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올해 펜타 관객집계글을 올린 것 때문에 락칰이 시끄러워진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그럴려고 올린 글이 아니었는데ㅠㅠ
펜타가 처음 생긴 10년전만해도 우리나라에 락페, 아니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 생소했었는데, 지금은 과잉이라고 부를 정도로 페스티벌이 난립한 적도 있었고...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사실 페스티벌 하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각각의 방향 목표들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뉴스를 찾아보면 홍보를 하는 방향도 서로 다르고요,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점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좀 큰 틀로 구분해서 써 보려고 합니다.
먼저, 지자체가 개입되어있는 페스티벌.
안산밸리, 펜타포트, 자라섬재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세 페스티벌 모두 지자체가 주최 혹은 주관으로 되어있습니다. 또한 알게모르게 초대권을 뿌리는 페스티벌이기도 하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페스티벌이 열리는 지자체의 홍보 및 관광산업 촉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이 오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초대권을 뿌리는 거고요. 펜타포트는 상대적으로 도심지에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 촉진보다는 인천이라는 지자체의 홍보에 더 충실한 편인 것 같고요, 안산밸리는 초창기이기도 하고 대부도가 안산시 내에선 가장 낙후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 경기 및 관광산업 촉진에 더 힘을 쓰는 느낌입니다. 뉴스같은데 보면 '안산밸리에 얼마나 방문해서 경제효과가 얼만큼 발생했다.' 같은 기사들이 많이 나오죠. 자라섬은 역사가 길고 어느정도 정착되어있는 느낌이지만 이 페스티벌의 존재로 인해 가평군의 네임브랜드가 확 올라간 건 확실합니다.
다음으로, 순수하게 공연기획전문기업이 운영하는 페스티벌.
그민페, 뷰민라, 서제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티켓 판매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러기 위한 라인업과 장소를 짜고요. 때문에 너무 멀거나 가기 힘든 곳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도심지 중 도시와는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정했죠(바로 올림픽공원입니다). 그리고 페스티벌 자체를 브랜드화해서 라인업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도 많이 하고, 해당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세우기도 합니다(서재페는 라인업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긴 합니다). 때문에 관객충성도가 엄청 높고 매진이 될 정도로 티켓이 많이 팔립니다. 그민페가 몇년째 흑자라는건 유명하죠. 또한 초대권을 전혀 뿌리지 않습니다. 뿌리지 않아도 표가 잘 팔리니까요.
세번째, 대기업이 관여되어있는 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 지산밸리, 안산밸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수익도 수익이지만 페스티벌을 통해 각 기업에 대한 광고 및 홍보를 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때문에 다른 경우보다 라인업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초대권을 뿌리지만 기업의 이미지 때문에 뿌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관객 수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언론 보도도 잦습니다. 어떻게보면 첫번째 경우와 비슷하지만 첫번째와 같이 지역경제활성화같은 문제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안산밸리는 첫번째와 세번째를 반반씩 섞은거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가 대표적입니다.
이틀/3일같은 경우는 페스티벌이라고 하지만 단일일 경우 파티라고도 합니다. 이 페스티벌들은 최대한 관객을 많이 불러와서 겉보기에 웅장하고 대단해 보이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예전에 글로벌개더링 같은 경우는 게스트가 없다라고 누누히 광고했지만 사실상 게스트는 존재한다고 보면 되고요, 초대권도 엄청 뿌립니다.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특성상 공연이 쉬지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단 많으면 페스티벌 사이트에서 소비되는 비용도 많아집니다(보통 술이죠). 그리고 이런 페스티벌에는 보통 VIP나 VVIP가 따로 존재하는데 그들이 쓰는 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올해 울트라에서 가장 비싼 세트가 6400만원이었죠...돔페리뇽 100병이 포함되어있는 세트입니다). VVIP들이 보기에 페스티벌이 흥하고 신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려는 거고요, 실제로도 가장 많은 관객 동원을 자랑합니다.(울트라는 2013년부터 10만명이 넘었었고, 올해는 11만명이 넘게 왔다고 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아무튼 결론은, 각 주최자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 뻥튀기다 거품이다 하지말고 모두 응원해주자입니다.
음악산업의 불모지에서 페스티벌이 이정도 발전한건 개인적으론 기적이자 관객들의 힘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문화컨텐츠학 관련 수업에서 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것이라고 배웠는데 이 말이 참트루라는 것을 안산밸리를 보고 깨달았어요.
그렇죠, 저 예시들 중에 성공한 것들만 뽑아보면 전부 만든게 아닌 만들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