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법률구조는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에 의한 법률구조, 법원에 의한 소송구조 및 국선변호,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민간법률구조기관에 의한 법률구조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기관간의 시너지효과 등 현행 방식이 갖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이 충분한 상호 연계 없이 특화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른 법률구조 사각지대의 발생, 예산 중첩에 따른 예산 집행상의 비효율성과 같은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률구조제도의 통합운영은 그동안 법률구조제도 발전 및 법률복지 증진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동안 여러 선진국에서도 각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법률구조제도의 통합을 이루어 왔는데, 한때는 독립행정위원회 방식을 많이 택하다가 최근에는 대체로 독립행정법인 방식을 주로 하되, 독립행정위원회 방식이나 중앙행정기관 방식의 장점을 부분적으로 결합하는 추세이다. 실무적으로는 전담변호사인 Staff-Lawyer제도와 계약변호사인 Judicare제도의 전통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양자를 혼합하여 운영하는 점이 큰 특징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법조현실을 보면, 변호사 2만명 시대 도래에 따른 청년 변호사 일거리 부족 문제 및 전관예우와 법조 비리로 인한 사법불신 문제가 큰 화두인데, 법률구조제도 통합의 부수적 효과로 그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법률구조의 양적·질적 확대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법률복지를 실현하고자 지난해 12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와 법률구조제도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였다. 이는 공단과 대한변협의 고유한 업무영역을 설정하고 분업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즉, 공단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체불임금 근로자 및 범죄피해자를 비롯한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무료 법률구조에 집중하고, 그밖에 종전 법률구조 대상자들에 대한 사건은 대한변협을 통해 청년변호사 내지 경력변호사들에게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구조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 변호사의 일거리가 창출되고 경력 변호사들에게 공익활동의 기회가 제공되어 전관예우 문제가 일부나마 해소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공단과 대한변협의 역할이 정립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법률구조제도 통합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 공단은 같은 취지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로펌의 공익기구 등과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들 성과는 올해 공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진행하게 될 공단 각 지부와 각 지방변호사회 사이의 MOU로 보다 구체화 될 것이다.
그러나 법률구조제도의 통합 논의는 위와 같은 개별 기관 상호간의 협의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종국적으로는 입법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지난해 업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사법지원센터를 설립하되 제3의 독립기관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사법지원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 대한변협의 사법지원법안 역시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법조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한변협 법안의 기본취지에는 대체적으로 수긍이 가나, 한 가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공단은 1987년 창립된 이래 전국 법원·검찰청에 대응한 전국적인 조직망으로 250여명의 변호사와 공익법무관이 2500만여건의 법률상담 및 200만여건의 민·형사 법률구조를 수행한 법률구조의 중추기관이다. 법률구조제도의 통합 논의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든 공단의 인적·물적 설비와 법률구조 노하우가 전수되도록 하여야 함은 분명하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사법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12명 정도의 위원을 두되, 법무부장관, 국회, 대법원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3명을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인적 구성의 다양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사법지원위원회 산하에 지방사법지원위원회를 두고, 그 하부조직으로 지방사법구조센터와 지방사법지원센터를 둔다. 전자는 Staff-Lawyer 방식으로 운영하되 공단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여 기존에 공단이 수행하던 본연의 업무영역인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법구조로서의 사법지원에 집중하고, 후자는 Judicare 방식을 기반으로 사법구조센터가 담당하는 업무 외의 분야, 즉 사법구조 이외의 사법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공단이 대한변협 및 각 지방변호사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구축한 연결망이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법원 인지대, 각종 벌과금 등에 기초한 사법지원기금을 새로 설치하여 이를 사법지원위원회의 주요 재원으로 함으로써, 종전 공단이 수지차 보전기관으로서 국가보조금 및 자체 수입에 의존하던 불안정한 재무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한층 더 강화하되, 예산과 회계에 관하여는 매년 대통령 및 국회의 감독을 받도록 함으로써 방만 경영 등의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직운영의 객관성을 높인다.
1972년 법률구조협회 출범이래 법률구조제도 개혁을 목표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논의가 계속 이어져왔다. 그 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법률구조제도를 만들어 고품질의 법률구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고, 궁극적으로는 ‘법의 문턱 낮추기’를 통해 국민의 사법 접근권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필자가 제안한 방안은 사법지원기구의 업무상·재정상의 독립성이 극대화됨은 물론이고, 공단이 지난 30년간 축적한 인적·물적 설비와 노하우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 생각되며, 관심 있는 각계의 심도 있는 논의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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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법률구조공단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으니 궁금한점을 물으러가기에 " 2500만여건의 법률상담'을 했다는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200만여건의 민·형사 법률구조를 수행한 법률구조의 중추기관이다."라는 말에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법률구조공단에서는 충고,조언 정도하는 것만 들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