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라난다" 목 디스크가 90% 이상 회복되었고 거머리같이 달라붙어 괴롭히던 기침-가래-고열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입니다. 예주 서유럽 투어 28일 째입니다. 5.3.fri.9:55 분 귀국 확정이니까 지금쯤 꿈나라(04:00)에서 줄리엣 오빠랑 데이트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꿈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꿈꾸는 요셉을 생각하다가 잠깐 동안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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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영국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 헨리 8세-셰익스피어-엘리자베스-처칠 정도를 다룰 생각입니다.이혼-참수-사망-이혼-참수-생존. 헨리 8세와 결혼한 왕비 여섯 명의 운명입니다. 헨리 8세는 셋째 부인 제인 시모어를 가장 사랑했지만 왕자(훗날 에드워드 6세)를 낳다가 산욕열로 숨져 사별해야 했어요. 그는 로마 카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 성공회를 설립한 인물로, 재위 38년간 7만 2000명을 죽여 '폭군'딱지가 붙은 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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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상비 해군과 성공회를 만들어 대영제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모양입니다. 그는 여섯 번 결혼하고 두 명의 부인을 죽인 광기의 군주지만 저명한 역사학자 데이비드 스타키(64) 박사는 “그때가 더 좋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튜더 왕조 시대의 교육 제도를 다루다 나온 언급이지만 요즘 영국 쇠퇴의 위기감을 느끼는 영국인에겐 리더십 실종 현상에 대한 일갈로도 들립니다. 최근 인도가 GDP에서 영국을 추월했다는 보도를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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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행한 종교개혁의 의미, 해군 창설, 건축·미술 분야의 문화적 유산을 따라가다 보면 궁정 암투극의 주인공이던 폭군은 어느새 국가 운명을 180도로 바꿔 번영을 가져온 지도자로 탈바꿈합니다. 필자는 조국의 박정희와 헨리 8세는 많은 닮은 꼴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로마 가톨릭과의 결별을 통해 고립된 섬나라, 별 볼 일 없는 변방에서 도박에 가까운 홀로서기를 하면서 대서양이란 신세계로 뱃머리를 돌려 유럽 대륙은 물론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게 하질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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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고 친근했던 신사가 잔혹하고 비정한 괴물로 변한 데는 1536년의 낙마 사고, 이에 충격 받은 앤 불린 왕비의 유산, 뒤이은 간통 루머, 혼외 아들의 죽음, 수차례 반란들로 안한 모든 상처가 축적된 중년의 위기를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고 보는 설도 있습니다. 실제로 낙마 사고 후 살이 찌기 시작해 그가 마상 창시합의 뛰어난 선수였다는 사실은 젊은 시절의 갑옷에서 확인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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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각시 뿐 아니라 토머스 모어, 토머스 크롬웰 같은 총신까지 단두대로 보낸 역사를 정당화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헨리 8세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에 한 표 보태겠습니다.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정말로 농락당했으며 그 때문에 자신의 성적 능력, 나아가 국가 통치력까지 의심했다는 것 같아요. 이와 관련 드라마 ‘튜더스’의 팬 사이트에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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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2000명을 죽인 폭군을 축복해야 하는가.” 언제나처럼 나오는 냉소적 반응이지만 “그가 없었다면 위대한 역사를 즐기지 못했을 것” “영웅은 아니지만 분명 영국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역대 국왕 인기 순위에서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다음으로 헨리8세가 뽑혔습니다. 어느 나라 건 먹고 살기 힘들면 과거를 회상하는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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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영 헨리’로 열연한 조너선 라이 메이어스 때문일까? 앤 불린의 이니셜 ‘B’가 장식된 목걸이가 여기서 나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왕이 수도원을 해산시킨 다음 그 토지를 귀족에 나눠준 사건은 언 버리버블입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막힌 숨통을 뻥 뚫어주는 탄산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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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바 안성 땅은 천주교가 반, 농협이 반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종교에 귀속된 토지는 어지간해서 주인이 바뀌지가 않아요. 권불30년이 종교계만 예외라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들의 토지를 몽땅 빼앗은 헨리 8세를 리스펙트합니다. 그 양반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잘 교육받은 군주로서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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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에게 1666년은 런던 대화재와 흑사병이 유행했던 해입니다. 그래서 666이 악마의 숫자가 됐나? 영국이나 조국이나 고통받는 국민은 지도자의 개인 사보다 통치의 성과를 원한다고 봅니다. 박정희 독재 18년을 알지만 그의 치적을 그리워하는 국민이 많고, 시진핑의 리커창 제거와 연임 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이 열렬히 지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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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 역시 영국의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 국익을 확보, 강건한 군주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봅니다. 열이 형! 밀리면 안 돼, 밀어붙이라고. 투어 이틀을 남겨 두고 굳게 닫힌 버킹검 앞에서 하트 셀카를 찍고 있는 2024년 5월, 튜더식 낭만이 피어오를 것 같은 햄프턴코트 궁 앞으로 적갈색의 템스강이 도도히 흐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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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을 기다리라_Wait for the Holy Spirit.
성령의 권능을 입으라_ Wear the power of the Holy Spirit.
하늘만 쳐다보느냐_ Do you only look at the sky.
2024.5.1.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