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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方[3530]金克己선생-田家四時(전가사시)
草箔遊魚躍 초박유어약
풀 섶 발 속에는 고기들이 뛰어놀고
楊堤候鳥翔 양제후조상
버드나무 둑에는 철새가 높이 나네
耕臯菖葉秀 경고창엽수
밭 가는 둑에는 창포 잎이 우거지고
饁畝蕨芽香 엽무궐아향
점심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 향기롭네
喚雨鳩飛屋 환우구비옥
비둘기는 지붕 위에 날며 비를 부르고
含泥燕入樑 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로 들어오네
晩來芧舍下 만래서사하
저물녘 돌아온 초가집 방 안에서
高臥等羲皇 고와등희황
베개 높이 누우니 희황과 같구나
※羲皇(희황)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복희씨(伏羲氏) 이전
즉 태고(太古) 때의 사람을 말하며,
전하여 번잡한 세속을 버리고 편히 숨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진(晉)의 도잠(陶潛)은 항상 말하기를
“오뉴월에 북창 아래 누워서 시원한 바람이 잠깐 불어오면
스스로 ‘희황상인’이라 이른다.
[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고 하였다.
《진서(晉書) 도잠전(陶潛傳》
柳郊陰正密 유교음정밀
버드나무 들판에 녹음이 우거지고
桑壟葉初稀 상롱엽초희
뽕나무 밭에 뽕잎이 드문드문 나네
雉爲哺雛瘦 치위포추수
꿩은 병아리 먹이느라 여위어 가고
蠶臨成繭肥 잠림성견비
누에는 다 자라서 고치를 살찌우네
薰風驚麥隴 훈풍경맥롱
훈풍에 보리 밭둑 어지러이 일렁이고
凍雨暗苔磯 동우암태기
찬 비 내리니 이끼 낀 물가 어둑하네
寂寞無軒騎 적막무헌기
찾아오는 사람 없어 적막하기만 하고
溪頭晝掩扉 계두주엄비
낮인데도 시냇가 대문은 닫혀 있구나
搰搰田家苦 골골전가고
부지런히 힘쓰던 농가의 수고도
秋來得暫閑 추래득잠한
가을이 오니 잠시 한가해지네
雁霜楓葉塢 안상풍엽오
언덕 단풍에 서리 오고 기러기 오니
蛩雨菊花灣 공우국화만
비 내린 국화 곁에 귀뚜라미 우네
牧笛穿煙去 목적천연거
목동은 피리 불며 안개를 뚫고 가고
樵歌帶月還 초가대월환
나무꾼 노래하며 달빛에 돌아오네
莫辭收拾早 막사수습조
일찍 거둬들인다는 말 하지 마시게
梨栗滿空山이 이률만공산
배와 밤이 텅 빈 산에 가득할 테니
歲事長相續 세사장상속
해마다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져
終年未釋勞 종년미석로
해가 다 가도 일을 끝내지 못했구나
板簷愁雪壓 판첨수설압
눈에 짓눌린 판자 처마가 걱정되고
荊戶厭風號 형호염풍호
바람에 울리는 지게문 소리도 싫네
霜曉伐巖斧 상효벌암부
서리 내린 새벽에는 나무하러 가고
月宵升屋綯 월소승옥도
달밤에는 지붕 이을 새끼 꼬아야지
佇看春事起 저간춘사기
봄 농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舒嘯便登皐 서소편등고
휘파람 불며 편안히 언덕에 올라야지
*김극기(金克己, 1150경~1204경): 본관은 광주(廣州). 호는 노봉(老峰).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받던 농민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노래한 농민시(農民詩)의 개척자이다.
