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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05
1. 몽타주 (이신영, 하민재, 윤상우의 삼각멜로 진도 몽타주)
4부 신영네 거실
신영 : 내 나이가 어때서? 나 하민재랑도 사귈 수 있어. 너 같은 노땅 대신...
상우 : 쳇..
신영 : 꼴도 보기 싫어. 나가.
4부 헬스클럽
반석 : 실패했지? 이신영 절대 안 넘어오지?
민재 : 오늘밤에 결정적인 사진을 보내주겠어.
4부 클럽
서로 분위기 보며 춤추는 신영, 민재.
4부 병원
민재 : 오늘밤에 결정적인 사진을 보내주겠어.
4부 헬스장
신영 : 내가 하민재랑 사귀면 너 어쩔래. 걔가 날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들면. 그땐 깨끗이 물러날래?
상우 : 좋아! 물러날게. 그럴 일은 절대 없을테니까.
4부 신영네 거실
신영 : 좋아! 금요일 밤에 내가 하민재 등에 업혀오겠다.
2. 바 / 밤
4부 엔딩 연결로....
어지러운 듯 주저앉아 머리잡고 있는 신영.
민재 : 많이 힘드세요?
신영 : 어지럽네요....
민재 : 업히실래요?
민재 몰래 쌩하니 미소 짓는 신영.
신영 : 괜찮은데....
민재 : 업히세요.
신영, 민재 등에 업힌다.
민재, 테이블까지 업고 와 신영을 의자에 앉힌다.
민재 : 가방 챙기세요.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신영 : (좋아서 웃음이 푹 터진다. 얼른 고개 숙이며) 아... 머리야...
3. 신영네 집 앞 / 밤
차 안에 앉아있는 상우.
상우 : 못 업혀 오기만 해봐라...
저 멀리서 업고 업혀오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
상우, 후다닥 차에서 내려 다가가 본다.
껄렁해 보이는 10대 남녀학생. 형님 느낌의 건장한 여학생이 술 취한 남학생을 업고 가며.
여학생 : 등에다 토하면 죽어!
상우, 그들을 보고 있는데 형님 같은 여학생, 상우를 째려본다.
상우, 얼른 시선 피하고 차에 들어와 앉는다.
멀리서 상우의 차를 수상하게 보고 있는 경비 아저씨, 전화버튼을 누르는.
경비 : 수고하십니다, 지구대죠? 수상한 차량이 한 대 있어서요.
4. 바 / 밤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
신영, 가방을 주섬주섬 챙긴다.
AD 춤추다 말고 다가온다.
AD : 뭐야, 선배.... 집에 갈꺼야?
신영 : 응, 초반에 너무 달렸나봐. 어지럽고 힘들어.
AD : 어떡해.... 택시 잡아 드려요?
민재 : 제가 모셔다 드리기로 했으니까 걱정마세요. (신영에게) 업히세요.
신영 : (힘든 척) 고마워요 민재씨.....
민재, 신영을 업고 일어서는데 부국장 들어온다.
AD : 어? 부국장님.
신영 : (업힌 채) ??
모두 부국장에게 시선, 반가운 척 맞는.
노래하던 사람도 스톱버튼 누르고 모두 부국장에게 모인다.
권력의 포스.
부국장 : 옆 팀 회식 왔다가 들러봤다. (업혀있는 신영 보며) 얜 왜 이래?
해진 : 초반에 너무 달려서 실신했어요.
신영 : .......(힘든 척) 죄송해요 부국장님....
선배 : 얼른 가봐. 힘들어 보인다.
부국장 : 힘들게 이러구 어디까지 업고 가. (밖에 부르는) 김사장!
가서 김사장한테 그거 가져오라고 해. 그거 달라면 알아.
신영 : ??
잠시 후 웨이터 두 사람, 들것 갖고 들어온다.
부국장 : 여기다 이신영 눕혀.
신영 : !!
부국장 : 회식 때 뻗는 애들이 하도 많아서 하나 준비해 놓은거야.
(민재에게) 무겁죠? 여기다 내려놔요.
민재 : 아뇨, 괜찮습니다.
부국장 : 뭐해들. 얘 좀 여기 눕혀.
웨이터 둘, 들것을 들고 서 있다.
선배와 유PD AD 달려들어 민재 등에 딱 달라붙어있는 신영을 뜯어내 들 것에 놓는다.
신영 : ........(대처방안이 떠오르지 않고...)
민재 : 저기........(당황스럽고).........
부국장 : (웨이터에게) 이 분 좀 택시 타는데 까지 부탁해.
민재 :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AD : (잡으며) 민재씬 여기있어요.
유PD : 그래 민재씨 우리 오늘 얘기 하나도 못했다. 이리와 앉아요.
선배 : 그래 다들 앉고, 부국장님도 한잔 받으시죠.
해진 : 내가 택시 잡아주고 올게.
웨이터, 들 것에 신영 싣고 나가고 해진도 신영 백 들고 따라 나간다.
민재 : ..........(따라나가려 하는데).....
유PD AD ‘빨리 와요’ 민재를 끌고 와 주저앉힌다.
5. 상가 앞 거리 / 밤
신영이 실린 들것을 들고 나오는 웨이터.
신영 백 들고 따라오는 해진.
신영 : 내려줘요. 나 괜찮아요.
해진 : 힘들지? 조금만 참아. 택시 잡아줄게.
신영 : 걸을 수 있어. 나 좀 내려줘.
지나가던 사람들 들것 신영 구경하고 웨이터들 말 안 듣고 계속 택시정류장으로 간다.
신영 : (버럭) 야, 스톱! 당장 못 내려!
웨이터, 놀라 멈춰서면
신영 아무렇지도 않게 들것에서 풀쩍 내려 해진에 들고 있는 백을 낚아챈다.
차도로 뛰어나가 택시를 잡는 신영.
해진 : .....(황당) 뭐야, 멀쩡하잖아??
신영, 택시 타고 사라진다.
6. 신영네 집 앞 / 밤
차창을 똑똑 두드리는 경찰.
상우 : ?? (창문 내리면)
경찰 : (거수인사하고) 실례합니다. 여기 왜 이러고 계시는 겁니까?
상우 : 친구 기다리는 중입니다.
경찰 : 친구분 한테 전화를 해보시죠.
상우 :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경찰 :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상우 :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경찰 : 신분증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상우 : ......(지갑 뒤적이다가) 안 가져왔는데요.
경찰 : B동 307호 아가씨 따라다니는 스토커시죠?
상우 : 제가요? 아닙니다.
경찰 : 죄송하지만 잠깐 저희와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상우 : 왜 이러십니까. 저 스토커 아니라니까요.
신영, 걸어오다 저만치서 상우와 경찰 실랑이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얼른 몸을 숨기고.
상우 : 스토커 아녜요. 경찰서 갈 일도 없구요. 알았어요. 집에 가면 될 꺼 아닙니까. 내참..........
상우 바삐 차를 출발시켜 떠나고,
신영 부리나케 뛰어 집으로 들어간다. F.O.
7. 피트니스 클럽 / 아침
핫팬츠에 타이트한 운동복 입고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는 여자들 옆으로
핸드폰 든 반석, 곁눈질 하며 걸어온다.
바벨 들고 근력 운동중인 민재.
반석, 다가가.
반석 : 넌 이걸 증거사진이라고 보낸 거냐?
반석, 멀티메일로 온 사진을 들이민다.
어두운데다 신영이 쓰러 질 때 찍혀 알아볼 수 없게 흔들려 있다.
민재 : 흐릿해도 형체는 보이잖아.
반석 : 보이긴 뭐가 보여. 스승님한테 뻥을 칠라구 자식이.
민재 : 뻥 아니라니까. 자세히 봐! 이게 나구, 흔들린 게 신영씨.
반석 : 신영씨?
민재 : .......그럼 뭐라고 불러?
반석 : 너 이제 보니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내기는 핑계고 진심은 딴 데 있지?
민재 : 형이 내 자존심을 건드려서 일이 시작된 거 아냐. 내 코치 거부한다고.
