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무형유산위우너회
등재 지켜본 기순도 명인
'우리 장맛 지켜온 보람 느껴
참석자에 된장 등 선물 준비'
선정위원' 씨간장 활용 독특'
종묘제례악 등 한국 23번째
'한식의 뿌리를 지켜온 오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 감회가 깊어요.'
370년 된 씨간장 항아리를 품고 머나먼 타국을 찾았던 기순도(75) 전통장 명인은
4일 새벽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감격을 금치 못했다.
콩을 발효해 만들어 낸 간장, 된장 등 우리 고유의 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제 19차회의를 열고,
장 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명칭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qted to jang-making in the Reoublic of Korea')이며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부터 시작해 한국의 23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기 명인은 장흥 고씨 양진재파 10대 종부이자 한국전통장보존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무형유산위원회 회의 이후 이어질 연회와 홍보 행사 등에서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장맛을 직접 손보일 예정이다.
그는 '갖은 정성으로 지켜낸 가문의 씨간장을 물려주신 시어머니생각이 먼저난다'면서 '여전히 한국의 장이 생소한 위원회
각국 대표들을 위해 씨간장으로 담근 고추장과 된장 선물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눈여겨본 장 담그기 문화의 우수성은 공동체 측면이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콩을 발효해 음식을 만드는 문화권 중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콩의 재배부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볼 때 중국.일본의 장과는 제조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띄운 메주로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지난해 사용한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여겨진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도 '장 담그기는가족 내에서 전승되어온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 문화에 뿌리를 이룬 유산'이라며 환영했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보편적 일상 음식이라는 인식 떄문에
가치가 소홀히 여져져 왔다'며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키기 위해 인류무형문화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26년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등재에도 도전한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