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대 정원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권'과 '존중'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전 정권 때 '의사는 공공재'라고 서슴없이 정부에서 말하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공공재는 자원이지 인격을 가진 대상이 아니니까요.
의사에 대한 지금의 인식은 한 술 더 뜹니다.지금 의사들이 분노하는 것은 의대생을 늘리네 마네가 아니라 행복 추구권과 기본인권을 가진 인간에게 무슨 가축 다루듯이
'수를 늘리면 알아서 도태될거야.'
'수를 늘리면 살기 팍팍해져서 알아서 다들 하기 싫어하는 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할거야.'
라는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방식과 태도인거죠.
의사는 재화도 아니고 가축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응? 너 없어도 네 일 할 사람은 많아.' 라던지
'아 노인이 죽었어? 어차피 노인은 너무 많아서 쓸모도 없잖아.'
라는 식으로 대해져서는 안됩니다.
그것도 자신들이 세금을 낸 자신들을 위한 대표자인 정부로부터요.
작금의 사태의 본질은 몇 명을 증원하느냐가 아닙니다.
필수의료를 마치 천한 일처럼
누군가는 해야하는데 나는 하기 싫고 또 그렇다고 하는 사람을 존중해주고 싶지도 않은 일로 보는 시선(반대로 미용은 돈이 되고 누구나 선망해서 착한 사람에게 나눠줘야하는 상으로 보는 시선)과
나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소수의 직종의 인권을 완전히 모욕하고, 이를 희화화시켜 마치 콜로세움의 노예처럼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이들은 인권이 없는 것처럼요. 그리고 국가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린 채
'봐라. 너 말고 모든 사람들이 네 인권을 박탈하는데 찬성하잖아?'
라고 협박하며 다른 이들에게는
'보십시오! 제가 드디어 돈만 아는 저놈들을 굴복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원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있는데 건방지게도 재화가 인간인척 행복을 추구하겠다고 하죠.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제가 이렇게 실행력이 넘칩니다. 그러니 아직 대책은 없지만 필수의료는 살아날 겁니다.!'
라는 아주 저열한 분열을 획책한다는데 있습니다. 정치가는 표를 얻고 일부 국민들은 내일이면 바로 잊혀질 아주 작은 시원함을 얻고 대한민국은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구해줄 사람들을 잃겠죠.
이것이 피부 미용 의사가 아닌 의료 현장의 가장 가혹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과 바이탈과 의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는 이유입니다.
상대방을 인격체가 아니라 사물처럼 대하는 성폭행이나 성추행이 인간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인간은 몸이 힘든 것은 참지만 자신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선에는 견딜 수 없기에.
필수의료는 도태되어야할 사람들이 하는 하찮은 일이 아니고 피부미용은 착한 사람에게 나눠줘야하는 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병의 두 배 이상 되는 기간 동안 국가에 헌신하는 군의관은 비웃음과 조소를 받아야할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과 안전이지 마녀를 배격함으로써 얻어지는 가학적인 쾌감이 아니기에.
의료는 공공재(public goods)이나 의료인은 피가 흐르고 살아 숨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의사는 삶을 어렵게 만들어 몰아넣어도 되는 짐승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사이자 보호자이자 환자이기도 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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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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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글 의대정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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