반석 : 어쨌거나 이신영 기자가 너랑 사귀면 난 그 사람한테 제대로 실망할 거야.
어떻게 나 같은 남자를 몰라보고 너 같은 애송이랑.
민재 : 형!
반석 : 왜!
민재 : 그 나이 먹도록 모르냐? 사랑은 사람 맘대로 되는 게 아냐.
반석 : 이 자식 잘난 척 하는 것 좀 보게.
민재 : 기다려. 제대로 된 사진 보내줄게.
반석 : 니가 내기에 이겼다 쳐. 그 사람이 널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게 됐어.
그 다음은 어쩔껀데? 미안하지만 내기였어요 그럴래?
민재 : 그건 그때 가봐서.
반석 : 그 여자가 너한테 푹 빠진 후에?
민재 : 푹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 후에.
반석 : 나쁜 놈.
8. 신영네 거실 / 아침
오디오에서 기분 좋은 클래식 흐른다.
토스트 굽고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는 다정.
포크, 나이프, 접시 놓고, 꽃도 한 송이 꽂고 테이블 세팅 제대로 하고 있다.
예쁜 그릇에 삶은 달걀도 담아놓고. 오렌지 쥬스 잔에 따르며.
다정 : (방 쪽에 부르는) 이신영, 아침 먹어..... 야, 일어나!
신영, 방에서 부시시 나온다.
신영 : 웬일루 아침을 다 차렸냐.
다정 : 나 원래 이런 거 좋아해. 아침 차려줄 남편이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
신영 : 술 먹은 다음날 이딴 거 차려주면 퍽도 좋아하겠다. 북어국 없냐.
다정 : 너 어제 두발로 걸어 들어왔지?
신영 : 그래도 잠깐 업혔었어.
다정 : 진짜? 어땠어?
신영 : 좋드라.
두 사람 식탁에 앉아.
다정 : 그러다 진짜 사귀는 거 아냐?
신영 : 그건 아니지. 한 두 살 연하면 모를까.
다정 : 열여섯 살 연하랑 잘사는 데미무어를 봐. 너라고 못할 게 뭐 있니.
신영 : 그녀는 비버리 힐즈 저택에 살고 난 여기 전세로 산다는.
다정 : 윤상우 하민재 양다리 해.
신영 : 소개팅 때문에 그러냐?
다정 : 나 10월 22일로 결혼식 날짜 정했어. 남자만 찾으면 돼.
신영 : 계란 좀 줘봐.
다정 : (삶은 달걀 건네주며) 부케는 니가 받을래?
신영 : (다정 머리에 계란 팍 깨며) 그러지 뭐.
다정 : (화내는) 야아! 난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신영 : (껍질 까며) 주례, 사회도 정했냐?
다정 : 주례는 통역대학원 교수님, 사회는 동기중에 아나운서 있어.
축가는 하민재한테 부탁해도 되겠지? 너 그러니까 걔랑 사겨.
신영 : 다 준비됐네. 신랑 없어도 그날 우리끼리 모여서 결혼식하면 되겠다.
다정 : (계란 들어 신영 머리에 팍) 부케 취소! 딴 사람 줄꺼야.
신영 : 계란 하나 줘봐.
다정 : (계란 멀리 치우며) 결혼식날 줄게.
신영 : 너 어디 가서 그딴 소리 하지 마. 병원에 갇힌다.
다정 : 난 너무 완벽해 보여서 남자가 없는거야. 앞으론 허점을 좀 보여야 돼.
신영 : 너 지금 니가 귀여운 줄 알지?
벨소리 나고 현관문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
부기(E) : 이신영! 문 열어 봐! 빨리! (쾅쾅쾅)
다정 : 아침부터 왜 저래? 교양 없이.
신영, 인터폰 버튼 누르면 부기, 뛰어 들어와 신문을 내민다.
부기 : 이거 봤어?
신영 : (신문보고 외마디 비명) 악!
9. 도 로 / 아침
막혀있는 출근길.
신영, 핸즈프리로 통화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신영 : 양심이 있는 인간이야 당신?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가서 묻어 버릴테니까.
이번 취재가 어떤 건데 당신이 이걸 망쳐. 이 쓰레기야.
신영 옆을 지나는 다른 차(아침 일찍 스키장으로 떠나는 차.
힙합 스타일의 청년 2명과 뒤에는 보드와 여행 짐 가방 잔뜩),
차 안에 강한 락이나 헤비메탈 음악을 틀어 놨다.
옆을 보면 신영 소리 지르고 핸들을 치는 게 듣는 노래와 박자가 딱딱 맞는다.
신영을 향해 힙합 싸인같은 손짓하고 가는 차.
신영 : 저것들은 또 뭐야아아아!
10. 부국장실 / 낮
신문 펼쳐놓고 인상 구기고 앉아있는 부국장.
신문엔 ‘본지 특종 카르멘을 부른 무용가 이초희’
‘우리나라 최초 현대무용가 이초희 서구 오페라에도 심취’
‘본사 홈페이지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신영 : 음성 연구소 소장이 신문기자 조카한테 제 특종을 흘렸습니다.
부국장 : 그러게 이런 건 9시 뉴스에 줬어야지.
신영 : 어떻게 그래요. 제가 찾은 특종인데.
부국장 : 그래서 남한테 고스란히 넘겨주니 좋아?
욕심내고 쥐고 있다 이게 뭐냐. 제작비 들여서 기껏 녹화 해놓고.
신영 : 이 코너만 들어내고 아이템 준비해서 다시 녹화하겠습니다.
부국장 : 누구 맘대로? 파일럿 방송 일단 취소했어.
신영 : 그럼 언제로 다시 잡아주실 거예요?
부국장 : 해 오는 거 봐서. 그리고 스튜디오 녹화까지 꼭 해야겠냐? 세트비며 인건비도 많이 드는데...
그냥 VTR로만 가면 안되겠어?
신영 : ......생각해 보겠습니다.
11. 보도국 일각 / 낮
신영, 부국장실에서 나오는데 최명석 다가온다.
명석 : 니 덕분에 또 내꺼 나가게 생겼다.
신영 : ...무슨 소리예요?
명석 : 니가 펑크낸 시간, 내가 상 받았던 프로 앵콜방송 하기로 했어.
그 시간, 예능이랑 드라마에서 가져가려고 하는 걸 내가 지켰다.
신영 : 장하시네요.
명석 : 시집은 언제 가냐?
신영 : .............
신영, 대꾸 없이 나간다.
12. 화장실 / 낮
변기 뚜껑 닫은 위에 고개 숙이고 울고 있는 신영.
신영, 눈물 닦고 일어선다.
잘 보이지 않는 옆 벽면 위쪽에 싸인 펜으로 ‘/////////////////////// ’ 그려놓은 수십 개의 표시들.
더러 희미하게 지워지고 번지기도 했다.
신영, 입으로 펜 뚜껑을 열어 제일 끝에 작대기 하나를 ‘/ ’ 더 그려 넣는다.
신영 : 10년 동안 여기서 많이도 울었네.
신영, 씩씩하게 웃는다.
신영 : 괜찮아. (벽을 팡팡치며) 여기 다 채울려면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어! (팡팡)
옆 칸의 여자(E) : (똑똑 벽 두드리며) 왜 그러세요? 휴지 없어요?
신영 : (흡!..... 얼른 나간다)
13. 보도국 복도 / 낮
신영,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신문을 든 민재, 뛰어온다.
민재 : 어떻게 된거예요?
신영 : ..........연구소에서 얘기가 샌 거 같아요.
민재 : 그래서 운거예요?
신영 : 누가 울었다고 그래?
민재 : 눈이 빨간데.
신영 : 잠을 못자서 그래요. 어쨌거나 민재씨가 준 거 날려서 미안해요.
민재 : 그러니까요. 이젠 좋은 정보 있어도 주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신영 : 터프한 척 하지 말고 좋은 거 있음 또 줘요.
민재 : 어젠 잘 들어갔어요? 걱정했는데.
