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태평로
[태평로] 총선, 北 도발 앞두고 ‘레드팀’ 만들어야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입력 2023.12.04.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3/12/04/OWG7Q3LQGBFODKGRRTENJ5JW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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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입장서 생각하는 ‘레드팀’ 뒀으면 엑스포 ‘예측 참사’ 있었겠나
수직적 조직일수록 ‘반대’ 못 밝혀… 1명은 ‘No’라고 해야 실패 줄여
2000년대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국가정보원은 ‘레드팀(red team)’을 뒀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팀이다. 김정일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카게무샤(대역)’도 있었다. 국정원의 북한 전문가들이 ‘집단 사고’와 ‘희망 회로’에 빠지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직이다. 전 정보 당국자는 “실제 평양에서 협상해보면 ‘레드팀’이 했던 말과 행동을 북측이 그대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모두 A라고 말할 때 적의 입장에서 B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세 로마 교황청에서 추기경 후보자의 흠집만 찾아내던 ‘악마의 변호사’가 현대의 레드팀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무산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어떤 좀비 영화에서 이스라엘만 유일하게 좀비를 막는 장벽을 세웠다. “이스라엘 정보 기관은 레드팀을 거쳐 정보를 판단한다. 10명 중 9명이 ‘아니다’라고 해도 레드팀 1명은 무조건 ‘맞는다’라고 하고 관련 정보를 모은다. 레드팀 덕분에 미리 장벽을 쌓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얼마 전 이스라엘이 준군사집단에 불과한 하마스에 육(오토바이)·해(수상정)·공(패러글라이드)이 모두 뚫리는 기습을 당한 것은 ‘정보 실패’가 빚은 재앙이다. ‘생각 불가능한(unthinkable)’ 적의 도발에 손을 놓은 레드팀의 실패일 것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외신들은 “사우디가 120표를 확보했다”고 일찍부터 보도했다. 애초 우리 외교 당국과 대기업들도 ‘어렵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많이 따라잡았다” “역전 기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근거를 물으면 “우리 대표단이 가면 사우디 물고기(돈)보다 한국의 물고기 잡는 법(기술)에 관심을 보이더라” “K팝 좋아하더라” “사우디 기업은 몰라도 삼성·LG는 다 알더라”는 식이었다. 그런 말이 ‘한국 지지’ 의미인지 갸웃했지만 갈수록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투표에서 사우디가 얻은 119표는 ‘120표 확보’라는 외신 보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엑스포 회원국 기류는 변한 게 없는데 우리 정부 판단만 변한 것이다. 그 많은 우리 외교 공관은 서울에 무엇을 보고한 건가. 이제 와서 “부산이 어렵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고 말하는 정부 당국자와 대기업 임원도 적지 않다. 비겁하다.
이번 유치전에서 정부가 레드팀을 뒀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니 전부 침묵한 것은 아닌가. 엑스포 뿐이 아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 때도, 낙마한 장관 후보자 지명 때도 10명 중 9명이 ‘예스’라고 해도 1명이 무조건 ‘노’라고 하며 그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으면 재앙 같은 결과는 피했을 것이다.
아무리 똑똑한 집단이라도 항상 합리적 결정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호흡이 잘 맞는 조직일수록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집단 사고’와 ‘희망 회로’가 겹치면 정보 판단은 엉터리가 된다. 서울대, 해외 박사, 법조인 출신이 많은 이 정부가 ‘노’라고 말하는 레드 팀을 가동하고 있나. 레드팀을 처음 고안한 곳이 미국 육군이라고 한다. 위계질서가 수직적이고, 의사 결정 구조가 폐쇄적일수록 레드팀이 필요하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불이익 없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정부·여당은 전임 정권처럼 현금을 뿌릴 수 없다. 교육·복지·노동·환경 등의 개혁적 정책으로 표를 받아야 한다. 북한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도발할 수 있다. 엑스포 때처럼 하면 또 실패한다. 정책을 세울 때도, 공천을 할 때도 어느 1명은 반드시 ‘노’라고 말하는 레드팀을 두는 게 어떤가.
안용현 기자 사회정책부장
밥좀도
2023.12.04 05:27:30
어느 조직이든 쓴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두가 의견에 동의하고 긍정한다는 그 자체가 잘못이다. 자신의 목숨이나 직책을 걸고 바른 말 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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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1
2023.12.04 07:37:49
윤대통령님이 사심 없이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을 잘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란 곧이곧대로 정론만 걸을 수 없고 때론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지? 물론 잘못된 주장을 받아 들이란 얘기는 아니며, 큰 틀에서 말이죠. 그리고, 정말 듣기 싫은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참모들이 곁에 있어야만 잘못된 판단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구요. 좀더 멀리 깊게 바라 보면서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이끌어 주시길 간절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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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3.12.04 07:10:11
기사에 공감한다.엑스포사태를 보면서 박대통령의 말이 떠올랐다.나도속고 우리모두 속았다는,윤대통령이 가리워져있고 막힌귀와 눈을 가졌다고 생각않는다.바로보고 판단할줄아는 시각을가진 참모가 레드팀이 여러곳에서 가동되기를 바란다.엑스포는 대통령도속고 우리도속았다.왜였을까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하시든 대통령님 다시 새겨 보시기를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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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양
2023.12.04 08:27:07
맞는 말씀이다. 국회의원선거는 전쟁을 기회하기보다 일정한 전장에서 전투작전계획을 짜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일단 대항군을 설정하여 워게임을 몇 번 치러보고, 기후, 지형을 세심히 분석하듯 지역특성, 인구분포, 생활수준, 교육정도 등등 여러가지 환경들을 평가 분석해서 후보 공천을 마무리한 다음, 후보가 정해지면 또 다른 레드 팀, 대항군을 내세워 다시 세부 작전계획을 수립해서 임하면 백전백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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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필드
2023.12.04 08:18:07
尹대통령 지근 거리에도 현대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만한 人材가 한두사람은 반드시 있어야 더이상의 패착을 막을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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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마바사
2023.12.04 09:30:48
그러는 조선일보는 엑스포 예측 잘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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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렙
2023.12.04 08:55:46
윤석열 대통령이 꼭 보고 실천해야 할 좋은 충고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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