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서로 사이좋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지형적으로 맞닿아 있는 경우 사사로운 일에도 서로 갈등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도심보다 마음을 열고 산다는 전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가을에 낙엽이 지고 봄철 꽃잎이 떨어지는 것으로도 이웃끼리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이고 결국 싸움을 하고 나중에는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웃이란 없어도 안되지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웃집 문제만이 아닙니다. 영토 경계가 맞닿아 있거나 근접한 거리에 있는 나라치고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습니다.정말 없습니다. 크고 작은 영토분쟁뿐 아니라 전쟁과 관련한 풀지 못할 현안들이 수두룩한 것이 바로 이웃나라와의 관계입니다. 특히 호전적인 성향의 이웃나라를 둔 국가들은 이래저래 피곤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한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한반도는 예전 고조선시절부터 중국과 전쟁의 역사로 점철돼 왔습니다. 일본도 고려시대이후 왜구들의 등살에 피곤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특히 조선에 들어서는 일본이 본격적인 야욕을 드러내고 조선을 침략해 왔습니다. 결국 일제 강점기라는 한민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현재도 중국과 일본의 이웃으로서의 한국의 피곤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일본은 사사건건 주변국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교육시킨다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아주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에게 타인이란 자국인이자 자기보다 강한 그런 존재에 국한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국이 아닌 타국이나 자신들의 나라보다 국력에서 조금 아래라고 여기면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폐끼치지 말라의 저변에 깔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듭니다.
일본은 지난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서 주변국들과 심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지금 일본산 해산물 수입이 중국에 의해 전면 금지되고 있습니다. 사실 타국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에 대해 일본만큼 예민한 나라가 없습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1993년 그러니까 30년전이었지요.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려 했을때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의 투기 중단을 주도한 바가 있습니다. 그때 러시아가 투기한 핵폐기물은 9백톤으로 지난해 일본이 해양에 방류한 오염수 2만3천여 톤에 비해 조족지혈이자 코끼리앞에 비스켓 수준입니다. 이른바 내로 남불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 일본이 지난달 29일 그러니까 얼마전이죠. 일본 정부는 아주 요상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일본 후지산의 분화로 대량의 화산재가 쌓일 경우 바다에 버리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유명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후지산이 폭발하면 제거해야할 화산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폐기물의 10배에 달하는 분량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도쿄돔을 390개 정도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지난해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로 재미를 톡톡히 본 모양입니다. 중국과 한국의 국민들 대다수가 반발했지만 일본은 밀어 붙였습니다. 일본이 믿고 의지하는 나라 큰 형님인 미국 바이든 아저씨가 두둔을 해주고 유럽국가들도 자신들의 나라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니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모습이었지요. 중국만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강수를 뒀고요. 일본은 그 정도는 버틸만 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그 대단하다는 미국과 일본 강점기 이후 가장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한국정부를 믿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지난달 7일에는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해안에 정어리떼가 집단으로 엄청나게 죽어 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주변국들에서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관련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영국 언론도 오염수와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펄쩍 뛰면서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 아니고 방사능 오염수와 연관시키는 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인 올해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수많은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강진은 이 지역 원전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력 신문가운데 하나인 도쿄신문은 노토반도 서쪽의 시카 원자력 발전소 주변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이나 측정을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카 원전에서 반경 30km 안에 있는 120개 방사선량 계측기 가운데 15개가 지진 발생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는 모습입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철저히 조사해서 관련 내용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리도록 하겠다가 아니고 별 것없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만 남발하는 모양새이지요. 그래서는 국민들뿐 아니라 주변국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또 적당히 뭉개고 흐지부지 하려는 모양새구나 하는 생각만 심게 하는 것이지요.
서두에 이웃끼리 친하고 편하게 지내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지요. 하지만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이웃을 배려하고 이웃에게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보이면 그다지 갈등이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한 이웃에게는 굽신거리고 약한 이웃에게는 강압적으로 나와서야 그 갈등이 해소되겠습니까. 지금 일본이 딱 그 모양새입니다. 왜 자신들의 발표를 믿지 못하느냐고 넋두리를 할 것이 아니고 왜 그런 상황이 되었을까 또 그동안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에게 신뢰를 주는 그런 행동과 판단을 했는가를 먼저 곰곰히 생각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4년 1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