신영 : 잘 들어갔지 그럼. 챙겨줘서 고마웠어요.
민재 : 조만간 위로주 살게요. 낼 저녁 어때요?
신영 : 좋아요. 내가 살게요.
민재 : 나랑 약속 하나해요.
신영 : 뭔데?
민재 : 이젠 특종 날리지 않기로, 특종 날려도 울지 않기로 나랑 약속해요. (새끼손가락 내민다)
신영 : .........(손가락 거는데)
민재 : 코도 빨갛고 꼭 알콜중독 노처녀 같아요.
신영 : (걸었던 손가락 홱 풀고 돌아선다)
민재 : (웃으며) 전화할게요!
신영, 한참을 걸어간다.
저만치 멀어져 뒤돌아보면 민재 떠나지 않고 보고 서 있다.
민재, 신영을 보고 미소 짓는다.
신영 : ............
신영, 다시 뒤돌아 걸어간다.
신영, 갸우뚱.
신영 : ..... 왜 저래......
14. 회의장 / 낮
통역 부스의 다정. 눈빛 반짝인다.
젊고 잘생긴 한국계 남자, 네이티브 영어로 마이크 잡고 얘기 중. 캐주얼 한 차림에 매력있다.
(MS나 구글의 젊은 이사 정도라 설정)
다정, 그 남자가 맘에 드는지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통역 중.
앞엔 음료수 초콜렛과 함께 커다란 손거울도 놓여있다.
다정 : (통역) 저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회장이 직접 직원들 집에 케잌을 배달하는 걸로 유명하죠.
그래서 놀러나가지도 못하고 회장님 기다리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도 있습니다.
참석자들 웃는다. 그 중 젊은 여자 손든다.
남자, 질문 하라는 듯 지목하면.
참석자 : Are you married?
남자, 웃으며 대답한다.
다정, 짜증. 들고 있던 연필을 집어 던진다.
다정 : (통역) 예, 결혼 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한국에 함께 왔습니다.
15. 만찬회장 / 밤
원탁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경제 요인들 6명 정도. 외국 한국인 섞여서.
다정은 중요한 두 사람 뒷자리 사이에 앉아 통역하고 있다.
다정 : 관세에 관한 부분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받아들이겠답니다.
두 VIP, 와인으로 건배한다.
다정, 배에서 꼬르륵.
16. 신영네 거실 / 밤
막걸리 반 병 비어있다. 허겁지겁 도시락 세트 먹고 있는 다정.
신영 들어온다.
신영 : 이제야 밥을 먹어?
다정 : 밥통이 제일 싫어.
신영 : 밥통?
다정 : 밥 먹을 때 통역하는 걸 밥통이라 그래.
신영 : 남들 맛난 거 먹을 때 뒤에서 통역하는 거 진짜 곤욕이겠다.
다정 : 아까 와인이랑 막걸리 마시는데 나도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신영 : 그래서 혼자 이만큼을 마신거야?
다정 : 빈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거 정말 너무 싫어.
신영 : 먹을 밥이 있는 걸 감사해 이것아.
다정 : (가슴 치며) 아우 너무 급하게 먹었나. 나 막걸리 좀.
17. 신영 방 / 밤
이불 푹 뒤집어쓰고 자는 신영.
문 두드리는 소리.
다정(E) : 신영아... 자니....
문 열리고 다정의 시선으로 들어오는 카메라.
다정(E) : 나 급하게 먹고 체했나봐... 응급실 좀 같이 가줄래.
침대의 이불을 확 걷는데 백발 할머니가 누워있다.
백발의 신영, 일어나며.
신영 : (귀가 어두운) 뭐라구우?
다정 : (놀라) 이신영!
다정, 뒤돌아 거울을 보는데 역시 주름지고 폭삭 늙은 백발 할머니다.
다정 : 헉!
신영 : (돋보기 찾아 끼며) 독감주사 맞으러 가자구우?
다정 : 우리 결국 이렇게 늙은거니? 결혼 못하고 팔십까지 너랑 나랑 사는 거야?
신영 : (일어서며) 독거노인 잔치에 어서 함께 가자꾸나.
다정 : 노처녀에서 이젠 독거노인이 된거야?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어!
18. 신영네 거실 / 밤
테이블에 책 잔뜩 펼쳐놓은 채 작은 담요 덮고 잠들어 있던 다정, 버럭 소리치며 일어나 앉는다.
방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눈 비비며 뛰어 나오는 신영.
신영 : 너 왜 그래. 악몽이라도 꿨어?
다정 : ........(꿈의 여운으로 멍한)
신영 : 정다정........
다정 : (울음이 터진다) 흑........
신영 : 왜 그래.
다정 : 엉엉엉........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일에서만 잘나가고 결혼을 못할까.
세상의 반이 남잔데 어떻게 날 사랑해 주는 남자가 한명도 없는걸까. 흑흑.
신영 : 널 사랑하는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키 180 이상에, 명문대, 억대 연봉에 시누이 없는 차남,
인물 좋고, 사투리 안 쓰고, 머리숱 많고, 40평대 아파트를 가진 남자 중에 널 좋아하는 애가 없는 거지.
다정 : (버럭 화내며) 그게 그거지. 내 팔자엔 남자가 없나봐... 얼굴도 이렇게 이쁜데.... 흑흑....
신영 : 쯔쯔... 약 먹을 시간이다.
다정 : 넌 안 외롭니? 일만 하는 게 좋니? (흑흑)
신영 : 너무 좋아. 남자보다 일이 좋아.
다정 : (절규하듯) 넌 미친년이야!
신영 : (버럭) 막걸리 좀 그만 마셔!
19. 방송국 / 아침
신문 들고 커피마시며 걸어오는 신영. 지나가다 걸음 멈춰 선다.
열려진 연습실 문틈으로 민재가 보인다.
기타를 들고 있는 민재. 피아노, 첼로 연주자와 함께 연습중.
민재 : 잠깐, 여기서 박자를 바꿔보면 어때요? 엇박으로 시작해서 가면?
피아노 : 재밌겠는데요.
민재 : 그럼 첼로 먼저 가볼까요.
신영과 눈 마주치자 손들어 보이고 일어서 나온다.
신영 : 방해 하려던 건 아닌데.
민재 : 어? 이 커피 나 주려고 사왔어요? 고마워요. (뺏어간다)
신영 : ......아침부터 바쁘네요.
민재 : 밤 샜어요. 다른 연주자들이랑 팀을 짜서 재밌는 걸 한번 해보기로 했거든요.
신영 : 오늘 저녁 같이 못 먹겠네, 피곤해서.
민재 : 아 맞다. 저녁 먹기로 했었지. (신영 옆으로 360도 돌아보며) 그래서 오늘 이쁘게 하고 오신 거구나...
나랑 데이트 있어서.
신영 : 뭘 먹고 이렇게 버릇이 없는지.
민재 : 이따 전화주세요. (커피마시며 돌아서다) 읍!
신영 : 왜 그래?
민재 : (입술 만지며) 내 입술에 립스틱 묻었어요. 우리 지금 뽀뽀했어요. 나 책임 질 수 있죠?
신영 : 커피 내 놔!
민재 : 이따 봐요.
민재 들어간다. 안에서 첼로 피아노 기타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악 흘러나온다.
신영, 음악 듣고 서 있다 천천히 발걸음 옮기고.
20. 부국장실 / 아침
마주 앉아있는 신영과 부국장.
부국장 : 빵꾸난 아이템은 새로 잡았나?
신영 : 어제 밤까지 회의를 하긴 했는데 아직...
부국장 : 박태훈이가 술 마시고 여자 때린 얘긴 들었어?
신영 : 박태훈이면.... 그 얼짱 총각 국회의원이요?
부국장 : 클럽에 갔다가 술김에 시비가 붙어서 여자를 두들겨 팼는데
보좌관들이 돈으로 대충 입막음을 한 것 같아.
신영 : 돈을 받음 어떡해 그런 건 경찰에 가야지.
부국장 : 여자 찾아서 인터뷰 한번 해볼래.
