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산] <250> 창원·진해 웅산 |
창원·마산·진해 굽어보며 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
웅산 가는 능선 길. 왼편엔 진달래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고, 오른편엔 편백나무 숲이 울울창창하다. 멀리 보이는 첨탑은 불모산 정상이고 그 오른편 첫번째 봉우리가 웅산 정상 바위이다
꽃산이 여기 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산이다. 겨우내 산은 숨죽이고 있는 줄 알았다. 이제 보니 남 몰래 봄을 준비했던가 보다. 키가 작은 현호색, 양지꽃, 얼레지가 먼저 봄소식을 알리고,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잎 보다 꽃을 먼저 피웠다. 큰키나무 벚꽃도 마침내 꽃망울을 터뜨렸다.
온통 꽃산인 진해 웅산(熊山·710m) 가는 길에 다양한 봄꽃을 만난 건 행운이다. 누가 뭐래도 '아 정말 봄이 왔구나!'고 단정해 버렸다. 더군다나 창원과 진해의 지리적 경계선인 웅산은 곧 다시 태어난다. 창원·마산·진해 등 3개 시가 곧 통합된다니 '통합시' 전부를 조망할 수 있는 웅산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 같다.
'산&산'에서는 지난 2006년 12월 천자봉~장복산 코스를 소개하며 이 코스 일부를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봄꽃을 볼 수 있다는 욕심에 다시 찾았다. 특히 이번 코스는 안민고갯길에 약수터가 있고, 하산길엔 시루샘터가 있어 산행 내내 물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산행은 창원시 안민동 안민중학교에서 시작한다. 안민중~전원교회~안민고개~경찰 시설~철탑~석동 갈림길~불모산 갈림길~웅산~현수교~706봉~시루봉~정자쉼터~시루샘터~자은본동 갈림길~임도~자은본동회관까지 이어지는 13.1㎞를 6시간 가량 넉넉하게 걸을 수 있다.
창원 안민중학교 정문을 지나 전원교회 이정표를 보고 올라서자 이내 세상은 산으로 바뀌었다. 15분을 걷자 전원교회 입구다. 좌측 철문 뒤가 산행로이다. 돌담을 따라 좀더 산으로 다가선다.
부쩍 잦아진 봄비에 계곡물이 제법 힘차게 흘렀다. 도롱뇽 알이 보이니 1급수다. 댓잎 현호색 등 봄꽃들이 앙증맞다. 작은 시내를 몇 번 지나 10분을 오르자 안민고갯길과 만난다. 약수터가 있다. 물이 철철 넘친다. 이제부터 목재 데크 길이다. 조깅을 하는 시민들이 많이 나와 있다.
안민고개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 진해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안민고갯길은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주변 산이 노랗고 빨간 점묘화다. 산벚까지 피면 황홀하겠다.
안민고개에서 생태통로 왼쪽 편을 오른다. 돌계단을 올라서니 넓은 공터가 펼쳐진다. 옛날 군부대가 있던 자리다. 이제부터 길은 능선과 군 작전로였던 임도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능선을 계속 고집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산행로에는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꽃터널을 한참 걸을 수 있다.
안민고개에서 경찰 시설물이 있는 곳까지는 15분이면 도착한다. 5분을 더 걷자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벤치가 2개 있다. 진해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옛날 참호와 벙커가 있던 자리에 야생화와 풀꽃이 자리를 잡았다. 25분을 더 걸어 송전 철탑을 지난다.
능선에 우뚝 솟아 잘 생긴 두 개의 바위를 지나 25분을 걷자 진해 석동마을로 내려서는 이정표가 나온다. 웅산 능선길은 창원 방면 왼쪽은 낮고 진해 방면 오른쪽은 높고 가파르다. 그래서 진해 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드물다. 느긋하게 꽃 산행을 즐기려 한다면 능선 벤치에서 실컷 놀다가 석동으로 하산해도 되겠다.
갈림길에서 20분 쯤 가니 계단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그리 위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은 데도 인공 시설물을 갖추느라 여념이 없다. 자연 훼손을 방지한다고 하는 데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4월 중순이면 완공한단다.
뭍을 오르는 물개 같기도 하고, 자라 같기도 한 바위를 오르는데 바위 틈에 작은 연못이 있다. 이런 높은 곳에 연못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빗물이 고인 것이리라. 14분을 더 오르니 불모산과 웅산의 갈림길이다. 불모산 정상은 이동통신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다. 삐죽삐죽 솟은 첨탑이 기괴하다. 오른쪽 길을 택해 웅산으로 오른다.
갈림길에서 참나무 군락을 지나 첫번 째 만나는 바위산이 웅산이다. 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웅산 정상은 별도의 정상석이 없다.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정상 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부산 엄궁까지 보인다. 가덕도와 신항만, 거가대교 공사 현장이 한눈에 담긴다.
시루봉이 눈에 확 들어온다. 멀리서 볼 때 여체의 젖꼭지를 닮아 민망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점잖은 사람은 웅산 능선 산행을 하며 발만 보고 다니다가 사람들이 없을 때만 고개를 얼른 든다는 우스개도 있다.
정상 바위를 지나니 10분 만에 현수교가 나온다. 웅산가교다. 혼자서만 건너라고 하고 고개를 내밀어 쳐다보지 말라고 해놓았다. 살짝 고개를 내미니 골을 지나는 바람이 제법 차다. 바다와 육지의 숨골인가?
706봉에 도착한다. 시루봉을 빼닮았다. 바위 틈에 아직 고드름이 있다. 봄볕을 못 견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밤이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산정의 혹독한 기후도 아랑곳 않고 진달래가 붉다.
이상한 숲속나라에 온 듯하다. 떡갈나무들이 팔을 한껏 벌리고 섰다.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시루봉이다. 706봉에서 30분이면 도착한다. 아무리 봐도 시루봉은 신비롭다.
너른 평원을 지나 시루봉에 도착해서 주변에 놓인 데크를 이용해 한 바퀴 순례를 한다. 안내판에는 곰메라고 설명해놓았다. 둘레 50m, 높이 10m의 바위는 옛사람들도 신성시 했다. 신라시대부터 웅산신당을 두어 산신제를 지냈고, 구한말 명성황후가 세자의 안녕을 빌며 100일 기도를 드린 곳이란다.
진해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그재그 형 목재 데크가 잘 놓였다. 정자쉼터까지는 20분이면 내려선다. 이제 능선길에서 계곡으로 하산한다. 자은초등교 하산길이라고 이정표에 적어놓았다. 계곡에 접어들어 10분을 내려서면 시루샘터가 나온다. 얼레지가 환하게 피어 반긴다. 샘터에서 10분을 더 가면 철탑 못 미쳐 자은본동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편백나무 숲길이 반갑다. 온통 초록이 지천이다. 산행로 주변엔 차나무도 심어 놓았다. 철탑 이정표에서 6분 만에 임도와 만나고 임도에서 20분이면 등산로 안내판이다. 풍호초등교 옆 길을 따라 자은본동 마을회관까지 가면 산행이 끝난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창원·진해 웅산 가는길 먹을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