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본문 내용은 마치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예수님, 평소에 언제나 열린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은 검과 몽치로 무장한 수많은 종들을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보냈습니다(43절).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가룟 유다였습니다. 예수님도 이미 가룟 유다의 배신을 알고 있으셨지만, 그 현실을 마주 대하실 때 그 마음은 어떠하셨을까요? 더구나 가룟 유다는 “내가 입 맞추는 자가 예수이니 단단히 끌어가라”고 말하면서 예수님께 나아와 입 맞춥니다(44절, 45절). 입을 맞추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인사의 방식이었습니다. 제자인 가룟 유다가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신하면서 예의를 갖추어 입 맞춤으로 인사를 하면서, “랍비여”라고 말하는 것이 한층 더 슬픔을 강화시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붙잡자 베드로가 나서서 대제사장들이 보낸 종 중 하나인 말고의 귀를 베어 떨어뜨립니다(47절). 오늘 읽은 본문에는 그 이름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요한복음 18:10의 기록에 의하면 베드로가 대제사장의 종 말고(Μάλχος, Malchus)의 귀를 베었습니다. 아마 베드로는 나름 예수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취한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기보다는 주님의 대속(代贖)사역을 이루시기 위해 함께하시길 원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들의 폭력적인 접근에 폭력적인 모습으로 잠시 대항했을 뿐 그 이후에는 그 누구도 예수님과 함께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검과 몽치로 무장하고 예수님을 잡으러 온 그들에게 “너희가 강도를 잡는 것 같이 검과 몽치를 가지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라시며(48절) 성전에 늘 사람들에게 가르치실 때에도 잡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잡으러 온 것은 성경의 예언을 이루려 하심이라고 말씀하십니다(49절). 예수님의 사역과 고난, 죽으심은 모두 성경의 예언을 이루고 있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이사야 53:12에서는 “그러므로 내가 그에게 존귀한 자와 함께 몫을 받게 하며 강한 자와 함께 탈취한 것을 나누게 하리니 이는 그가 자기 영혼을 버려 사망에 이르게 하며 범죄자 중 하나로 헤아림을 받았음이니라. 그러나 그가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며 범죄자를 위하여 기도하였느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범죄자처럼 취급받을 것과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면서도 범죄자들을 위해 기도하신다는 것을 예언한 말씀을 겟세마네에서 이루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가룟 유다의 배신과 예수님께서 체포되심으로 제자들은 꽤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갔습니다(50절). 가룟 유다의 배신과 예수님의 체포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50절에 나오는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라는 짧은 문장이 참 슬픕니다. 예수님의 외로움과 철저하게 혼자 남음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문장입니다. 믿었던 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등을 돌리고 떠나간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이것조차도 이미 미리 알고 있으셨습니다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상황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나도 저 분과 같은 패요. 그러니 나도 잡아가시오”라고 말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그들은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몇 시간 전에도 다짐했던 자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주님, 저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자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51절과 52절은 뜬금없이 이런 상황에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님을 따르다가 무리가 붙잡자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갔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기록이 마가복음에만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청년은 아마 마가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베 홑이불은 아마포(亞麻布, Linen)로 만든 홑이불인데, 부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것이기에 이 청년은 부유한 집의 사람으로 자다가 소란스러움에 깨어 나와 보았다가 예수님께서 체포되어 가시는 것을 보고 따라가다가 붙잡히자 도망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마가의 기록은 예수님께서 붙잡혀 가실 때 그 누구도 예수님 곁에 함께한 자들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철저한 혼자 되심, 외로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위해 철저히 혼자가 되셨습니다. 모두에게 철저히 버림을 받았습니다. 죄를 짊어지시는 순간에는 하나님께로부터도 버림을 받으셨습 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사랑에 깊이 보답하기 위해 주님을 배신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며 선포하는 삶이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