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나온 시집인데 안 풀리던 시 구절들이 소설들을 읽고나니 더 많은 울림을 준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 일종의 서시다. 살아야겠다는 의미가 "나는 밥을 먹었다"라는 검박한 언어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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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회복기가 필요하여, <회복기의 노래>를 썼을까. 이 시집을 내기 전 2007년에 채식주의자를 썼고, 거의 7년이 걸렸다는 <소년이 온다>가 2014년이 나온다. 결국 이 시집은 두 가지 거대한 질문의 격투기를 거쳐 나온 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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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전체를 감싸는, 아니 한강 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시는 <서울의 겨울 12>가 아닐까.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라는 구절은 한강 글쓰기의 원리를 드러낸다. 텍스트에 등장하는 화자의 호흡, 슬픔, 눈물을 작가가 대신해주는 신체적 글쓰기다. 그래서 "네 먹장 입술에 / 벅착 숨결이 되어주지"라고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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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피로 쓴 글만을 글로 인정한다는 말이나, 윤동주가 단어를 세포에 넣어 1년 걸려 한 문장을 만든다는 말이나, 김수영이 '온몸을 밀어' 글을 쓴다는 말이나, 모두 신체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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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문학은 단순한 애도 문학이 아니다. "강물 소리, / 들려 주겠네"라는 가능성을 독자에게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