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달러당 20원씩 왔다갔다… 슈퍼 환위험의 시대
경제 펀더먼틀 지표, 금융위기 버금가는 악화
“당국, 시장 심리 안정화 위해 소통 강화해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근처에서 크게 오르내리면서 4분기 시작부터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10월 6일에는 장중 1400원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던 환율은 10월 11일 하루에만 전 거래일 대비 23원 가까이 올라서면서 장중 1435.2원에 마감했다.
이미 지난 3분기 외환변동성은 거의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환율 변동성 지수와 외환시장압력지수(Exchange Market Pressure Index)를 산출해 과거 위기 수준과 비교한 결과, 2022년 7~9월 환율 변동성 지수(72.1p)는 장기평균 수준(50)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는 1997년 IMF 위기 시기(85.5p), 2001년 닷컴버블 시기(82.9p), 2008년 금융위기 시기(83.3p) 등 과거 3차례 위기 시기 수준을 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변동성 역시 급격하게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환율 변동성 수준이 과거 위기 시기에 근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악화된 경제 심리도 주요 환율 상승 요인 = 현대경제연구원은 10월 12일 ‘최근 외환시장 불안정성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통화정책 요인과 위안화 동조성, 국제수지 요인은 물론 경제심리도 꼽았다. 아울러 해당 요인들은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국내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뉴스경제심리지수(경제기사에 나타난 시장 심리를 지수화한 자료) 1% 상승 시 원/달러 환율은 0.03%p 유의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제 펀더먼틀 요인뿐만이 아니라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도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2005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원/달러 환율과 뉴스심리지수의 상관관계는 ?0.27이었으나,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두 변수 간 상관관계는 ?0.62를 기록하면서, 역(-)의 상관관계가 강화됐다. 이는 최근 들어 경제 심리 악화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됐음을 의미한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위안화 절하도 주요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혔다. 한미 간 단기금리 차가 1%p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1.45%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해외 자금 이탈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연준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자 2022년 9월 29일 기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75%p까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를 웃돌았다.
또한, 위안화/달러 환율 1%p 상승 시 원/달러 환율 역시 0.44%p 상승하는 등 최근 들어 강화된 원화·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으로 위안화의 절하 압력이 원화 절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2022년 이후 원/달러와 위안/달러 간 상관계수는 1.0에 가까운 0.96을 기록하면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근래의 경상수지 추이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이 1%p 상승할 때 원/달러 환율은 1.89%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에 기인한 수출 회복세 둔화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수입액 확대로 한국의 무역수지는 2022년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수지도 작년 대비 대폭으로 축소됐다. 국제수지가 악화되면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이 감소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보고서는 “정책당국은 시장과의 소통(Announcement) 강화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악화가 원화 약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국제 공조를 통한 안전핀 강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