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의 시비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혹서기에 시비하는 것을 삼가해 왔다. 고온기의 시비는 뿌리썩음 등 병이나 신진대사 장애를 나타내기 쉽다. 7월 이후 화아분화 시기이므로 과다한 시비는 꽃붙음을 나쁘게 할 뿐만 아니라 색화의 경우 화색을 탁하게 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식물인 난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왕성한 성장과 생장을 하는 시기가 이때이므로 그에 합당한 영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금과옥조로 지켜오던 여름철 무시비는 바야흐로 시비 거리가 되고 있다.
절대 금지라는 팻말은 내려지고 지금은 몇몇 용감한 애란인들 사이엔 아래의 3가지 사항을 고려해 진취적이며 실험적이기도 한 여름철 시비를 시도하기도 한다.
① 상태가 최상이 아닌 분에는 비료를 주지 말아야 한다. (허약한 난 일수록 희석 배수를 늘려야 한다)
② 잘 발효된 고형 깻묵은 농도가 진하지 않아 과비현상이 없지만 물에 녹여 만든 유기질비료는 삼가함이 좋다. (유기질 비료는 혹서기에 가스를 유발 할수 있다)
③ 고온 다습시 시비의 농도가 진하면 진할수록 뿌리를 상하게 한다.
여름철 시비는 적당히 하면 득이나 실의 경우가 더 많으므로 가능한 절제함이 좋다. 일조는 난의 시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시비를 하더라도 평균 이상의 채광을 받으면 시비의 농도도 짙어져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 깨어지면 난잎은 색깔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혹서기는 사실상 채광이 너무 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낮은 농도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들어와 여름철에 비료를 자제해야 하는 보다 중요하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음이 강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비료 가운데 특히 유기질 비료는 100% 분해되어 숙성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균상태(엄격히 말하면 무균상태가 아니다)라 여기는 배양토를 사용해 난을 배양한다. 그러므로 덜 분해된 유기질은 세균을 부르고 분해되지 못한 비료
는 독소가 된다.
특히 외부기온이 34~35℃가 되면 난분 내의 온도는 30℃를 넘게 되는데 여기에 유기질 비료가 들어가면 미생물의 폭발적 증가가 일어나고 독성기체(유독가스)가 발생하여 산소를 소모해 버린다.
그 외 춘란은 늦어도 7월 중순까지 화아를 만드는데 일단 화아가 생긴 난은 질소성분을 화아발생 이전보다 더 이상 흡수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질소비료를 위시해서 많은 양의 비료공급은 사람으로 친다면 과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철 비료는 자제해야 하는 진짜 중요한 이유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름철 시비는 아직도 그 시비가 끝나지 않고 있으며 또 다른 마땅히 시비해야 할 이유가 앞으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