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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7일, 하마스(Hamas)의 급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하 ‘이-하 분쟁’)에서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지하전투’일 것이다. 군사 선진국들은 현재 이스라엘군이 수행하고 있는 지하전투에 주목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하전투에 필요한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조직편성 등의 혁신에 고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로 인해 미래의 주요 전장이 도시와 그것이 필연적으로 머금을 수밖에 없는 지하공간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2050년, 전 세계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분포
* 출처 : https://infrastructureusa.org/future-of-rail-2050/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하 분쟁은 작전보안 차원에서 결정적 전투 위주로 미디어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이 수행하고 있는 지하전투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자지구 전투에서 도심지 전투와 가자 메트로 전투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전투 초기부터 가자 메트로에 진입하여 하마스와 근접전투를 벌이고 있다”, “바닷물로 가자 메트로 전체를 침수시키고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림 2>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터널을 침수키기 위해알 샤티(Al-Shati) 캠프 북쪽 해안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5개의 펌프
이렇듯 이스라엘군의 지하전투는 작전보안 차원에서 공개된 부분이 전체를 대변하여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수행하고 있는 지하전투 수행방법은 앞서 언급한 인식과는 다르게 명확하게 단계화되어 있다. 특히, 각 단계는 드론, 인공지능(AI), 초연결 네트워크 등의 첨단과학기술이 융복합되어 ‘감시(Sensor)-결심(C2)-대응(Shooter)’ 주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는데, 이것은 협소한 공간에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의 환경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 싱크탱크, 군사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이스라엘군은 다음과 같은 단계에 따라 지하전투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1단계 : 지역 주민 소개] 이스라엘 지상군은 10월 13일 전단지를 살포하고, 이스라엘군 총참모부 예하 대변인 부대(Spokesperson’s Unit)는 10월 16일 아랍 미디어에 출연하여 가자지구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남쪽 디에르알발라주(Deir al-Balah Governorate) 방향으로 소개(Evacuation)할 것을 권고한다. 이것은 지상작전 후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조치였다. 그렇지만 가자지구 북부지역 주민들의 소개율은 미미했다.
<그림 3>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한 소개 정보
[2단계 : 작전지역 포위] 10월 28일부터 가자지구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의 최대 근거지인 가자시티(Gaza City)를 포위하기 위해 이스라엘 지상군의 기갑/기계화부대가 투입되었다. 첫 번째 기갑/기계화부대는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이등분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각각 북쪽의 해안선과 남쪽의 스마트 펜스를 따라 남하한 후 첫 번째와 연결함으로써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대한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그림 4> 10월 28일,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로 다른 네 방향에서 기동하는 이스라엘 지상군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시티 내부에 위치한 하마스의 탈출과 외부로부터 병력, 물자, 장비, 정보 등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이와 같은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다. 또한, 다층 건물이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작전지역에서 전투원의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갑 방호력과 강력한 직사화력을 갖춘 전차와 장갑차가 편제된 기갑/기계화부대를 포위부대로 운용했다. 이것을 통해 지하전투는 필연적으로 도시전투와 병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하전투는 도시전투와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3단계 : 포위망 압축] 서로 다른 네 방향에서 기동한 이스라엘 지상군 예하 기갑/기계화부대들이 연결에 성공한 후, 이들은 포위망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투템포를 높이지 않고 서서히 기동했다. 포위망 내부에 위치한 지하터널 출입구와 지하에 위치한 하마스의 근거지와 근거지 사이의 지하터널을 철저히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공군의 드론이 동맹국들의 드론들과 함께 큰 역할을 했다. 이것들은 가자지구 북부지역 상공에 장기 체공하면서 지상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촬영했다. 특히, 후자는 가자지구 내 인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운용되고 있는데, 촬영된 지상 정보를 이스라엘군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5> 가자지구 상공에서 인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운용 중인 미군 드론들의 항적
