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광고
김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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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아프다로 읽힌다
지방에도 ‘국민 평수 십억 훌쩍 속출’
흔해빠진 백만장자라네
죽은 집을 짓는다
꿈이 증발해요 헬프 미
제발 해프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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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로 인도 경계석 바닥에 엽서 크기 흰 코팅 광고 전단지 줄지어 놓였다. 태양이 실눈 뜨기 전 포복으로 부착했을 ‘투잡. 부업, 영어 1:1 회화’ 불법 구인 광고물, 교차로 병원까지 내내 발목을 붙잡는다. 난간마다 물고 늘어졌다. 계절보다 두꺼운 점퍼의 남자 목이 말라버린 늪지를 파는 새처럼 꺾여갔다. 쪼그리며 적는 헐렁한 추리닝 속 여자 쇄골은 움츠러들 때마다 코뚜레를 뀄다. 신호등에 바짝 다가선 노란 코팅지의 굵은 고딕체, ‘카드 한도 내 할부, 휴대폰 소액 결제’ Tel-000- 반사되며 붉은 신호가 켜졌다. 정면을 보지 못한 야생 고양이 눈빛 남자가 휘청하고 순간 자빠진 자전거에서 육두문자를 난사했다. 팔목 푸른 감정이 드러난 그의 흐린 눈에 죄를 매겼다.
성공한 광고를 찍은 듯
허공의 전광판 자막으로 승냥이 떼 난타를 알린다
오십억 퇴직금을 아시나요
우리는 조금씩 더 견디며 비참한 말로에 익숙해진다
[호서문학]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