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에는 시내 중심가라면 남포동과 광복동을 지칭했다.
광복동이 팻션거리라면 남포동은 다방과 술집이 많이 몰려 있고 골목엔 식당들이 많았다.
영도다리 옆에 있던 시청건물이 연산동으로 이전하고 나선 중심가가 서면으로 옮겨왔다.
나이가 든 요즘엔 약속장소를 정할 땐 옛날에 있던 다방도 다 없어지고 말아
지하철역 '만남의 장소'에서 만난다.
그렇지 않으면 서면 부근일 경우에는 '영광도서'에서 만나기로 한다.
찾기도 쉬운데다가 술집보다는 아무래도 책방에서 만나자고 하는 편이 유식해 보이기 때문이다.
매대에 올려진 책을 뒤적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텅 빈 머리속으로 글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다.
얼마전 서울에 사는 친구가 부산 모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는 모친을 보기 위해서 내려왔다가 만나자는 연락이 왔었다.
함께 지녁이나 할까 하고 '영광도서'에서 6시에 보자고 하였다.
약속시간보다 십여분 일찍 나가 책방 안으로 들어가 신간 코너에서 이책 저책 뒤적이다가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는 타이틀이 눈에 띄어 계산을 하고 나왔다. 졸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