* 출처 : https://www.nytimes.com/2023/11/02/world/middleeast/israel-hamas-gaza-hostages-us.html
이후 이스라엘군은 ‘Gospel’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을 운용하여 건물 단위로 출입 인원의 수, 성별, 무장 여부 등을 분석하여 건물 내부나 주변에 은·엄폐된 하마스의 지하터널 출입구를 특정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의 흐름을 건물별, 시간대별로 분석하여 기존 데이터와의 편차를 식별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하마스 지도부는 휴전 조건으로 이스라엘군의 드론 운용 중지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림6> 드론이 축적한 데이터로 건물 내부나 주변에 은·엄폐된하마스 지하터널 출입구를 특정하는 이스라엘군의 인공지능 ‘Gospel’
* 출처 : https://opher-ganel.medium.com/israel-hamas-war-idf-unveils-a-scary-new-targeting-ai-1dcc1ebc3e40
이처럼 인공지능에 의해 지하터널 출입구들이 특정되면 포위부대들은 인접부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이것들을 파괴하면서 서서히 전진했다. 포위부대가 전진하면서 형성되는 간격을 통해 하마스가 탈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포위부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터널 출입구를 파괴했다. 건물 주변 지면에 은·엄폐된 출입구는 D9R로 불리는 전투 불도저로 메꿔버렸다. 그리고 건물 내부나 건물 내외부에 밀집된 출입구는 공군의 벙커버스터로 정밀타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도 이스라엘 지상군은 <그림 7>처럼 소개로(Evacuation Road)를 개방하여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노력을 강구했다.
이와 더불어, 지하에 형성된 하마스의 근거지와 근거지 사이의 지하터널도 하마스의 실시간 전투력 전환을 차단하기 위해 벙커버스터, 스펀지 폭탄, 침수 등을 통해 파괴하였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 지상군 예하의 포위부대들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들이 지나간 지역에 위치한 하마스 지하터널을 완전히 파괴하면서 전진한 것이다. 실제로, 10월 28일에 포위망을 형성한 이스라엘 지상군은 2주가 지난 11월 중순까지도 가자지구 북부의 외곽지역에 형성된 하마스 지하터널 파괴에 진력했다.
<그림 7> 11월 12일, 이스라엘 지상군이 형성한 포위망 현황
[4단계 : 중심(CoG) 정밀타격 및 인지전(CW)전개] 이스라엘 지상군은 11월 중순부터 포위망 압축과 함께 특수작전부대를 투입하여 가자시티 시가지에 위치한 주요 병원들의 지하시설을 정밀타격했다. 이스라엘 포위부대들은 가자지구 북부지역 외곽으로부터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터널을 파괴하면서 가자시티 중심부로 진출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시티 내 주요 병원들이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형성된 지하터널 네트워크의 중심(Center of Gravity)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의 <그림 7>과 아래 <그림 8>을 중첩해보면 가자시티 지하터널 네트워크상에 주요 병원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8> 가자시티에 형성되어 있는 지하터널 네트워크
주요 병원 지하에 구축된 시설은 야할롬(Yahalom)과 같은 지하전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특수작전부대가 정밀타격했다. 이들은 유·무인 복합(Manned & Unmanned Teaming) 개념을 적용하여 ‘무인체계 선도, 전투원 후속’ 개념을 적용하여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을 강화하면서 주요 병원 지하에 구축된 하마스 시설을 확보해나갔다. 하지만 하마스 지도부와 같은 핵심표적은 제거할 수 없었다. 가자시티에서 소개를 거부하고 잔류했던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지리(Unseen Geography)를 통해 포위망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주요 병원에 대한 정밀타격을 진행하면서 여론과 맞서야 했다. 병원 자체를 작전목표로 선정하거나, 병원 내부에서 전투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전쟁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들끓는 여론을 안정시키기 위해 총참모부 예하 대변인 부대를 운용했다. 대변인 부대는 특수작전부대가 정밀타격한 주요 병원에 구축된 하마스 지하시설을 카메라에 담아 주요 미디어와 SNS에 공개했다.
<영상 1> 란시티 병원 지하에서 하마스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체계와 시설을 설명하는이스라엘군 대변인 부대 지휘관 다니엘 하가리(Daniel Hagari) 장군
이때 하마스 전투원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체계를 집중적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여러 대변인들은 CNN, FOX News, MSNBC 등과 같은 국제적인 언론들과 수시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스라엘군이 수행하고 있는 지하전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즉,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내 주요 병원들에 대한 지하전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주요 언론을 대상을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수행한 것이다.