출처: https://yjongha.tistory.com/207 [벼이삭처럼....:티스토리]
歲月風轉燭 세월풍전촉
세월은 바람에 펄럭이는 촛불 같아
田家苦知促 전가고지촉
농가는 바쁠 것을 알고 애쓰는구나
索綯如隔晨 색도여격신
지붕 덮을 새끼 꼰 게 어제 같은데
春事起耕耨 춘사기경누
밭 갈고 김을 매며 봄 일 시작하네
負耒歸東阜 부뢰귀동부
쟁기를 짊어지고 동 쪽 들로 나가니
林間路詰曲 림간로힐곡
숲 사이로 난 길이 구불구불하구나
野鳥記農候 야조기농후
들새들이 농사철을 기억하고 있어서
飛鳴催播穀 비명최파곡
날면서 울어 씨 뿌리기를 재촉하네
饁婦繞田頭 엽부요전두
밭머리에 아낙네가 들밥을 내오는데
芒鞋才受足 망혜재수족
짚신은 낡아서 겨우 발에 걸렸구나
稚子尋筍蕨 치자심순궐
어린아이는 죽순과 고사리를 찾아서
提筐向暄谷 제광향훤곡
바구니 들고 따뜻한 골짜기로 가네
遲日杏花紅 지일행화홍
해는 길어지고 살구꽃 붉게 피었고
暖風舊葉綠 난풍구엽록
따뜻한 바람 불어와 잎들도 푸르네
甘雨亦如期 감우역여기
단비도 또한 때를 맞추어 내려서
夜來勻霡霂 야래균맥목
밤이 오면 가랑비가 두루 적시겠지
莫辭東作勤 막사동작근
봄 농사일 힘들다고 말하지 마시게
勞力在吾力 노력재오력
힘써 일하기는 오직 내 힘에 달렸네
彤雲射晶光 동운사정광
붉은 구름에 밝은 빛이 비치고
赤日淹晷度 적일엄귀도
붉은 태양의 그림자가 길어졌네
田居近南訛 전거근남와
전원생활에 남와가 가까이 오니
榾榾無曉暮 골골무효모
일하는데 새벽 밤이 따로 없구나
農夫爭荷鋤 농부쟁하서
농부들은 다투어서 호미를 메고
徧野已雲布 편야이운포
들판에 이미 구름처럼 깔렸구나
唯有看屋翁 유유간옥옹
오직 집 지키고 있는 늙은이는
頂絲白於鷺 정사백어로
머리털이 백로보다 더 희구나
客來方進饌 객래방진찬
손님이 오니 음식을 내어 오는데
窮不待珍貝 궁불대진패
궁하여 맛난 음식 바랄 수 없으나
野果與園蔬 야과여원소
들판의 과일들과 밭의 푸성귀들은
皆由親種樹 개유친종수
모두 친히 씨 뿌리고 가꾼 것이네
客去收殘尊 객거수잔존
손님이 떠나고 남은 상을 거둘 때
嬌兒帶老姥 교아대로모
할머니는 예쁜 아이를 업고 있구나
器聲逐晩風 기성축만풍
그릇 소리는 저녁 바람을 타고서
吹落西家去 취락서가거
불어와 이웃집까지 가서 들려오니
隣翁念餘瀝 린옹념여력
이웃 늙은이는 남은 술이 생각나서
一徑穿夕霧 일경천석무
저녁 안개 뚫고 오솔길을 오는구나
鴻雁已肅肅 홍안이숙숙
어느새 기러기는 훨훨 날아오고
蟪蛄仍啾啾 혜고잉추추
귀뚜라미 처량하게 울어대는구나
田夫知時節 전부지시절
농부는 시절이 되었음을 잘 알고
銍艾始報秋 질애시보추
곡식을 거둬들여 가을에 보답하네
四隣動寒杵 사린동한저
사방에서 처량하게 절구질을 하니
通夕聲未休 통석성미휴
저녁 내내 절구 소리 그치지 않네
晨興炊玊粒 신흥취숙립
새벽에 일어나 입쌀로 밥 지으니
溢甑氣浮浮 일증기부부
시루에 김이 넘쳐 피어오르는구나
紫栗落紅樹 자률락홍수
단풍사이로 자줏빛 밤이 떨어지고
朱鱗鉤碧流 주린구벽류
푸른 물에서 붉은 물고기를 낚네
白瓶酌杜酒 백병작두주
흰 항아리에 담근 두주를 따라서
邀客更相酬 요객경상수
손님을 맞아서 서로 주고받으니
外貌雖陋促 외모수루촉
겉모습은 비록 추하고 군색하지만
中情尙綢繆 중정상주무
마음속의 정은 오히려 꼼꼼하구나
酒闌起相送 주란기상송
술이 다해 일어나 전송하려 하니
顔色還百憂 안색환백우
얼굴빛에 온갖 근심이 돌아오네
官租急星火 관조급성화
관청의 세금 독촉이 성화같으니
聚室須預謀 취실수예모
집 안에 모여서 미리 의논하네
苟可趁公費 구가진공비
진실로 공납은 바치는 게 옳으니
私廬安肯留 사려안긍류
어찌 사삿집에 남겨 둘 수 있을까
何時得卓魯 하시득탁로
어느 때에나 탁무나 노공을 만나서
却作差科頭 각작차과두
오히려 가장 먼저 세금을 바쳐볼까
竹徑趁溪開 죽경진계개
대숲 길은 시냇물 따라 열려 있고
茅廬依崦結 모려의엄결
초가집은 언덕을 의지해 서 있네
窮冬墐北戶 궁동근북호
한겨울 북쪽 창을 흙으로 막는 건
意欲防風雪 의욕방풍설 .
