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효행 설화
(2) 어머니와 지렁이
조사일시 : 2000. 5. 10 조사장소 : 북구 용전동 마을회관
제 보 자 : 김덕순(여,72세) - 본촌동 해산마을 출생으로
19세 때에 이 마을로 출가하여 3남매를 낳아 기르다
27세 때에 남편을 여읜 후
홀로 농 사일을 하여 가계를 꾸리며 자녀들을 가르쳐 결혼시키고 혼자 살 고 있다.
옛날에 광주 북촌(北村)이라는 마을에 돌쇠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눈먼 봉사 어머니와 착하디 착한 아내가 있었드래요. 그 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젊어서부터 외아들 양육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원체(워낙) 아무것도 없는 집이라 밭매기, 베짜기, 옷짓기, 장담가주기, 잔치음식 만들기 등 갖은 품팔이를 다하여 겨우 연명해 나간 것이지요. 젊어서 어찌나 뼛골이 빠지게 힘든 일을 하였던지 나이 오십 줄에 접어들자 시름시름 아파 오더니 눈이 멀어버렸어.
사실 먹성(음식섭취)은 부실하지 날마다 하는 일은 고되지 하다보니 요새말로 하자면 일종의 영양실조라 해야 것제. 쬐끔 유식허게 표현하면 아직 회갑도 많이 남아 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늙는 조기노쇠현상이 와버린 거야.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한 아들은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모친을 등에 들쳐업고 여기저기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녀 보았지만 전혀 효험이 없었어요. 그 집에서는 당장에 밥을 끓여먹기가 힘들게 되자 주위에서 부랴부랴 서둘러 외아들 돌쇠의 혼인을 치르게 되었는디, 평소 어머니의 심덕이 좋아서였든지 이웃마을에 사는 마음씨 좋고 효성이 지극한 처자가 며느리로 들어오게 되었다여.
며느리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시어머니께 봉양하고 수시로 팔다리를 주물러서 몸이 편하도록 보살피는 더 말할 수 없는 효부였어.
장가를 든 돌쇠는 몇 달간의 꿈같은 신혼생활을 보낸 후 이러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한번 집안 살림을 일으켜 세워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리라는 각오로 멀리 행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단둘이 남은 며느리는 어떻게 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의 눈을 떠드릴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하였고 마침 어떤 사람으로부터 멀어버린 눈을 뜨게 하는데는 토룡(土龍:지렁이)이 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는 모양이야.
그 날부터 며느리는 자기집 마당의 흙을 뒤져서 지렁이를 잡아 지렁이탕(일명 토룡탕)을 끓여드렸다요. 자기집 마당의 지렁이를 죄다(모두) 잡고 난 후에 며느리는 챙피도 잊은채 이웃집을 순회하면서 지렁이를 잡아 날랐고 그러면서 지렁이는 두엄자리부근의 기름진 땅에 많이 산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아냈다 이거여. 이렇게 수개월간 정성을 다하여 토룡탕을 끓여드리니 시어머니는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후루룩 후루룩 먹으면서 맨날 ‘뭐가 이렇게 맛이 있다냐’ 하고는 하는 거야.
드디어 석 달간의 긴 행상을 마친 아들이 어느 날 오후 늦게 집에 돌아와서 문안을 올리려고 방안에 들어가 보니 어머니가 상위의 뚝배기에서 무엇을 드시고 계셨다요. 아들이 궁금하여 자세히 들어다보니 지렁이를 끓인 국을 드시는 것이 아녀요.
아들은 깜짝 놀라 “어머니! 원 세상에 먼(무슨) 거시랑(지렁이의 사투리)을 다 잡수신다요” 하고 여쭈었어.
느닷없는 아들의 물음에 월컥 비위가 상한 어머니는 “뭣이여. 나가(내가) 시방 거시랑을 먹고 있다고” 하며 되물었제.
다시 아들이 “분명하당께요. 확실히 맞어라우” 라고 대답하자
어머니는 “그 말이 진짜냐 어디 한번 볼꺼나”하며
잠시 눈먼 사실도 잊은 채 감겨진 눈꺼풀에 힘을 주자 순간적으로 눈이 번쩍 떠지게 됐다는 거야.
돌쇠는 곧 아내를 불러 저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아내의 정성을 매우 칭찬해 주며 고마움을 표하였어요.
이제서야 돌쇠는 아내가 지렁이로 끓인 탕이라는 것을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미리 말씀드리면 안 드실 것이 뻔하였고
더욱이 영약(靈藥)은 천기누설이 되지 않아야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다시 광명을 찾은 그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의 갖은 효성을 받으며 백세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합니다.
첫댓글 아무나 하는게 효행이지만
또한 아무나 잘 못하는게 효행이지요
나라 기풍이 늙은이를 늙은이 답게 높이 받들면
모든 백성도 부모를 알뜰히 받들어 모신다고 대학에서 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