[5단계 : 지하터널 완전 거부] 이스라엘 지상군과 특수작전부대는 11월 말까지 가자시티 내부에 위치한 주요 병원들에 대한 소탕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자지구 북부지역에서 저항하던 하마스 전투원들은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에 의해 철수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상군은 템포를 늦추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최종 목표는 하마스 지하터널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지구 북부 외곽에서 중앙(가자시티 중심부)으로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탐색 및 파괴하면서 진출했다. 하마스의 주력이 와해된 11월 말부터는 가지시티 중심부로부터 외곽으로 포위망을 확산하면서 가자지구 북부지역을 재탐색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지상군 예하 포위부대들은 가자시티 곳곳에 은·엄폐되어 있는 지하터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가자지구 북부지역 끝에서 중장비도 통과할 수 있는 4km 길이의 대규모 지하터널을 12월 중순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새롭게 식별된 하마스 지하터널을 완전히 파괴했고, 파괴할 경우 주거지역, 기반시설, 인도적 지원시설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물리적 파괴 대신 침수나 스펀지 폭탄을 사용하여 재사용을 완전히 거부했다.
<영상 2> 가지지구 북부지역 끝에 있는 에레즈 검문소 인근에서 발견된4km 길이의 중장비도 통과할 수 있는 대규모 지하터널
하지만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구축된 하마스 지하터널의 규모는 상당하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지상군 중 일부는 북부지역에 잔류하여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지속적으로 탐색하여 거부하고 있다. 즉, 이스라엘군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까지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동일한 작전지역을 여러 차례 탐색하는 ‘Search & Stay’ 전법을 구사한 것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12월 3일까지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대한 지하전투를 종료하고, 12월 4일부터 주력을 남부지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지구 북부지역 작전 시 지역 주민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 총참부는 전투지역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공지하기 위한 분할 지도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이것은 가자지구를 100여 개 지역으로 분할한 것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일시적인 단거리 소개나 전투지역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그림 9> 가자지구를 100여 개 지역을 세분화한 분할 지도
이상에서와 같이 이스라엘군은 지역 주민 소개, 작전지역 포위, 포위망 압축, 중심 정밀타격 및 인지전 전개, 지하터널 완전 거부 등 총 5단계로 지하전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서두에서 언급한 부정확한 인식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스라엘 지상군은 치열한 도시전투 함께 지하전투를 동시에 수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실질적인 지하공간에서의 전투는 포위망을 주요 병원들이 위치한 가자시티의 중심부까지 압축한 후 특수작전부대에 의해 선별적으로 수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침수작전은 지하터널 네트워크망 전체가 아니라, 지하터널 파괴 시 지역 주민들이나 소개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에서만 이루어졌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4대 군사노선의 일환으로 전 국토의 요새화를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최첨단 감시·타격자산을 회피하기 위해 지탱점, 갱도포병, 비대칭 무기체계 저장시설(UGF), 탄도미사일 작전지역(BMOA) 등을 지하공간에 구축해오고 있다. 2020년에 발간된 美 육군 교범인 North Korean Tactics(ATP 7-100.2.)에는 앞서 언급한 지탱점과 갱도포병 진지가 지하화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주요 도시는 지하시설을 활용하여 전쟁지속능력을 갖추고 있다. 즉, 유사시 한미 연합군은 북한군과의 일전에서 지하전투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산악전투와 지하전투가 동시에 수행된다는 의미이다.
美 육군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와 관련된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및 조직·편성을 유·무인 복합 개념을 적용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지하전투 관련 실험장과 훈련장을 마련하여 이를 위한 데이터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그 결과, 美 육군은 2019년 Subterranean Operations(ATP 3-21.51.)를 발간하여 지하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美 육군 예하 미래사령부는 2028년을 목표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기반으로 한 도시·지하전투 수행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영상 3> 美 육군 예하 미래사령부에서 2028년을 목표로 발전시키고 있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기반 도시·지하전투 수행방법
역사적으로, 약자는 강자의 전투력을 상쇄하는 영역으로 지하를 활용해왔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지하전투는 우리에게 선택인가, 아니면 필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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