바람과 눈을 막으려는 뜻이라네
尙能知傲寒 상능지오한
그래도 추위를 겁내지 않았기에
鷹犬出遊獵 응견출유렵
매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네
馳騁狐兔場 치빙호토장
여우 토끼 쫓아 사냥터를 달리다
短衣涴流血 단의완류혈
짧은 옷에 피가 흘러 묻었구나
還家四隣喜 환가사린희
집으로 돌아오니 온 이웃이 기뻐하며
促坐爭哺啜 촉좌쟁포철
모여 앉아 다투듯이 나누어 먹었네
茹毛何足怪 여모하족괴
날고기를 먹는다고 무엇이 이상하랴
居處壯巢穴 거처장소혈
거처하고 있는 곳이 소굴과 같은데
晶熒枯枿火 정형고얼화
마른 그루터기에다 불을 붙여 밝히니
滿室互明滅 만실호명멸
온 방안이 밝았다 어두웠다 하는구나
兩股亂赬豆 양고란정두
다리 사이 널린 붉은 팥이 어지러우니
襟裾從破裂 금거종파렬
마음이 옷자락처럼 찢어지는구나
布衾擁衆兒 포금옹중아
베 이불 덮고 아이들 안고 누우니
窮若將雛鴨 궁약장추압
궁하기는 새끼 낀 오리와 같구나
竟夜眼不得 경야안부득
밤이 다하도록 눈을 붙이지 못하고
農談逮明發 농담체명발
농사 이야기에 날이 밝아 오는구나
※索綯(색도) : 새끼를 꼬아 지붕을 올린다는 뜻.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 편(七月篇)에
‘낮에는 띠풀을 베고 밤에는 새끼를 꼬아서 서둘러 지붕을 올려야
비로소 백곡을 파종하네.
[晝爾于茅 宵爾索綯 亟其乘屋 其始播百穀]’에서 온 말로
겨울을 잘 보내고 봄을 대비한다는 의미이다.
※南訛(남와) : 염제(炎帝)에 속한 여름철 담당 불의 신으로
경작(耕作) 또는 권농(勸農)의 일을 맡는다.
※銍艾(질애) : 질(銍)과 애(艾)는 모두 벼를 베는 짧은 낫이나
풀 등을 베는 농기구의 의미와 ‘베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곡식을 거두어들인다는 의미이다.
※杜酒(두주) : 자기 집에서 빚은 박주(薄酒).
※綢繆(주무) : 빈틈없이 자세하고 꼼꼼하게 미리 준비함.
※卓魯(탁노) : 한(漢)의 순리(循吏)인 탁무(卓茂)와 노공(魯恭).
탁무(卓茂)는 후한 때 밀현(密縣)의 현령으로 공정한 정사를 펼쳤으며,
노공(魯恭)은 후한 때 중모현령(中牟縣令)이었는데,
덕화로 다스려 해충마저 중모현中牟縣)에는 침범하지 않았다 한다.
