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함안보’에서 신선봉을 원점회귀하고보니 북쪽으로 석천산과 도덕봉이 눈에 밟힌다.
거기에 더하여 길곡리 우측 봉우리인 강태봉을 아우르는 원점궤적을 그릴 수는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를 거듭하였지만 혼산을 하기에는 어프로치구간에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준족들은 신선봉에서 20km가 넘게 크게 원을 그리며 걷기도 하지만.
그런 어느날, 용기를 냈다.
“일단 산아래 붙기나 해보자.”
강태봉(江泰峰 476.6)은 길곡면 중앙에 제일 높게 솟은 산이다.
길곡리 동쪽, 하도 산이 험해 ‘강철산’으로 부르다가 지도상에 그만 ‘강태봉’으로 올려졌다.
봉우리 동편에 황토가 벌겋게 드러나 ‘붉은 점등’, 또는 ‘황토산·홍토산’이라고도 불렀다.
창녕군 지명사에 따르면 “중국의 명 재상 강태공이 천하를 주유할 때 우리나라 신성봉의 소문을 듣고 신선봉에 왔다가 강태봉에 올라 이 산에서 곧은 낚시를 낙동강에 드리우고 고기를 낚았다”는 전설을 전하고 있다.
풍수가들은 ‘강태봉을 중심으로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좌청룡과 우백호가 발달해 있어 큰 새가 날개를 펼쳐 주변을 감싸안은 형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명당’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래선지 길곡리 주민들은 “한겨울 한파가 매서워도 산 정상에만 오르면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고 한다.
석천산(石泉山 351.1)은 길곡리 서쪽 완만한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곳에 솟아 있으며, 북쪽으론 모리고개를 지나 도덕봉, 남쪽으론 바람재를 지나 신선봉과 뒷각산(242m)에 접하고 있다.
넓적넓적한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어 마치 시루떡처럼 생긴 ‘시리떡 바우’와 농짝처럼 생긴 ‘농바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이름에서보듯 그 바위 어디에서 샘솟는 ‘돌샘’이 있어 생긴 이름(石泉)일 것.
도덕봉(道德峰 372.8)은 도둑들의 본부가 이 산에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산 아래 부곡면 사창리는 조선시대에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조세양곡을 보관하던 창고인 사창(社倉)이 있었다.
이 양곡을 탈취하기 위해 도둑들이 근처에 들끓으면서 도덕봉에다 그 본부를 두게 되었던 것.
그래서 ‘도둑개’라고 불렀고, 뜻이 좋지 않은 ‘도둑’ 대신에 발음이 비슷한 좋은 뜻의 글자를 써서 도덕봉(道德峰)이라 한 것.
천하의 도덕군자들이 도덕(道德)을 논할 이름이 이러한 이유로 탄생하게 됐으니 아이러니하다.
‘무정태곡’은 길곡리에서 도천면 예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무정타고개’, ‘무정치곡(無情峙谷)’으로도 불린다.
낙동강 임해진나루에서 영산·창녕으로 넘어 가던 길로써 신라 때부터 우마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큰길이었다고 한다.
‘무정(無情)한 사람들도 넘어 다녔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란 것.
이 고개에는 두 남매에 관한 전설과, 방탕한 남편에게서 구박받던 여인이 무정한 남편을 원망하며 죽었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들머리로 삼은 ‘지피실고개’는 ‘지피실’마을을 넘어 다니는 고개이다.
도덕봉 밑 덕곡리(德谷里)엔 자연마을 ‘가마골’, ‘지피실’이 있다.
가마처럼 생긴 골짜기에 있다고 ‘가마골’, 깊은 골짜기에 있다고 ‘지피실’인데, ‘심곡(深谷)’ 또는 ‘깊이실’로도 부른다.
또 지피(개피)가 많아 ‘지피실’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산행코스: 지피실고개-폐광-사창고개갈림길-423.8m-강태봉-도로(중길정류장)-임도-바람재-석천산-모리고개-도덕봉-지피실고개
궤적.
조금 크게.
10km가 조금 넘는 길을 마음만 바쁘게 5시간 30분 쯤 걸렸다.
고도는 중간에서 중길마을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쳐올렸으니 고도 상승과 하강이 1,000m가 넘는다.
미리 준비한 표지기.
네비 주소창에 '창녕군 길곡면 길곡리1-2'를 입력하여 '지피실고개'에서 차를 멈춘다.
도천면과 길곡면의 경계인 '지피실고개' 아래에 (주)서전,유성,천마 입간판이 서있다.
공장 입구 한켠에 차를 대고 포장진입로 끝 살짝 솟은 산으로 진입할 계획.
열린 철문으로 들어가며 좌측 공장에다 촉각을 곤두 세웠다.
내려앉은 산자락이 내가 오를 곳.그때 바로 앞에서 늙수구레하고 얼석은 송아지만한 개가 짖지도 않고 벌떡 일어난다.
"에구~ 놀래라, 이넘아"
산자락에 올라오자 탱자울타리가 사유지인 듯 영역을 표시하고 있고...
연거푸 커다란 수조탱크를 지나...
탱자울타리를 따라 오르자...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은 빤질빤질 비단길이 나있고...
좌측 반대쪽 내리막으로도 둘레길수준의 산길이 보인다. 어디에서 올라온 길인지 알고 싶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나중에 길입구를 찾아보았으나 아래쪽엔 산사태방지 철망휀스가 빙 둘러져 있어 길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319m 삼각점봉에 올라...
안내판을 확인한 뒤...
부산한마음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고도가 평이한 둘레길 수준의 산길은 때맞춰 만개한 진달래 화원.
간이의자가 마련된 이 봉우리는...
355.5m봉.
식생은 소나무. 능선이 끊기며 좌측으로 우회하는 건...