21. 주택 앞 / 낮
아담한 한 주택 앞.
문 앞에 서서 인터폰으로 여자를 설득하는 신영.
신영 : 그 쪽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는데요... 그래도 이런 건 알리셔야죠.
여자를 폭행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뒷모습으로 찍으셔도 되구요. 음성변조도 원하시면....
문 열고 신영을 밀치고 나오는 20대 여자.
여자 : 안한다니까 그래요.
신영 : 억울하지 않으세요?
여자 : 댁 같으면 하겠어요?
신영 : ....나 같음 하겠어요.
여자 : 나도 잘한건 없잖아요. 술 마시고 놀다가 그러게 된건데.
신영 : 여자는 술 마시고 놀면 안돼요? 술 마시고 놀면 맞아도 돼요?
여자 : ........
신영 : 박의원은 생각이 틀려먹은 사람이예요. 시비중에 한 대 친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팬 것처럼 때렸던데....
이건 아니잖아요. 댁이 동생같아서 그래요. 난 그 사람 용서가 안되거든.
여자 : ..... 안할래요., 돌아가세요.
신영 : 4시까지 기다려볼게요, 맘 바뀌면 나오세요.
신영, 대문 앞에 서 있다.
추워서 뛰기도 하고 폐지 줍는 할머니 지나가면 리어카 밀어주고 지갑에서 천원짜리 여러 장 꺼내 쥐어 준다.
22. 회의실 / 낮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여자회장과 임원진들 앉아있다.
당당하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부기.
프로젝터로 외국의 노천카페, 유명한 레스토랑들 사진이 흐르고.
부기 : 컨셉이 중요합니다. 이젠 레스토랑이 트랜드와 스타일을 만들고
문화까지 이끌어내는 곳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한 이번 레스토랑의 컨셉은 이렇습니다. 도시, 여자, 웰빙!
23. 레스토랑 (고정) / 낮
텅 비어있는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신영. 옆엔 취재수첩과 녹음기 놓여있다.
피곤한 듯 종아리를 치며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는 부기.
신영 : 근사하다, 여기.
부기 : 이번 취재는 뭐야?
신영 : 나중에 얘기해줄게. 아... 피곤하다.
부기 : (커피와 스팀밀크 잔 가져다 주며) 마셔봐. 원두부터 바꿨어.
신영 : 음... 너무 맛있어서 눈물 날라 그래.
부기 : 회장이랑 네고 끝냈잖아. 여기 성공시키면 2호점은 뉴욕에 내고 지점장은 내가 하는 걸로.
신영 : 꺄오! 부기우기 짱이다.
부기 : 휴가 때 놀러와. 먹고 자는 거 해결해 줄게.
신영 : 1호점 꼭 성공하도록 나도 발 벗고 도와야겠다.
(E) : 핸드폰 벨
부기 : (발신자 보고) 못 말려.
신영 : 누군데?
부기 : 엄청 멋진 남자 있어.
신영 : 근데 왜 안 받아?
부기 : 부인이 있거든.
신영 : 뭐!?
부기 : 조만간 그 여자 찾아가서 말해줄려구. 당신 남편이 노총각인 척 하고 다닌다고.
신영 : 너 미쳤니. 관 둬.
부기 : 꼭 알려줄꺼야. 난 그 여자가 맘에 들거든.
신영 : 봤어?
부기 : 아니 느꼈어.
신영 : ......뭔 소린지....
부기 : 이번에도 제대로 방생해 줄거야.
30. 댄스 스튜디오 / 낮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근사하게 춤을 추는 여자.
플라멩고 솔로. 최상미다.
부기, 한 쪽에 서서 상미를 바라보고 있다.
상미, 프로처럼 춤춘다. 강렬하고 섹시하다. 춤이 끝난다.
상미, 부기의 시선 인식 못 한 채 땀 닦고 강사와 웃으며 얘기하고.
31. 플로리스트 카페 / 낮
화분과 꽃이 가득한 카페.
여자 5~6명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아 꽃을 만지고 있다.
촘촘하게 묶어 예쁜 화관을 만들고 있는 여자들.
그 중 가장 미모인 여자 최상미, 우아하고 가식적이게 보일정도로 화사하게 웃으며
꽃을 만지고 옆 사람과 얘기하고 웃는다.
좀 떨어진 테이블에 혼자 커피 놓고 앉아 그런 상미를 바라보고 있는 부기.
다 만든 화관을 써보는 상미.
‘어머 자기가 제일 이쁘다’ 아줌마들 칭찬.
상미 : (미소)
32. 고층건물 엘리베이터 / 낮
야외전망이 보이는 엘리베이터.
화관을 든 상미가 타고 문이 닫히는데 선글래스 쓴 부기 포스있게 걸어오며.
부기 : 잠깐만요!
상미 : (오픈 버튼을 눌러준다)
부기 : 감사합니다.
문 닫히고 둘만 탄 엘리베이터 올라가기 시작한다.
부기, 상미를 쳐다보고 서 있다.
부기 : ..............
상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부기 : 꽃이 참 예쁘네요.
상미 : 감사합니다.
부기 : (선글래스 벗으며) 제가 마술 하나 보여드릴까요?
상미 : ?
부기 : 그 꽃, 나 주세요. 오늘밤 그게 다시 댁한테 돌아가게 해드릴게요.
상미 : .....무슨 말씀인지.....
부기 : 만약 그 마술이 성공하면 나한테 백만 원 주세요. 실패하면, 제가 백 만원 드릴게요.
상미 : .........
부기 : 백만원 없어요? 생활비로 매달 5백씩 받잖아요. 아녜요?
상미 : (기분 나쁜, 경계로) 누구세요?
부기 : 당신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요.
상미 : .........!
부기 : 당신 남편이 지금 나한테 미쳐 있어요.
33. 건물 일각 / 낮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건물 일각. 임대 안 나간 사무실이나 짜투리 로비 같은 곳.
몸이 굳어 서있는 상미.
부기, 미니 매니큐어(까만색이나 파랑색)를 열어 한 꽃잎 뒤에 T자를 쓴다.
부기 : 표시했어요, 잘 보세요. 오늘 이게 댁한테 다시 돌아갈 꺼예요.
상미 : ........뭐하는 분이죠?
부기 : 레스토랑 컨설턴트예요. 남편은 와인 모임에서 알게 됐구요.
아직 다들 노총각으로 알고 있어요. 미혼으로 속이더라구요.
상미 : 그래서 미웠나요?
부기 : 난 남자한테 목숨거는 스타일 아녜요.
상미 : 그냥 차버리면 되지 나한테 왜 알려줘요?
부기 : 키스도 안했고, 같이 자거나 하는 일 절대 없었으니까 안심하세요.
상미 : 왜 나한테 굳이 알려주냐고 물었어요.
부기 : 좋은 사람 같아서요. 댁이.
상미 : ........
부기 : 그 남자가 입고 나오는 셔츠가 너무 깨끗해서 슬펐어요.
정성스럽게 다림질한 셔츠를 보고 당신을 느꼈어요.
남편한테 모든 걸 바치지 말라구 말해주고 싶었어요.
상미 : 남편한테 꽃 잘 전해주세요.
부기 : 금요일 3시, 이 꽃 만든 카페에서 만나요.
부기, 화관을 들고 자리를 뜬다.
상미, 그대로 굳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24. 신영네 집 앞 / 낮
신영, 걸어온다.
상우 : 어!
신영 : 너 뭐야! 스토커야? 왜 맨날 남의 집 앞에 와 있어?
상우 : 집 보러 다니는 중이라니까. 스토커는 누가 스토커야.
신영 : 우리 동네 오지 말랬지.
상우 : 업혀 오신다더니.
신영 : 업혔는데 니가 못 봤을 뿐이야. 너 경찰에 쫓겨서 먼저 가더라.
상우 : 내가 못 봤음 무효지 무슨 소리야.
신영 : 집은 딴 동네가서 구해.
상우 : 부탁인데 나랑 이 옆 주상복합 한군데만 같이 봐주라. 응? (신영의 손 잡아끄는)
25. 주상 복합 1층 상가 / 낮
걸어 나오는 신영, 상우.