※茹毛(여모) : 여모의피(茹毛衣皮)에서 온 말로,
짐승의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다는 뜻. 여모의피(茹毛衣皮)는
짐승의 고기를 날것으로 먹고 털가죽으로 옷을 해 입는다는 뜻으로,
예전의 미개한 생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김극기(金克己, 1150경~1204경): 고려 명종 때의 시인.
호는 노봉(老峰).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받던
농민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노래한 농민시(農民詩)의 개척자이다.
동문선 제4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東文選卷之四 / 五言古詩
田家四時
歲月風轉燭。田家苦知促。索綯如隔晨。春事起耕耨。負耒歸東阜。林間路詰曲。野鳥記農候。飛鳴催播穀。饁婦繞田頭。芒鞋才受足。稚子尋筍蕨。提筐向暄谷。遅日杏花紅。暖風菖葉綠。甘雨亦如期。夜來勻霡霂。莫辭東作勤。勞力在吾力。
彤雲射晶光。赤日淹晷度。田居近南訛。榾榾無曉暮。農夫爭荷鋤。徧野已雲布。唯有看屋翁。頂絲白於鷺。客來方進饌。窮不待珍具。野果與園蔬。皆由親種樹。客去收殘尊。嬌兒帶老姥。器聲逐晚風。吹落西家去。隣翁念餘瀝。一徑穿夕霧。
鴻鴈已肅肅。蟪蛄仍啾啾。田夫知時節。銍艾始報秋。四隣動寒杵。通夕聲未休。晨興炊玉粒。溢甑氣浮浮。紫栗落紅樹。朱鱗鉤碧流。白甁酌杜酒。邀客更相酬。外貌雖陋促。中情尙綢繆。酒闌起相送。顔色還百憂。官租急星火。聚室須預謀。苟可趁公費。私廬安肯留。何時得卓魯。却作差科頭。
竹徑趁溪開。茅廬依崦結。窮冬墐北戶。意欲防風雪。尙能知傲寒。鷹犬出遊獵。馳騁狐兔塲。短衣涴流血。還家四隣喜。促坐爭哺啜。茹毛何足恠。居處壯巢穴。晶熒枯枿火。滿室互明滅。兩股亂赬豆。襟裾從破裂。布衾擁衆兒。窮若將雛鴨。竟夜眼不得。農談逮明發。
전가 사시(田家四時)
김극기(金克己)
세월은 바람 앞에 펄럭이는 촛불 같아 / 歲月風轉燭
농가에서 바쁜 것이 괴로워라 / 田家苦知促
새끼꼬아 지붕 덮은 것 어제 같은데 / 索綯如隔晨
어느 새 봄이 되어 밭 갈기 시작하네 / 春事起耕耨
따비를 메고 동쪽 들로 나가니 / 負耒歸東阜
숲 사이 길은 꼬불꼬불 돌았네 / 林間路詰曲
들새는 농사철을 알려 주는데 / 野鳥記農候
날고 울어 씨 뿌리기 재촉하네 / 飛鳴催播穀
밥 나르는 아낙네 밭 머리에 나오는데 / 饁婦繞田頭
짚신은 헐어서 겨우 발에 걸렸구나 / 芒鞋才受足
어린애는 나물과 고사리 찾아 / 稚子尋筍蕨
바구니 들고 양지쪽 산골로 향하네 / 提筐向暄谷
해는 긴데 살구꽃은 붉었고 / 遲日杏花紅
바람은 따뜻한데 창포 잎은 푸르렀네 / 暖風舊葉綠
단비도 또한 시기 맞추어 / 甘雨亦如期
간밤에는 흐뭇이 고루 적셨네 / 夜來勻霡霂
봄농사일 괴롭다고 꺼리지 말라 / 莫辭東作勤
노력하기는 오직 내 힘에 있네 / 勞力在吾力
붉은 구름은 수정빛을 쏘고 / 彤雲射晶光
붉은 해는 길대로 길어졌네 / 赤日淹晷度
농사집에는 한여름철 가까우니 / 田居近南訛
일하기에 새벽과 밤이 없네 / 榾榾無曉暮
