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수요일
회사에서 정사원에게 뭐라고 한마디 했다. 일 하는 부분에서 좀 처리를 별로 잘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장면이 바뀌어, 회사에서 오늘 끝나고 회식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참여하는 것 같았다. 부장은 옷을 화려한 무늬 양복으로 갈아입고 클럽 갈 준비를 했다.
회식을 뭘 위해서 하는건지..부장이 애기들 방해 없이 지가 놀고 싶으니까 하는 회식 같았다. 난 참여하지 않았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나는 일하고있었다. 다음날은 휴일이었다. 회사 대표가 자기 애들 데리고 놀이공원 간다고 해서 그거 준비해주다가 다음날이 되었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회사 대표가 간다는 놀이공원 근처에 있는 역쪽으로 가서 럭셔리 부티크들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베이글이 너무 먹고싶어져서 주변 카페를 돌았지만 희한하게도 베이글 파는 곳이 없었다. 본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놀이공원 경계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메뉴판을 봤다. 보고 있는데 가게 직원이 내가 말하기도 전에 '딸기 아이스크림이요?'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내 손에 콘을 먼저 쥐어주더니 거기다 모양도 제대로 안잡은 채 아이스크림을 그냥 털퍽 넣어주는 것이었다. 좀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말았다.
어제 놀이공원 가는 일을 준비하던 건물에 들어섰는데 거기서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은 왜 휴일인데 여기 있냐고 하면서 얼른 가라고 했지만 내심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렇게 얼굴도장 찍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꾸 대표님이 내 몸을 슬쩍슬쩍 만지면서 추행하는것처럼 기분나쁘게 행동해서 순간 이걸 말해버려 말아 했다가 일단 참았다. 나오는 길에 법인카드랑 중요 명함 하나만 빼고 가지고 있던 명함들을 다 버려버렸다. 나오는길에 엄마를 만났다. 난 엄마가 반가워서, 오늘 자고갈거냐고 했더니 아니 무슨 너랑 자고가냐고, 애들 집에서 그렇게 오래 머무는거 아니라며 점심만 먹고 갈거라고 했다. 엄마랑 길을 건너 노포들이 많은 재래시장 쪽으로 향했다. 엄마랑 길 제일 끝쪽 맛집 - 추억의 고등학교 시절 급식을 파는 곳 - 에 가서 어떤걸 먹을지 고민했다. 제일고, 무슨무슨 여고 등 그들이 그 시절에 먹던 메뉴를 보여줬는데, 여고의 점심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콩나물에 날계란 하나 올라가는 수준의 국밥이었다. 그나마 세가지 학교 메뉴 중 제일고 메뉴가 제일 나아보여서 그걸 먹어야 하나 생각했다.
+
정말 요즘 엉망 진창이다.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회사를 옮겨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 회사에서 나는 착취만 당하는 기분이다. 누구 하나 제대로 대우해주지도 않으며, 내가 하는 것들은 당연하고 삐끗하면 무서우리만치 몰림을 당해야 한다. 일도 너무 많고, 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4년차 직원도 피로도가 심하다며 호소했던 일들을 이 부분 경력도 없는 내가 받아서 지난 1년간 참 열심히 메꿨다.
그러나 진짜 그 직원의 빈 곳을 메꿨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나는 '나'라는 직원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회사 직원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제멋대로고, 오늘 아침에는 심지어 일일업무 보고할때 과장인 내 직급을 대리라고 써놨더라.ㅎㅎ
그래..내가 아무리 어떻게 하다보니 과장급 일을 맡아서 하곤 있지만 실상은 난 대리급정도밖에 안된단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ㅎㅎ 실수였겠지만, 아니 실수였다고 해도 진짜...그 동안의 처신 등을 보았을 때 참..어이가 없다.
일 할수록 느낀다.
회사 꼬라지가 진짜 엉망 진창이다.
갈 곳 없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느낌이다. 너무 싫다. 내가 이 회사에서 점심 한번 같이 먹지 않는 이유..
이사도 일하는거 정말 싫어하고, 맨 아랫사람들한테 일 맡기고 놀고다니고.
대표랑 본부장(둘은 부부)은 둘이 똑같다. 똑같이 상병신이다.
본부장은 좀 괜찮은 줄 알았다. 좀 똑똑한 줄 알았다. 근데 뭐..이년도 똑같더라. 똑같으니 결혼해서 살겄지..
어디서 잘 알지도 못하는 틀린 정보를 가져다가 둘이서 아주그냥 나를 코너에 몰고 존나게 때리더라..
이래서 아는게 힘이다. 내가 만약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 내가 일 못하고 실수만 하는 구멍같은 직원이 되어 있었겠지.
실무를 어디서 반쪽만 알고 와가지고는 그런걸로 막 사람을 몰아붙이는데 정말..ㅎㅎㅎ
씨발스러우면서도 두렵고, 무섭고..
내가 대체 어디까지 담당해야 하는건데..ㅎㅎ그럴거면 애초에 경력자를 뽑았어야지.
하긴 경력자가 이런 곳에 오려고 했겠어..? 면접 볼때 느꼈거나 아니면 하루 이틀이라도 근무해보면 딱 이상하다~답이 나와 안온거겠지.
아님 돈을 많이 안주니까.ㅎ
난 진짜 뭐하고 산걸까..
그래 뭐 이런 비난은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하고있으니..
이 시궁창에서 벗어나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어디로 가야할까.
경력도 충분치 못하고..배움도 충분치 못하고..숙성도 충분치 못하다.
늘 초심자의 상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화도 나고..
너무 힘이 든다.
몸이 너무 아프다.
마음도 너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