신영 : (건성으로) 여기 좋네. 여기루 해.
상우 : 옛날에 우리가 같이 봤던 집보다 훨씬 좋지. 그래두 난 그 때 그 집이 더 좋은 것 같아.
그 땐 너랑 같이 산다는 꿈이 있었거든.
신영 : 얼마 전에도 꿈이 있었잖아. 나보다 훨씬 어리고 이쁜 여자랑 집 보러 다녔을 거 아냐.
상우 : 그 얘긴 하지 말자.
신영 : 넌 한 여자 인생에 흠집을 내놨어. 난 그 여자 생각나서라도 너랑 다시 잘하고 싶은 생각 없어.
상우 : 걔는 나한테 뭐라고 했었는 줄 알아? 오빠 눈 속엔 딴 여자가 있다고, 날 사랑하는 거 맞냐구.
날 사랑한다면 명품 백 사달라구, 신상 나왔다고... 백 값으로만 3천은 쓴 거 같다.
신영 : 백 값 너무 나와서 헤어졌구나.
상우 : 너랑 처음 만났던 1학년 첫 미팅 때로 돌아가고 싶다.
신영 : 혼자 가라. 가서 다시 돌아오지 마.
상우 : 넌 도대체 뭘 믿고 큰소리야.
신영 :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여자들 많이 변했어. 이젠 나이 들었다고 대충 아무데나 주저앉지 않아.
상우 : .....너 누가 있긴 있는거니? 너 정말 하민재 사귀냐?
신영 : ......그...래! 조만간 소개해 줄테니까 기대해.
상우 : 맨날 와서 조르곤 있지만 당장 돌아와 달라곤 나도 말 못해.
그냥 내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이러는 거야.
신영 : ........ 안 잊을게. 그럼 영원히 혼자 기다리면서 늙어죽던가. 나 먼저 간다. (나가버린다)
상우 : ..........여자들 원래 이렇게 잔인한거니?
26. 신영네 거실 / 어스름
신영, 소파에 모로 누워 자다가 번개 맞은 듯 벌떡 일어나 앉는.
신영 : 지금 몇시야....
불 켜고 핸드폰 찾아서 시간보고 놀라는.
신영 : 헉!
27. 방송국 내 연습실 / 밤
민재, 통화중. 옆엔 악기 튜닝중인 멤버들.
민재 : 전화가 없어서 그냥 취재 땜에 바쁜가보다 했어요.
신영 : 집에 들러서 잠깐 쉬고 나간다는 게 그만......
민재 : 집에 가서 이쁜 옷으로 갈아입고 오시려고 했구나. 괜찮아요.
신영 :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는......데.....
민재 : 푹 쉬고 다음에 봐요. 안녕.
28. 신영네 거실 / 밤
전화 내려놓는 신영.
신영 : 전화가 없음 자기라도 해봐야지..... 이상한 애야.
29. 방송국 내 연습실 / 밤
후배 : 선배 오늘 데이트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민재 : 했지.
후배 : 그런데 왜 안가세요?
민재 : 한번쯤 무심한 척 넘어가는 것도 좋아. 연습하자.
민재네 밴드, 연주 시작하고.... 음악 플라멩고 음악으로 물리면서.
34. 상미네 거실 / 밤
9시 뉴스 나오는 TV.
상미, 멍한 시선으로 TV 앞 소파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다. 텅빈 거실에 혼자. 외로워 보인다.....
(시간경과)
11시 예능프로가 나온다.
소파에 쪼그려 누워 잠들어 있는 상미.
TV속 웃음소리에 놀라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앉는 상미.
거실 테이블에 화관이 놓여 있다.
상미 : .............
욕실에서는 샤워 물소리.
상미, 화관을 보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샤워 물소리 그친다.
상미 : 당신 언제 왔어요?
남편(E) : 응?
상미 : 당신 언제 왔냐구?
남편(E) : 방금.
상미 : 이 꽃은 뭐야? 너무 이쁘다.
남편(E) : 당신 선물. 오다가 샀어.
상미, 꽃잎을 뒤집어 보면 매니큐어로 쓴 글씨가 보인다.
상미 : ......(욕실 향해 큰소리로) 고마워요 여보. 사랑해.
38. 항공사 내 카페 / 낮
상우, 웃으며 걸어온다.
다정, 앉아서 책 보고 있는 테이블로.
상우 : 다정씨!
다정 : 하이! 왜 땅 위에 계세요?
상우 : 비행 없어도 교육이다 뭐다 일이 많아요.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다정씨.
다정 : 고맙긴요. 마침 근처에 볼일도 있었어요.
상우 : 여기 미숫가루 아주 맛있는데.
다정 : 굿!
미숫가루 놓고 앉아있는 두 사람.
상우 : 신영이가 날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다정 : 당연한 거 아니예요?
상우 : 내가 그렇게 후져요?
다정 : 자기 차버리고 간 남자, 돌아왔다고 넙죽 받는 건 제 정신 가진 여자가 할 짓이 아니예요.
복수할 맘이 있음 또 모를까. 다시 사랑에 빠진 척 했다가 잔인하게 차버릴 꺼면 바로 다시 만나겠지.
상우 : 하여간 여자들은 다 이상해.
다정 : 나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남자를 한명도 못봤어요.
상우 : 다정씨가 날 좀 도와줘요. 말도 안 되게 하민재 같은 애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다정 : 연하랑 연애할 수도 있는거지.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아요 상우씨도.
상우 :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그러네요 다정씨.
다정 : 상우씨, 나 살짝 기분 상하네요. 난 지금 내 코가 석자인 사람이예요.
그런 나한테 두 사람 연애만 도와달라는 거예요 뭐예요.
상우 : 신영이랑 잘되면 내가 가만있겠어요?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지.
다정 : 잘나가는 노처녀랑 소개팅 한다는 남자 한국에 별로 없어요. 나도 현실을 알아요.
상우 : 어디에나 예외는 있어요. 희망을 가져요.
다정 : 물론 갖고 있죠. 그래도 앞으로 두 사람 연애는 둘이 알아서 하세요.
상우 : 미안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다정 : 부기씨가 새로 준비하는 레스토랑 오픈 때 근사하게 차려입고 와요. 내가 상우씨도 초대했다고 할게요.
상우 : 꼭 갈게요. 고마워요.
다정 : (소근) 저기.... 상우씨 앉은 뒤 쪽으로....
상우 : (돌아보려 하는데)
다정 : 돌아보지 말아요!
상우 : (얼른 바로) !
다정 : 나한테서 11시 방향. 그 쪽에 앉아있는 남자 누구예요? 멋진 수트 입은 남자.
상우 : 나가면서 볼게요.
상우와 다정, 일어서서 나간다.
상우, 뒤에 앉아있는 남자를 본다. 지나쳐 나간다.
다정 : 누구예요? 완전 내 타입인데.
상우 : 미국 MBA출신 우리 회사 최연소 이사요.
다정 : 어머 어쩜!
상우 : 이혼 세 번 하고 지금 동거중인데 여자를 그렇게 팬대요. 인사시켜 드릴까요?
다정 : 미숫가루 잘 마셨어요!
다정,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울적하다.
다정 : 용한 점집 또 없나....
39. 기획취재팀 방 / 낮
회의 책상에 모여 앉아있는 신영 해진 작가 AD.
AD : 30년 구둣방은 어때요? 좀 약한가?
작가 : 많이 약하지. 그 여자 인터뷰가 제일 나아.
해진 : 남자라면 내가 미인계를 써보겠는데 안타깝네.
작가 : 그럼 자긴 배용준 인터뷰 좀 잡아볼래?
해진 : 일단 박의원한테 맞은 여자부터 최선을 다해야죠. 왜 딴소리야.
신영 : 그 여자 인터뷰, 내가 꼭 잡아올게 두고 봐.
해진 : 우리의 영원한 돌쇠. 그런 태도로 남자를 잡았음 벌써 시집을 열 번도 더 갔을 것을.
