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에 난항을 겪던 서울 용산의 50년된 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도심 5곳이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2·4 대책을 통해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 모집에는 한달여 만에 101곳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공공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업은 지난해 8·4 대책에 따른 공공재건축과 2·4 대책에 따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2가지다.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는 5곳으로 용산구 강변강서맨션, 영등포 신길13, 중랑구 망우1, 광진구 중곡아파트,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가 선정됐다.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제시된 공공재건축은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완화 등 규제를 완화해 고밀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으로, 지난 1월 사전컨설팅을 받은 총 7개 단지 중 신반포19차 아파트 등 2곳을 제외한 5곳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공공 개입으로 규제 완화를 하지 않으면 자력으로는 재건축이 안 되는 곳이 대다수였다. 용산구의 강변강서맨션은 1971년 준공된 노후 아파트지만 현재 용적률이 높아 파격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1993년 조합이 설립된 이후 정체 상태였다. 중랑구 망우1 구역은 2012년 조합이 설립됐으나 옛 조합장의 해임 소송이 제기되고 구역 해제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등 각종 분쟁에 시달려왔다.
국토부는 공공재건축에 부여되는 도시계획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이 평균 178%포인트 증가하고, 공급세대는 현재보다 1.5배(1503호→2232호)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조합원 분담금도 11%에서 8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공공재건축 1차 후보지 전체 공급 물량이 2200호 수준으로 지난해 8·4 대책 당시 제시한 연간 목표 물량 1만호(5년 간 5만호)에 크게 미달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예상 밖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공공재개발과 온도차가 큰 것으로, 공공재개발은 1차(4700호)·2차(2만호) 후보지 선정을 통해 5·6 대책 당시 제시한 2022년까지 목표 물량 2만호를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다. 특히 공공재건축 초기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대어’들은 공공재건축 컨설팅을 받다가 주민 이견으로 중도 하차했다. 컨설팅을 완료하고 지난 1월 컨설팅 결과를 수령한 7개 단지에 포함됐던 신반포19단지의 경우에도 주민 간 이견으로 이번 1차 후보지 선정 요건인 주민동의비율 10%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위치나 규모로 눈에 띄는 후보지가 다수 있었던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은 시장이 관심을 갖는 곳이 포함되지는 않았다”며 “규모가 크고 수익에 대한 요구가 큰 곳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 규제 완화 분위기를 보고 재건축을 자체 추진하고, 공공재건축은 이처럼 공공이 아니면 시행할 수 없는 곳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토부는 2·4 대책으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 신청에 접수한 곳이 101곳(재개발 63곳, 재건축 38곳)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입지 여건은 우수하지만 규제로 인해서 자력 개발이 어려운 곳이거나 입지가 열악해 민간 개발이 어려운 곳이 다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나온 공공재개발(5·6 대책). 공공재건축(8·4 대책)과 달리 2·4 대책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 없이 엘에이치나 에스에이치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게 되는 모델로,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배제되는 등 규제 완화 인센티브 수준이 더 높다.
국토부는 이들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늦어도 6월까지는 제공해 8월까지는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공재건축 공급물량이 목표에 크게 미달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 과정에서 추가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2·4 대책이 나온 이후 공공재건축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두고 고민하는 곳이 많고 특히 컨설팅의 경우 두 사업의 수익성을 비교해서 달라는 곳이 다수”라며 “기존 공공재건축 5만호 물량은 2·4 대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9만3천호 물량에 흡수된 만큼 최종적으로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