능선이 마치 깊은 계곡처럼 파여져 있기 때문으로 이는 폐광산의 흔적인 듯하였다.
나무휀스를 친 뒤 부주의로 구덩이에 떨어지지 않게 안전조치를 하였다.
그 옆에서 만난 334.2 삼각점.
등로 좌측 나무에 기대어진 '일성콘도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아항, 이 등산로는 '부곡온천'쪽으로 발달되어 있구낭"
무덤이 있는 곳, 벤치에선 바람막이를 하여 따스한 쉼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338.2m봉에서 '부산한마음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그런 뒤 한차례 된힘을 썼더니 올라선 봉우리는 무덤 한 기가 있는 널따란 고원(423.8m봉).
'경주최씨' 할매무덤이다.
나는 이곳 볕바른 곳에 퍼질고 앉아 입산 세러머니를 하다가 그늘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벌써 그늘을 찾게 된 것.
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강태산을 향하며 무덤을 지나자...
벌초를 하지 않아 산발이 된 강태봉 고스락에 오른다.
표지기를 매단 뒤...
잡목사이로 상길저수지를 내려다 보았다.
생강나무꽃과...
복숭화꽃이 반기는 내림길은 능선이 뚜렷하지 않고 펑퍼짐해 반듯한 길이 나있지 않다.
무덤을 만나고...
멧돼지 횡포가 지나간 부부묘를 지나면...
밀양 박씨묘가 있는 과수원 농로에 내려서게 된다.
길 건너 잘록한 고개가 바람재이고, 그 우측 봉우리가 석천산.
바람재를 보고 우측 농로로 질러 들어가다 농부가 일하는 농가가 있어 되돌아 나왔다.
벚꽃가로수가 있는 아스팔트로 나온 것.
아스팔트를 걸으며 내려온 강태봉을 뒤돌아 본다. 농가 뒤쪽으로 난 펑퍼짐한 능선이 내가 내려온 길인 듯.
아스팔트 5분을 걸은 뒤 만난 중길버스정류장에서..
그 맞은 편으로 난 마을길로 오른다. 마을 뒤로 바람재가 잘록하고, 우측에 석천산이 보인다.
더 우측으론 내가 이어 타게될 석천산에서 도덕봉까지의 능선이 뻗어나간다.
마을길을 지나...
다시 뒤돌아보는 강태봉.
포장임도는 우측 100여m 전방의 건축물을 지나 모리고개를 넘어 도천면으로 넘어간다.
내가 오를 바람재 가는 길은 이 길로 400여m 진행하다 좌측 비포장임도로 크게 꺾어돌게 된다.
나는 이 지점 그늘진 곳에다 배낭을 벗어놓고 벌컥벌컥 물을 들여마시다 좌측으로 산짐승들이 오르내린 듯한 길을 발견하였다.
이 길로 오르면 임도를 가로질러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한 채 그길로 들어섰다.
들어선 오솔길은 곧장 오르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사면을 따르는 길.
작은 건계곡을 건너...
무덤을 지나기까지 계속해서 사면을 이어간다.
한층 여유로워진 나는 길옆 각시붓꽃과도 눈맞춤하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른다.
gps를 확인하니 이 길은 작은 계류를 좌측 겨드랑이에 끼고 바람재로 곧장 오르는 길.
비포장임도에 닿기전 끊어질 듯 이어지던 오솔길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래서 족적을 따라 우측으로 비켜 들었더니 임도 바로 아래에 후손의 손길이 느껴지는 무덤 한 기가 있다.
나는 무덤 뒤 임도로 바로 올라섰지만 지형도는 우측으로 휘어 그리지 않고, 임도 곡각지점으로 바로 그려 넣었다.
비포장 임도에 올라선 뒤 7~80m 전방에 바람재로 오르는 곡각지점이 보인다.
길가에 예쁜 뱀딸기꽃? 양지꽃?
샛노란 민들레까지 눈맞춤한 뒤...
좌측으로 올라오는 길을 확인해 본다.
아까 내가 곧장 올라오면 닿을 길은 이렇게 묵어가고 있었다.
임도 곡각지점에서 바람재로 오르는 길도 묵어가기는 마찬가지. 거기다 골도 펑퍼짐하여 이리저리 오르기 쉬운 곳으로 올라야 하는 것.
10여분 만에 하늘이 드러나는 능선에 올라선다.
잡목과 고사목이 있는 곳이...
바람재(253.3m)다. 산악회 시그널에다 표시를 한 뒤 매달았다.
아무렇게나 자란 솔숲길을 오르자...
2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석천산에 오른다.
셀프 인증.
수더분한 내림길에서...
움푹 꺼진 지점을 건넌다. 지형도를 확인하니 '무정태곡'으로, 우측 아래 상길저수지 뚝방 옆엔 '무정태골'이 표시되어 있다.
곧이어 '숙부인달성서씨' 묘를 지나면...
무인 시설물이 있고...
맞은편 건너에 도덕봉이 솟아있다.
모리고개를 가로지르며 곧장 능선을 이어가면...
'가선동청주한공국민지묘' 비석을 지나...
마지막 봉인 도덕봉에 올라선다. "도덕봉에선 도덕을 논하지 마라. 날도둑놈들이 판을 친 곳이니."
이제 산길은 끝이 보이고...
진달래가 성가신 내림길에서...
무덤을 지나면...
지피실고개가 발아래다.
지피실고개 무인 시설물이 있는 지점이 내려선 곳.
산딸긴지, 찔레꽃인지 하얀 꽃이 곱게 피었다.
내가 내려온 곳에서 차를 댄 지점은 50여m 아래 트럭이 빠져나오는 지점.
10km남짓의 세 산 원점회귀는 마치 묵은 숙제를 끝낸 듯 개운하기 이를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