신영 : 악담을 해라 이것아.
40. 거리 / 낮
다정, 막걸리 가득 찬 수퍼 비닐봉투 들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뒤에서 다가오는 고급 외제차, 다정을 향해 빵빵한다.
다정, 아랑곳 안한 채 바쁘게 걸어가는데 창문 내려가고.
조셉(E) : 다정씨!
다정, 돌아본다. 처음엔 갸우뚱... 하다가 점점 밝아지는 표정. 내 인생에 광명이!
다정 : 어머!!
41. 부기네 거실 / 밤
신영과 부기, 식사 중.
스파게티, 스테이크와 매쉬드 포테이토, 푸짐한 샐러드와 스프 놓여있는 식탁.
신영 : (감탄) 맛 끝내준다. 이거 얼마로 책정할 거야?
부기 : 고민중이야. 나머지 메뉴까지 다 나오면 그 때 정할려구.
신영 : 대박 예감! 정말 맛있다.
부기 : 정다정은 왜 안와.
신영 : 택시에서 내린다고 방금 문자왔어. 술 마셨는지 업돼 있는 것 같아.
(E) : (초인종 소리. 촐랑 맞게 여러 번)
부기 : 왔다.
문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
부기, 달려가 문 열어준다.
부기 : 주사 다정, 어서 와요.
달뜨고 취하고 상기된 다정, 흥분해 있다.
다정 : 얘들아 오늘 나 완전.... (급하게 신발 벗고 들어오다 엎어져 뒹구는)
부기 : 쯔쯔쯔.....
신영 : 오늘은 누구랑 마셨니?
다정, 기분 좋다. 일어서서 두 팔 벌려 천장보고 빙글빙글 돌며.
다정 : I'm so happy tonight.
부기 : 저러다 토하는 거 아냐?
다정 : (벅찬) 나! 드디어 만난 것 같아!
신영.부기 : 뭘?
다정 : 내 운명의 남자! 아하하하하... (하며 기쁨에 겨워 소파에 나뒹군다)
신영 부기, 소파로 와 앉는다.
신영 : 너 또 얼마나 마셨길래 정신을 놨니.
다정 : 내 얘기 들어봐. 부기씨, 들어보세요. 내가 오늘 울적한 마음에 점을 보러 갔었거든.
신영 : (순간 욱하는!! 쿳션으로 때리며) 굿으로도 부족하냐?
다정 : 아 글쎄 들어봐! 거기서 뭐라는지 알아? (살짝 뜸들이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대!
신영 : (비웃음 터지는) 큭!
다정 : 그래서 나라를 빛낼 남자를 곧 만난대.
부기 : 얘 내쫓아.
신영 : 너 이리 나와. (끌어내는데)
다정 : (신영 손 뿌리치며) 그런데 오는 길에 글쎄! 옛날에 회의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 그 사람을
(손뼉 치며) 딱! 만난거야.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갔던 청년 사업가, 조셉 강.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인물!
신영 : 그렇게 돈 잘 벌고 나라를 구할 인물이 왜 아직 여자가 없겠니.
부기 : 사업하는 사람들은 빚도 많아요. 부채탕감을 위한 접근일 수도 있어.
다정 : 이번엔 진짜야! 여자의 육감으로 알아. 드디어 왔어.
부기 : 레스토랑 오픈 파티에 데려와 봐요. 내가 봐줄게.
다정 : 오케이, 다들 기대해. 나 드디어 시집간다아아아!
42. 도서관 / 낮
책 보는 민재. 문자 메시지 소리.
민재, 전화기 꺼내서 보면 시계만 뜬다.
옆 자리 남학생, 문자 보며 흐뭇하게 웃는 모습.
민재 : ........
43. 보도국 / 낮
야근 일지 체크하는 신영.
후배1 : 선배 나 야근 좀 바꿔줄래요? 담주 월요일.
신영 : 그래라.
후배1 : 고마워요 선배.
(E) : 문자 메시지음.
민재(E) : 뭐하세요?
신영 : (문자 찍는다. 일해요!)
(E) : 문자 메시지음
민재(E) : 그날 저녁 못 먹은 거 오늘 어때요?
44. 도서관 / 낮
민재, 핸드폰을 본다.
신영(E) : 오늘은 밤새 길가에서 뻗치기 예정.
민재,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검색창에 ‘뻗치기’ 쳐 본다.
민재 : 기자들이 취재대상을 기다리며 한없이 대기하는 것을 말함. 단순 무식하지만 힘든 작업.....
45. 여자네 집 앞 / 밤
추워서 콩콩 뛰며 서있는 신영.
추위 없애려 왔다갔다 뛰어보고 팔다리 움직여 보는 신영.
(E) : 핸드폰 벨
신영 : 여보세요........?? 여보세요?
46. 민재네 거실 / 밤
민재, 통화중.
민재 : 하민잰데요, 제 번호 저장 안돼 있어요?
신영 : 돼 있어요.
민재 : 그런데 왜 민재씨! 이렇게 안 받고 여보세요 하세요?
신영(F) : 아우 별걸 다 가지고...
민재 : 다시 할게요. (전화 끊는다)
47. 폭행녀 집 앞 / 밤
벨 울린다.
신영 : 하민재씨!
민재 : 그냥 민재씨. 다시 할게요. (전화 끊고)
벨 울린다.
신영 : 민재씨!
민재 : 뭐하세요?
신영 : 길에서 뻗치기 한댔잖아요. 추워죽겠는데 별걸 갖고 다 트집이야.
민재 : 지금 어딘데요?
신영, 제자리 뛰기 하고 있다.
민재 : 신영씨!
신영 : (돌아보면)
민재, 군고구마 봉지 들고 귀마개하고 큼지막한 쌕을 매고 다가온다.
신영 : 응원하러 온 거예요?
민재 : 누구예요 대체. 인터뷰 안한다는 사람이.
신영 : 민재씨가 미인계로 한번 녹여볼래?
민재 : (두 손으로 신영의 볼을 잡으며) 일단 몸부터 녹이세요. 볼이 빨개요.
신영 : ................
민재, 쌕에서 귀마개를 꺼내 신영에게 씌워주고 보온병에서 커피를 꺼내 따라준다.
군고구마 봉지를 만져보는 민재.
민재 : 뜨끈뜨끈 했는데 벌써 식었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신영 : 괜찮아요. 아직 따뜻해.
민재 : 금방 올게요.
민재 뛰어간다.
신영, 커피 마시며 서 있다.
잠시 후 군고구마 할아버지와 함께 장작불 타는 군고구마 리어카 함께 끌고 오는 민재.
신영 : !!
민재 : 불 쬐라구요.
신영 : 미쳤어?
민재 : 여기가 장사도 훨씬 잘되실 꺼 같아서.....
나무로 굽는 군고구마.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오가는 사람들 간간이 고구마를 사가고.
고구마 통 옆에 붙어 서 있는 민재와 신영.
민재, 긴 목도리를 풀러 신영과 같이 맨다.
두 사람이 두 번 두르고도 넉넉한 목도리.
민재 : 오늘이 꼭 크리스마스 같다.
신영 : 추운데 웬 고생이예요?
민재 : 그러게 누가 특종 놓치래요?
신영 : 내가 놓치고 싶어서 놓쳤니? 민재씨도 좀 더 살아봐.
죽어라 노력해도 삑사리 나는 일이 인생에 얼마나 많은데.
민재 : 이 오빠는 벌써 알고 있지. 그걸 이제 알았쩌요?
신영 : ......뭘 먹고 이렇게 버릇이 없니 진짜.
민재 : 발 시려온다. 그쵸? 우리 같이 뛰어요.
합동 목도리 한 두 사람 콩콩 나란히 제자리 뛴다.
민재 : 신영씨한테서 좋은 냄새 난다. 향수예요, 샴푸예요?
신영 : 날더러 왜 신영씨래 건방지게?
민재 : 그럼....... 신영아? 이걸 원하는구나.
신영 : 진짜 한 대 패주고 싶다.