농부들은 다투어 호미를 메고 / 農夫爭荷鋤
온 들에 구름처럼 깔리어 있네 / 徧野已雲布
오직 집을 지키는 늙은 이 있어 / 唯有看屋翁
머리털은 백로보다 더 희네 / 頂絲白於鷺
손이 오자 상을 내어 오는데 / 客來方進饌
구차하니 만난 찬 바랄 수 없거니 / 窮不待珍貝
들과실과 밭의 푸성귀들 / 野果與園蔬
그것은 모두 친히 가꾼 것이네 / 皆由親種樹
손님 떠나자 남은 상을 설거지할 때 / 客去收殘尊
어린애 할멈에게 매달리네 / 嬌兒帶老姥
그릇 덜거덕 소리는 저녁 바람을 타고 / 器聲逐晩風
옆집까지 울리어 오네 / 吹落西家去
이웃 늙은 이 남은 술 생각하고 / 隣翁念餘瀝
오솔길 저녁 안개 뚫으며 오네 / 一徑穿夕霧
어느 새 기러기는 펄펄 날고 / 鴻雁已肅肅
쓰르라미는 이내 쓰르람 울어대고 / 蟪蛄仍啾啾
농부는 시절을 알고 쑥대 베어 / 田夫知時節
비로소 가을 알리네 / 銍艾始報秋
사방 이웃에 차가운 절구 소리 / 四隣動寒杵
그 소리 저녁내 쉴 줄 모르누나 / 通夕聲未休
새벽에 일어나 입쌀로 밥 지으니 / 晨興炊玊粒
구수한 김이 넘치네 / 溢甑氣浮浮
자줏빛 밤은 누른 잎 사이에서 떨어지고 / 紫栗落紅樹
붉은 비늘은 푸른 물에서 낚네 / 朱鱗鉤碧流
흰 병에 술을 따라 / 白瓶酌杜酒
손을 맞아 서로서로 주고 받나니 / 邀客更相酬
겉 모양 비록 추하고 초솔하나 / 外貌雖陋促
마음속의 정은 은근하네 / 中情尙綢繆
술이 다해 일어나 전송하러 나선 / 酒闌起相送
얼굴빛은 도리어 온 시름에 잠기네 / 顔色還百憂
관청 납세 독촉이 성화 같거니 / 官租急星火
집 안 식구 모아 미리 준비하네 / 聚室須預謀
진실로 공납은 바쳐야 하겠거니 / 苟可趁公費
어찌 사삿집에 남겨 둘 것 있으랴 / 私廬安肯留
어느 때에나 탁무 노공(옛날의 수령(守令))을 만나 / 何時得卓魯
도리어 맨 먼저 바쳐볼꼬 / 却作差科頭
대숲 길을 시내 좇아 열렸고 / 竹徑趁溪開
초가집은 언덕을 의지해 섰네 / 茅廬依崦結
한겨울에 북쪽 봉창 흙으로 막는 것은 / 窮冬墐北戶
바람과 눈을 막고자 함이려니 / 意欲防風雪
그래도 추위를 겁내지 않고 / 尙能知傲寒
매와 개를 데리고 사냥 나가네 / 鷹犬出遊獵
여우와 토끼를 쫓아 달릴 때 / 馳騁狐兔場
짧은 옷에는 흐르는 피 묻었네 / 短衣涴流血
집에 돌아오자 온 이웃이 기뻐하고 / 還家四隣喜
모여 앉아 실컷 먹네 / 促坐爭哺啜
날고기 먹는 것 무엇이 이상하랴 / 茹毛何足怪
거처하는 곳이 큰 둥우리와 굴이거니 / 居處壯巢穴
마른 석장이에 불을 붙이니 / 晶熒枯枿火
온 방이 어두었다 밝았다 하네 / 滿室互明滅
두 다리 사이에 온돌방에 깔아 말리는 붉은 팥이 어지러우니 / 兩股亂赬豆
옷깃과 옷자락 그 따라 찢어지네 / 襟裾從破裂
베이불에 뭇 아이들 끼고 누우니 / 布衾擁衆兒
궁하기가 새끼 거느린 오리와도 같아라 / 窮若將雛鴨
한밤이 다하도록 잠 들지 못해 / 竟夜眼不得
농사 이야기로 새벽에 이르렀네 / 農談逮明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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