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칠량중학교 김현국 교장이 선배 퇴직 교사들을 초청했네.
문 선생은 날더러 후배교사들 신세지지 말라고 구시렁거리지만
신세지기도 하고 신세지우기도 하는 게 사람살이 아니겄어?
때마침 교장실 텔레비전에서는 평양 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있었네.
참 보기 좋아요, 당신들의 노력으로 다음에는 한반도 정상이 등장했으면 좋겠는데.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이여 어서 오라.
칠량중학교 건물 벽의 그림, 거참, 재미있네. 사람들의 표정도 참 밝고.
나는 수십 년 전부터 학교에 벽화가 많았으면 좋겄다고 역설했제.
나야 솜씨가 없으니 미술 선생들이 힘 좀 썼으면 좋겄어.
칠량중학교 교문에서 바라본 학교 전경.
거참 좋네. 특히 운동장 천연잔디가 마음에 쏙 드네.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다시 살려낸 유명한 학교.
농촌 처녀총각들아, 빨리빨리 결혼해서 애기들 좀 펑펑 낳아라.
점심은 강진 마량항에서 자연산 광어회, 전어회.
네로 황제, 진시황이 우리처럼 맛난 것 먹어 봤는지나 몰라.
전라도 횟감 좋은 포구는 녹동, 마량, 완도.......
강진 마량 포구. 바다 건너가 고금도.
요즘에는 어떤지 몰라. 예전에,
부슬부슬 비 추적거리는 항구로 여객선이,
철 지난 유행가 틀고 들어오면,
얼마나 노스탈쟈 구슬펐는지 몰라.
선배님 초청으로 저녁을 먹었네.
자연산 광어에 술이 얼큰해졌제.
아무리 별명이 조 1차라 해도 막무가내.
2차로 끌려간 곳이 레드피크.
가끔 우리 전교조 행사가 열려서
주인들과도 허물없는 곳.
나 좋아하는 흑맥주가 있어서
간만에 흠뻑 취했제.
미안스럽게도 그 가게 하모니카 빌려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었네.
기타리스트가 반주를 해주니 황홀했네.
‘옛날의 금잔디 동산’도 불었제.
앞으로는 술집 가려면
하모니카 가지고 다녀야겠네.
‘부용산’ 노래 이야기가 나왔네.
빨치산들이 불렀다고 금지곡 된 노래.
지금은 풀려서 가끔 듣는 노래.
가수 아무개, 탤런트 아무개도 부르던 노래.
선배도 한 곡 뽑고, 나도 한 번 불렀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느냐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산허리에 잔디만 푸르러푸르러.
이번 처가 형제 모임은 진도 처남 집. 점심으로 오리탕을 걸게 먹고 홀로 산보를 나간다. 21일은 일요일. 곱게 잔디 깔린 진도 실업고등학교가 괴괴하다. 참 좋은 시설들인데 시골학생 수가 차츰 줄어들어서 걱정이나 안 되는지 걱정이다. 무심한 햇빛만 운동장으로 푸짐하게 내려앉는다.
백두건설중기, 김미숙 머리사랑, 화랑이발소, 현정수퍼,
참 시골스런 가게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 있네.
왜가리일까, 해오라기일까. 하얀 새가 수면 위로 낮게 난다.
더 높은 허공에서는 고추잠자리가 시월을 찬양하듯 축하비행에 나섰다.
시냇가 갈대꽃들이 시월의 태양을 찬양하며 수런거린다.
나는 열렬한 태양교 신도다. 나의 유일신은 오로지 태양이다.
처남 집 바로 곁에 있는 대한불교 천태종 삼성사.
절치고는 꽤 현대화한 모습이여서 신기하네.
시월상달은 축제의 계절. 진도라고 빠질 수 있나.
진도 수산물 축제. 처갓집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가 구경 다닌다.
색색이 아롱진 풍선들은 언제 봐도 마음을 설레게 하네.
탁자 위에 놓인 기구로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날린다.
언제 봐도 비눗방울은 사람들의 마을을 붕붕 하늘로 띄운다.
우리의 삶의 현장이 날마다 축제요 잔칫날이다.
낙원은 먼 곳에 있지 아니하다.
은하우주 태양계 행성 초록별이 바로 우리의 낙원일지니,
땅 위의 모든 살아 숨 쉬는 것들아,
생명으로 태어난 기적을 감사하라,
모두 태양 아래 엎드려 경배하라.
비닐 풀장 안에서 유유자적하는 물고기들.
수산물 축제 프로그램에는 직접 손으로 고기 잡는 체험도 들어있는 모양.
곧 잡혀갈 신세인 줄도 모르고 저들은 무사태평으로 물과 시월의 화사한 햇빛을 즐기고 있구나.
혼자였더라면 두 말 없이 저 국화빵을 사먹었을 텐데
점잖은 어른들과 어울려 다니다보니 망설망설 못 사먹고 말았네.
고인이 되신 전교조 초대위원장 윤영규 선생님은
어렸을 적 학동에서 풀빵 장사를 했다던가 어쨌다던가.
나주국민학교 47회 동창생 셋이 나주에서 목포로 와서,
나를 싣고 강진 마량으로 가서 광어회에 술잔을 나누었다.
그러니까 학교를 졸업한 지 60년이나 되었네.
몇몇은 벌써 세상을 떴고 우리도 언제 떠날는지 기약이 없다.
점심을 마치고 강진 병영성 복원 현장을 둘러보았다.
역사는 우리한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겄으면 역사한테 물어보렴.
제3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작년에 이어 또 염 선생이 초청했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이 연주를 했네.
함께 간 류 선생, 염 선생이 기타 연주에 열심히 따라 불렀네.
비가 내리면 대수인가. 눈, 비, 바람도 죄다 축제의 한 부분인 것을.
<다음 호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