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아,
이번 길에는 배탈이 나기도 했지만
글이 잘 잡히지가 않더라.
글제도 정했고 글틀도 짰는데
선명한 이미지가 잡히지가 않는 거야.
오늘 아침에야 그 이유를 알았네.
그린베이 배달처의 짐통 야적장에 갔더니
어디선가 끼룩 끼루룩 갈매기 소리가
합창으로 들려오는 거야.
관심이 없을 땐
갈매기들 서식처가 그곳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글제를 갈매기로 정해두어서인지
그 소리가 크게 들렸고, 뭔가에 홀린 듯
짐통 사이를 걸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었다.
미시간호 서쪽, 가늘게 삐져나온 호수의 끝,
그린베이의 어느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아침 편한 시간을 즐기던 그들이
내 기척을 느꼈는지 다 같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순간 흐릿했던 이미지가 선명하게 잡혔거든.
고3 겨울 초입 무렵으로 기억된다.
작은형이 책 하나를 건네주며 읽어보라 했지.
'갈매기의 꿈'
감색 바탕의 책 표지엔 흰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히피들의 바이블이란다." 형이 말해주었지.
두께가 얇은 책에 갈매기 사진이미지까지
들어있다 보니 그때 즐겨 읽던 무협지에 비하면
책이라 할 수도 없었다.
옛 양반님네들 훈민정음 읽듯
후다닥 읽어 치우려고 들었던 그 책이
평생 끼고 볼 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먹기 위해 날지 않고
멀리 보기 위해 높이 나는 것도 아닌
나는 것 그 자체, 날기의 끝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으로 무리와 동떨어져 혼자 나는
갈매기... 조나단.
같은 열망을 가진 무리에 합류하고
그곳에서 참 스승을 만나 궁극을 깨우쳤지.
마음이 있는 곳에 이미 도착해 있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존재 그 자체의 자유...
나처럼 또 날기의 끝을 보려고
혼자 나는 갈매기가 있지 않을까?
조나단은 원래의 무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고
자신처럼 날고 싶은 갈매기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가르쳤지.
하나 둘 깨어나는 제자들을 두고 떠나며
조나단이 말했어.
"모든 갈매기는 다 대갈매기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사랑하라."
멋있었다.
열아홉의 나에게,
시간이 흐르면 나와 내 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는 허무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나에게,
꿈도 멋있었고
깨달음도 멋있었고
떠남까지 멋있었다.
그 얇은 책 안에
예수님과 석가모니부처님이 사이좋게
웃고 계셨다.
그래, 죽는 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의 살아내기부터 잘하자.
사랑하며 살자.
자유, 나도 그 끝을 보고 싶다.
첫댓글
갈매기 조나단,
조나단 갈매기는 힘든 길을
자유로운 비상을 위한 고난의 길을 택해 간 것 같습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라는 말로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동료 갈매기들에게
갈매기의 꿈을 이루어내고 떠난 것 같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마음자리님은
일찍 삶에 대한 깨우침을
갈매기 조나단에게서 갈매기의 꿈을 얻으셨습니다.
외출에서,
부지런히 시장을 봐 왔습니다.
조나단의 꿈이 아직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아낙으로 하루를 살아 갑니다.ㅎ
우리 모두의 가슴에 언제까지나
조나단의 꿈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그 당시 깨우침은 없었고
와~ 멋있다
나도 흉내라도 내고 싶다...
이런 느낌과 생각만 들더라구요. ㅎ
열아홉 나이에 갈매기의 꿈을 보고
이제 그 꿈을 되새김질 하고있나 보네요.
꿈의 모양이야 다양하니
하늘에도 꿈이 있고 길에도 꿈이 있는거지요.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그 길 중간중간에
앞길 비추어주던
가로등들이 선명히 보여
되짚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ㅎ
리처드 바크가 쓴 소설에 나오는 갈매기가 조나단 였나봐요. 베스트셀러 작품이라고 하는데요.저는 못봤어요.
'히피의 바이블'이라고 하니 자유에 대한 갈망을
깊이 있게 이야기한 소설인가봐요.
맘자리님께 꿈과 깨달음과 사랑을 주었던 조나단 갈매기 이야기 저도 언제 함 맘 먹고 봐야겠습니다.
특히나 얇다고 하니까 더 좋은거 있죠.
세상이 좋아져서 책을 읽어주기도 하네요. 이 기회에 저도 한번 들어보았는데 끝부분의 내용이 제가 읽었던 초판보다 좀 더 길어졌네요. 30분을 투자하면 다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Q97cnNOyoVQ
PLAY
@마음자리 그러게요. 책을 읽어주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어요.
프런티어정신으로 중무장한 소설였어요.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청소년
지침서같기도 했구요.
영화로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영화 기법이나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할리우드다운 영화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였구요.
갈매기 조나단과 길 위에 삶을 사시는 맘자리 님의
넉넉한 마음과도 많이 비슷해서요.
듣는 내내 맘자리님을 생각해습니다요.
간략하게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들을 수있는
기회를 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나무랑 잘 받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아요. 죽는건 나중 일이지만 오늘을 잘 살아야 잘 죽을수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앞당겨 슬퍼하고 있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 ㅎㅎ
일단 지금 잘 살고 보자.
사랑하며 살자~
갈매기를 등대로 삼았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릴 때, 누나들과 작은형과 여름방학 문화교실 볼 땐 남문시장 가까이 대한극장 대도극장 다녔고, 좀 커서 초딩 4년부터 혼자 보러 다닐 땐 3류 남도극장 현대극장 열심히 다니다가, 중학교 들고나서 자유극장과 송죽극장으로 한등급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ㅎ
지금도 유튜브에서 닐 다이아몬드의 Be를 검색하면 갈매기 영화에 나왔던 그 영상들과 같이 그 노래가 나오더군요. 저는 그 영화 예고편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