 명 한 명 자기 순서를 마무리했다.
특히 깊은 눈매등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 표정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꼭 끼는 드레스로 더욱 강조한 몸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풍부한 감정표현은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초여름 밤, 무희들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껴지는 소극장에서 정열적인 플라멩코 매력에 푹 빠져있다 밖으로 나오니 알함브라 궁전이 낮의 정숙함과는 달리 야간의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저 멀리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는게 아닌가...
#2 이베리아반도의 편린들
유럽의 땅끝 마을로 대서양과 바로 연해있는 포르투갈 ‘카보 다 로카’의 코발트빛 바닷물과 넓은 초원에 지천으로 깔린 이름 모를 야생화군락.
스페인 세비야 ‘마리아 루이사공원’의 비둘기떼와 함께 아장아장 걷던 귀여운 여자아이.
기대 안하고 가서인지 더욱 멋있게 보였던 이슬람 문명의 상징인 ‘알함브라 궁전’.
여러 궁과 손바닥만한 장미가 탐스럽게 핀 예쁜 정원들, 특히 탑에서 바라보던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배경으로 한 조망이 압권이었다.
도시전체가 강으로 에워 싸여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천년의 고도 ‘톨레도’는 도시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장한 세계 문화유산답게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톨레도 대성당 내부의 품격높은 예술성은 어느 나라의 성당에도 견줄 수 없이 탁월했다.
특히 중앙 제단 뒤쪽 나르시스 토메의 작품인 ‘트란스파렌테’는 이름에 걸맞게 후방에서 빛이 비칠 때 성모상과 천사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고 해 신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늘게 내리는 비로 가이드 호세할아버지와 우산쓰고 사진찍은 백설공주의 배경인 ‘알카사르성’.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게 된 ‘뻬드라사’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마을로, 올라가는 언덕길 아무렇게나 핀 야생양귀비의 붉은 빛이 짙은 회색 성벽과 잘 대비되는 한 편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 곳이다.
또한 까탈루나의 성지인 몬세랏 수도원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데 마침 열리던 미사에 잠시 동참하기도 했다.
#3 타파스와 타페오
‘타페오’란 바르를 밤새 여기저기 다니면서 술과 안주요리(타파스)를 먹는 것을 말한다.
리스본의 파두클럽을 시작으로 마드리드 FOXA 32호텔 앞, 마요르 광장 앞, 플라자 산타아나의 바르를 두루 섭렵하며 타페오를 만끽했다.
돼지를 잡아 소금 간해 자연 건조시켜 식탁에 오르기까지 4년이 걸린다는 그 유명한 ‘하몬’ , 문어를 푹 삶아 얇게 저민 ‘풀포 가예고’와 ‘오징어와 꼴뚜기 튀김’, 새우 철판구이인 ‘감바스 아 라 플란차’에서부터 레스토랑에서 먹던 카스티야지방의 향토 음식인 ‘어린 돼지 통구이’ , 각종 해물을 쌀과 함께 익힌 ‘빠에야’ 등이 이베리아의 맛으로 기억된다.
또 부담없이 마시던 스페인산 와인외에 와인에 과일등을 넣어 부드럽던 ‘상그리아’와 커피에 꼬냑,위스키등을 넣고 불을 붙여 알콜도수를 낮춘 후 원두를 동동 띄워 마시던 ‘카라히조’ 는 비오는 날 몸을 덥히기에 더없이 좋았다.
첫댓글 마드리드에서의 바 잊을수없는 추억이어요 그때 안따라나섰으면 시내 바구경도 못했을 생각하면 지금도 잘따라갔지 하며 제 발빠른 줄 서기에 흐뭇해 한답니다 ㅋ ㅋ ㅋ
그 때 마신 생맥주 맛 잊을 수 없어요.. 함께 한 사람들이 너무 좋아 그렇겠죠.. 메트로타고 밤 늦게,아니 새벽 일찍(?) 같이 돌아 온 기억도 생생하네요.
짚시들의 춤에 난 가슴에 뭔가 덩어리가 뭉치는걸 느꼈다요, 슬펐어요. 그 표정들 생생합니다. 또 눈물이~~~~~~~~~~~~
사람들과의 교감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가능한가 봐요..
적극적이고 시간을 쪼개 모든걸 경험해보고 싶어하던 님의 모습이 선하네요!그렇지만 한편으론 부러웠어요.커리어우먼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거든요!지금은 회사일로 정신없으시죠?멋진 스페인 사람들과 포즈를 취한 사진 잘 나왔어요.ㅋㅋ
삐에드라 수도원서 사진 잘 찍어주셔서 고마워요.. 빛이 좀 더 따라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