민재 : 속으론 좋지? (웃는)
신영 : 오늘 날도 춥고 혼자 뻗치기하기 심심해서 봐준다.
민재 : 인터뷰 안한다는 이유가 뭐예요?
신영 : 클럽에 놀러갔다 술 취한 박태훈 의원한테 맞았는데
스스로 부끄럽다고 여기는 지 뭐가 두려운 지 죽어도 안한다네.
민재 : 그 사람, 예전에 캐디 폭행사건도 있지 않았나?
신영 : 아 맞다! 그랬던 것 같네 진짜. 그 때도 헛소문이다 사실이 아니다 하면서 덮은 것 같아. 맞아....
민재, 집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여자(E) : 누구세요?
민재 : (인터폰에) 이신영 기자 친굽니다. 군고구마 좀 드세요.
신영 : (뒤에서 보며) 소용 없어.
여자, 집에서 나와 신경질 적으로.
여자 : 왜 이래요. 안한다니까.
민재 : (어리둥한 표정 지으며) 뭘 안하신다는 거죠?
여자 : 인터뷰 안한다고 백번 넘게 말했을텐데요.
민재 : 인터뷰는 필요없구요, 저랑 잠깐 누구 좀 만나러 가시죠.
신영 : ?
여자 : .....무슨 소리예요.
민재 : 박의원이 예전에 폭행했던 캐디요. 그 때 그 분이 경찰에 신고만 했어도 댁한테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았죠.
그러니까 따지러 가자구요.
신영, 조용히 민재를 보고 서 있다.
민재 : 박의원,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한테만 주먹을 휘두르잖아요. 앞으로 피해자는 또 생길 꺼예요.
인터뷰 하기 싫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데
댁보다 더 억울한 피해자가 또 생긴다면 속상하지 않겠어요?
신영 : ................
민재 : 지금 꺼려하시는 인터뷰가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어요.
여자 : 누구세요? 기자는 아닌 것 같은데.
민재 : 이신영 기자 친굽니다. 추운데서 고생하길래 응원 왔다가 얘기 듣고 급 흥분했어요.
무례하게 군 거 용서하세요.
여자 : 알았음 돌아가세요.
민재 : 우리 모두 당신 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뭐가 무서우신 거예요.
여자 : ......(신영을 향해) ....내일 전화할게요.
민재 : 하신단 말씀이죠?
여자 : (말없이 들어간다)
민재 : 저희 여기서 좀 더 있다 갈게요. 군고구마 생각나면 언제라도 나오세요.
신영 : 자기 보통 아니다.
민재 : 다 자기를 위해서지.
나란히 불 쬐며 커피마시며 고구마 먹는 두 사람. ‘아 뜨거’ 마주보며 웃고....
민재 보며 미소 짓는 신영.
신영(E) : 기억상실이 풀리듯, 봉인된 추억이 풀리듯 아련한 느낌이 아지랑이처럼 옵니다.
연애가 이런 거였지, 설레는 게 이런 거였지... 피가 돌고 심장이 뛰고 봄이 오는 이 느낌.
나를 가꾸고 싶은 마음.
왜 하필 오늘 여기서 이런 필이 올까요. 이 아이 옆에서.
핸드폰 벨 울린다. 발신자 보고 놀라.
신영 : 어? 이윤희씨? 네... 그래요, 그럼 일단 내일 만나요. 잘 생각 했어요. 고마워요.
민재 : 됐어요?
신영 : 응, 한대!
두 사람 껴안고 좋아서 펄쩍펄쩍 뛴다.
민재, 핸드폰 꺼낸다.
민재 : 인터뷰 성사 기념으로.
민재,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는다. 다정한 포즈로 표정 지어보는.
신영(E) : 옆에 있는 이 아이, 남자로 느껴질까 두려워지는 현장에서 백년 만의 연애느낌 이신영입니다.
딱 붙어 다정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 얼굴 찰칵!
48. 진료실 / 밤
책상에 앉아있는 반석. 핸드폰 사진을 본다.
다정한 신영과 민재.
놀라서 뒤로 의자 젖히다가 의자 뒤로 훌렁 넘어간다. 꽈당.
49. 거리 / 밤
외제차에서 내리는 행복한 다정.
다정 : 고마워요 조셉. 그날 봐요. 전화할게. 바이!
다정, 손 흔들고 차 멀어진다.
50. 신영네 거실 / 밤 <50, 52씬 대사 수정및 추가 >
구두, 옷, 백 매치해서 입고 서 있는 다정. 세련되고 포멀한 수트 입었다.
옆엔 부기, 신영.
다정 : 어때? 나 그날 조셉 훅 가게 만들고 싶은데.
부기 : 파티에 가는 건지 회의장에 가는건지...
다정 : 딱딱해 보여요?
부기 : 훅가게 만들려면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줘야죠. 지금 그건 아니야.
신영 : 나 그날 하민재 초대했어. 윤상우도 온다니까 그 앞에서 다정한 모습 보여줄꺼야.
부기 : 하민재랑 사귀니?
신영 : 윤상우 퇴치용으로 부른거야.
부기 : 둘 다 그날 밤은 여신 포스로 가야겠네. 기다려 봐요. (뛰어나가는)
시상식 나가듯 노출이 심한 화려한 드레스 입고 서 있는 신영과 다정.
부기, 맘에 드는 듯 보고 서 있다.
부기 : 음.... 잘 어울리네. 그거 입고 와.
신영 : 이거 어디 불안해서 입겠냐. 몇 발짝 걷다보면 훌렁 벗겨지겠다.
다정 : 난 그냥 용기내서 입을까?
부기 : 뽕 브라 세게 넣고 입으면 돼요.
다정 : 음.... 시상식장 여배우들 보다 나은 것 같은데. (거울 보며 자기 모습에 취해 콧노래 흥얼거리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
신영 : 누구세요?
경찰(E) : 택뱁니다.
신영 : 이 시간에 웬 택배....
신영, 문 열면 여자 경찰 1명과 사복경찰 2명 들어온다.
세 여자 놀란 표정.
경찰 : 경찰입니다. (다정 향해) 정다정씨 맞으시죠?
다정 : 네. 그런데요....
경찰 : 잠깐 저희랑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다정 : 제가 왜요? 저 잘못한 거 없는데요.
경찰 : 조셉 강씨 아시죠?
다정 : ......그 사람이 왜요?
신영.부기 : .......(마주보며 불안한)
경찰 : 잠깐이면 됩니다. 같이 가시죠.
경찰들 드레스 입은 다정의 팔을 잡고 나간다.
놀란 신영과 부기, 다정을 잡는데
경찰한테 끌려나가는 다정.
다정 : (끌려 나가며) 시.....신영아....
신영 : (다급히 소리치는) 가서 전화해. 어느 경찰선지 알려주면 2진 한테 연락하고 따라갈게.
부기 : .......느낌이 매우 안 좋아.
51. 신영네 집 앞 / 밤
경찰차 와서 선다.
드레스 위에 경찰 추리닝 등에 두른 다정, 내린다.
경찰, 내려 거수 경례한다.
다정, 성질나는 듯 츄리닝 벗어 던지고 걸어간다.
52. 신영네 거실 / 밤
드레스 입은 다정 들어선다.
신영 : 정다정!
소파로 엎어지며 울음 터지는 다정.
신영 : 정다정! 왜 그래. 울지만 말고 말해봐!
다정 : 머리 뽑히고 왔어.
신영.부기 : 뭐?
다정 : 가뜩이나 요즘 머리 많이 빠져서 고민인데.... 그래서 탈모방지 샴푸 쓰고 있는데....
경찰서 가서 머리카락 뽑히고 왔어.
부기 : 그 사람 유부남이죠? 마누라한테 뽑혔죠?
플래쉬 백 - 경찰서. (경찰서 씬은 대사들리지 않게 무성영화나 격한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진다)
놀란 표정의 푹 파진 드레스 다정. 그럴 리 없다는 듯 두 손을 벌려 들고 고개를 젓는다.
다정(E) : 조셉 강이 마약으로 걸렸대요. 최근에 자주 만난 사람들 추적조사에 내가 걸린거야.
신영(E) : 이봐! 서글픈 반전이 있을 줄 알았어.
눈썹에 빵꾸나고 머리 올백으로 까 넘기고 질 떨어져 보이는 양아치들 너댓명 대기의자에 앉아있다.
모두 다정을 호기심 어린 의아한 눈길로 보고 있다.
푹 파진 드레스 입은 다정. 형사 앞에 꼿꼿이 서 있다.
형사, 다정을 의자에 앉히고 타이트한 비닐장갑 낀 손으로 다정의 머리를 들춰 머리카락을 뽑는다.
다정, 거부한다. ‘몇번 안 만났어요 난 아니예요’
형사, 옷차림을 가리키면서 ‘정상인이 집에서 이런 거 입고 있습니까’ 하면서 머리카락을 뽑는.
다정, 아 따거 소리치는.
양아치들 뒤에서 킥킥 웃고.
다정(E) : 집에서 이런 옷 입고 있다고 약 먹은 거 맞다고... 머리카락 뽑았어. 흑흑.....
머리 뽑힐 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따가웠는지 알아?
다시 거실.
부기 : 울지마요. 며칠이나 사귀었다고. 파티에 와서 좋은 남자 찾아 봐요. 응?
신영 : 그래 우린 탈모방지에나 신경쓰자. 나두 요새 머리 장난 아니게 빠져.
53. 미용실 / 낮
신영 다정 부기 머리에 수건을 겹겹이 두르고 앉아있다.
미용사 셋 뒤에서 와서 머리에 불을 붙인다.
세 여자 머리에 불붙어 활활 타오른다.
부기 : 어때? 따뜻하지?
다정 : .....아....난 뜨거운 것 같아.... 아 뜨거! 뜨거!
신영과 부기 얼른 일어서 옆에 있는 신문과 수건으로 다정 머리를 내리쳐 불을 끈다.
54. 레스토랑 / 밤
내외국인으로 북적이는 레스토랑.
예쁘게 차려입고 들어서는 신영. 두리번 하는데.
민재 : 신영씨!
신영, 보면 근사한 수트에 넥타이 맨 민재 서있다.
신영 : !!! 꺄오! 딴 사람 같네.
민재 : 신경 좀 썼죠. 오늘 친구들 소개받는 날인데.
민재, 지나가는 웨이터에게서 샴페인 잔 두 개 들어 하나를 신영에게 건네준다.
민재 : 맘껏 드세요. 오늘도 업어줄게.
신영, 입구에 역시나 근사하게 차려입은 상우가 들어서는 게 보인다.
신영, 민재의 팔짱을 낀다.
민재 : ........
상우, 걸어오다 신영을 본다.
팔짱 끼고 다정히 샴페인 마시고 있는 두 사람보고 불끈하는 눈빛!
상우, 그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신영 : ......(민재와 얘기하는 척. 그러나 상우가 다가오는 게 신경 쓰인다) 민재씨...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됐어?
민재 : 어떤거요?
신영 : 녹화는 언제 한대요?
민재 : 다음주요.
신영 : 구경가도 돼죠?
민재 : 그럼요.
상우, 일부러 두 사람을 스쳐지나간다.
신영 : ..........
신영, 돌아본다.
상우, 바 쪽에 서 있는 다정에게 다가간다. 반가운 척 큰소리로.
상우 : 다정씨! 언제 왔어요. 오늘따라 너무 이쁘신 거 아니예요.
다정 : 상우씨! 어서 와요. 한잔 할래요?
상우 : 해야죠. 맨 정신으로 있고 싶지 않거든.
신영 민재 한 쪽에 서 있고 다정과 상우는 바에서 한 잔.
부기, 상우 다정 쪽으로 걸어간다.
부기 : 상우씨 왔어요?
상우 : 레스토랑 멋지네요.
부기 : 감사합니다. 어? 신영이는 저기 있네.
다정 : (돌아본다) 어머? 옆에 저 멋진 남자 누구야?
부기 : 저 친구가 하민재구나...
상우 : (맘에 안드는 듯 헛기침) 흠....
다정과 부기, 신영 민재에게 다가온다.
상우는 맥주 마시는 척 하면서 신경 쓰이는 듯 슬쩍슬쩍 돌아보고.
부기 : 안녕하세요.
신영 : 아, 민재씨. 여기 내 친구들이예요. 이쪽은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부기.
민재 : (깍듯이 인사) 처음 뵙겠습니다.
부기 : 와 주셔서 고마워요. 자주 뵈요.
신영 : 이쪽은 지금 나랑 같이 사는 동시통역사 정다정.
민재 : 안녕하세요. 하민잽니다.
다정 : 반가워요. 나 민재씨 노래 중에 좋아하는 거 있어요.
민재 : 어떤거요?
다정 : 싸구려 커피.
민재 : 그건 제꺼 아닌데....
신영 : 좀 제대로 알고 아는 척을 해.
다정 : 그냥 웃길려고 해본거야. 혹시 형은 없으세요?
민재 : 없는데요.
다정 : 웃길려고 물어본 거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민재씨.
민재 : 네. 저도 반갑습니다.
신영 : 배고파. 일단 좀 먹자. 민재씨, 이리와요.
신영, 민재를 끌고 스낵테이블로 간다.
부기는 다른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움직이고 다정은 상우가 있는 바로.
다정 : 누군 좋겠네. 돌아와 주길 바라는 옛날 남친도 오고, 연하의 새 남친도 오고....
상우 : 새 남친은 누가 새 남친이예요. 딱 봐도 어색해 보이는구만.
다정 : 상우씨도 가서 인사해요.
상우 : 내가 왜요? 여기 한잔만 더 주세요.
뷔페식으로 차려진 테이블.
신영과 민재, 접시에 샐러드나 샌드위치 딤섬 들고 와 먹는다.
상우, 술 마시며 자꾸 신영 쪽을 힐끔 거린다.
신영도 상우가 신경 쓰인다.
신영 : ..........부탁이 있는데....
민재 : 말씀하세요.
신영 : 오늘....있잖아요.
민재 : 집에 가지 말라구?
신영 : (펄쩍) 그런 게 아니라!
민재 : (웃으며) 농담이예요. 너무 놀라니까 내가 다 민망하네.
신영 : 내가 오늘 친한 척 해도 이해해 줘요.
민재 : 친하잖아요, 우리.
신영 : ...친한.... 가? 더 친한 척 해도 이해해 달라구.
민재 : 친한 척 한번 해봐요. 보고 결정할테니까.
신영 : ..........
민재 : 이거 어때요? (얼굴을 내밀어 키스할 듯 가까이 다가온다)
신영 : (부끄러워하며) 아이 그 정도까진 아니구....
민재, 신영의 어깨에 손을 둘러보는.
민재 : 그럼 이건?
신영 : ........ 나쁘지 않아.
민재 : (신영 어깨 감싸 안은 채 미소)
상우, 뒤 돌아보는데 민재가 신영의 어깨를 감싸고 다정하게 웃으며 눈 맞추며 얘기하고 있다.
상우 : (불끈) !!! 다정씨! 봤어요?
상우, 대꾸 없어 옆을 보면
다정, 술잔 들고 옆에 서서 부기가 소개해 주는 외국인들에게 인사하고 악수하고 바쁘다.
상우 : .......여기서 내가 제일 외로운 존재군. (들고 있던 잔을 다 마신다)
한 쪽의 신영, 민재와 다트판에 화살 던지며 게임 중.
민재, 명중 명중 퍼레이드.
신영 : 까오! 자기는 별걸 다 잘한다.
민재 : 8대 3으로 내가 이겼는데... 뭐 없나?
신영 : ..........뭐가 없냐니....
민재 : 친한 척 좀 하지? 허락까지 받아놓곤 친한 척을 안하네.
신영 : ......
민재 : 그럼 이긴 사람 맘대로 내가 해도 되죠?
신영 : ?
민재, 신영의 볼에 기습 뽀뽀.
신영 : !!
놀란 신영의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