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딸, 두살배기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라마 나인
아빠가 얼마전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하나 있어.
<나인>이라는 드라마란다.
우연히 얻은 향 아홉개.
그 향은 정확하게 2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향이야.
주인공은 잘못된 현재를 돌이키려고 그 향을 이용하여 20년전으로 돌아가
운명을 바꾸려고 해.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그리 호락호락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암튼,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판타지 멜로 드라마인데,
아빠의 취향에 딱 들어맞아서인지 참 재미있게 본 드라마란다.
그런데, 아빠의 지인 중에 한 명이 그 드라마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유사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기욤 뮈소.
아빠가 몇년 전에 그 사람의 소설들을 즐겨 읽었었거든.
그 사람의 소설은 재미가 있어.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어.
그런데 소설의 이야기가 다 비슷비슷해서 읽은 지 한참이 지나면,
줄거리가 뒤죽박죽 섞여서 생각이 나기도 해.
아빠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나인>과 유사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어.
그리고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소설은
그 소재가 식상한 것 같지만, 늘 재미있었거든...
이번에 읽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역시 괜찮았단다.
기욤뮈소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책도 금방금방 넘어가고 말이야.
그리고, 각 챕터시작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발췌한 좋은 글들도 아빠의 가슴을 움직이게 했단다.
1. 폐암 말기 60살의 의사 엘리엇
60살의 의사 엘리엇.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었어.
그는 의료봉사도 하곤 했는데,
캄보디아에서 어린 아이의 병을 치료해 준 고마움에
아이의 할머니가 알약을 10개 주었단다.
그는 폐암 말기를 선고 받고 삶을 마무리를 준비하기도 했어.
그런데 60살이면 너무 일찍 삶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가슴아프게도 했지.
그의 유일한 가족인 딸 엔지를 혼자 두고 떠나야한다는 것도 가슴아팠어.
엔지의 엄마는 20여년 전 의사들 세미나에서 잠깐 만난 이탈리아의 의사였는데,
의도치 않은 아이를 낳게 되었어.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엘리엇에게 보냈어.
엘리엇은 딸아이의 이름을 엔지로 짓고,
모든 사랑을 딸에게 주었단다.
그리고 지금은 뉴욕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었어.
그런 딸에게 아직 자신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어.
그런데, 그보다 더 가슴아픈 사연이 또 있단다.
그가 죽더라도 보고 싶은 여인이 한명 있었어.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일리나.
일리나를 한번만이라도 보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어.
그러나 볼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일리나는 이미 30년전에 죽었기 때문에...
그것도 엘리엇 자신 때문에...
그래서 그는 더 괴로워하는 것이야..
...
2. 30년전으로 여행
어느날 엘리엇은 잠자기 전에 캄보디아에서 선물 받은 알약을 하나 먹고 잤어.
그런데 이상한 꿈을 꿨어.
그리고 너무나 실감이 났어.
30년 전 30살의 자신을 만나고 온 거야..
그런데, 꿈인줄 알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같은거야.
그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매트에게 이야기를 했어.
하지만, 당연히 믿지 않지..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어.
이상한 것은 30년 전 30살 엘리엇도 마찬가지였어.
의사가 된지 얼마 안된 30살의 엘리엇.
어느날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자신이 엘리엇이라면서 나타났으니 말이야.
30살의 엘리엇에게는 사랑하는 여자친구 일리나가 있었어.
일리나는 플로리다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었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지내고 있었지만,
둘은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였어.
단 한가지 의견만 일치하지 않았어.
그것은 임신이었어.
일리나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엘리엇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거부했대.
그런 30살의 엘리엇에게 나타난 미래에서 온 60살의 엘리엇.
그는 당연이 60살의 엘리엇을 정신병자 취급을 했어.
그런데, 60살의 엘리엇이 남기고 간 라이터의 지문에서
온통 자신의 지문만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60살의 엘리엇의 말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3. 일리나를 만났지만...
60살의 엘리엇도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는데,
두어번 더 시간 여행을 하고 나서 실제로 믿게 되었어.
그런데 그 알약의 성분이 별거 아닌 것으로 판명나자
자신이 엉뚱한 생각을 했다고 자책하면서 남은 알약을 버렸어.
그런데, 30살의 엘리엇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어.
30살의 엘리엇이 문신을 새긴거야.
그러자 60살의 엘리엇은 없던 문신이 생겼어.
60살의 엘리엇은 이것은 꿈이 아니고 실재라는 것을 확신하고
버렸던 알약을 힘들게 다시 찾았지.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갔어.
그리고 꿈에 그리던 일리나를 다시 봤어.
죽기 전 소원을 이룬 것이지...
60살의 엘리엇은 30살의 엘리엇에게 일리나가 곧 죽는다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그는 운명을 바꾸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일리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어.
그리고 일리나를 살리게 되면, 30살의 엘리엇은 일리나와 결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딸 엔지가 태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야.
그래서 괴롭지만, 알려주지 않았어.
...
현재로 돌아온 60살의 엘리엇은 일리나를 봤으니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30살의 엘리엇은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어.
결국 다시 과거로 돌아간 60살의 엘리엇.
30살의 엘리엇은 애원을 했어. 제발 일리나를 살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이야.
결국 60살의 엘리엇은 조건을 걸고 알려주기로 했어.
그 조건들이 만만치 않은 것들이었어.
첫째, 일리나와 헤어져라.
둘째, 40살에 이탈리아 의사와 하룻밤을 지내라. (그래야 엔지가 태어날 수 있으니까.)
셋째,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마라. 가장 친한 친구 매트에게도...
30살의 엘리엇은 일리나와 헤어져야 하지만,
그래도 일리나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했어.
그래서 일리나는 사고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어.
그리고 30살의 엘리엇은 60살의 엘리엇과 약속한대로,
일리나에게 이별을 통보했어. 너무 괴로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것이 일리나를 살리고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이었어.
그리고 그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 매트와도 절교하자고 했어.
매트와 있으면 일리나와 기억때문에 괴로워할 것이 뻔했거든.
그런데, 운명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을까.
실연을 당한 일리나는 바다로 투신 자살을 했어.
응급실에 실려왔지만, 중태였어.
4. 운명이란
60살의 엘리엇은 평상시처럼 매트에게 전화를 했어.
그런데 매트의 반응.
30년만에 왜 연락했냐는거야.
그제서야 60살의 엘리엇은 과거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60살의 엘리엇은 일리나가 잘 살고 있나 확인해 보려다가
30년전에 자살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일리나는 그때 바다에 투신 자살후 결국은 죽은 거야.
엘리엇은 일리나가 무엇때문에 죽었는지 자세히 알아봤어.
그리고는 다시 운명을 바꿔보려고 다시 알약을 먹었어.
그리고 일리나의 수술을 60살의 엘리엇이 직접 집도했어.
60살의 엘리엇은 이미 일리나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부분을 치료를 할 수 있었어.
그래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일리나는 결국 다시 살아날 수 있었어.
60살의 엘리엇은 30살의 엘리엇에게 다시는 오지 않겠다면서 돌아갔어.
....
30살의 엘리엇.
그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미친듯이 일을 했어.
그리고 60살의 엘리엇과 약속한 것처럼
40살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여의사와 하룻밤을 지내고,
60살의 엘리엇이 이야기한 것처럼 엔지를 얻게 되었지.
한편, 일리나도 서서히 회복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환경운동가이자 교수로써 명성을 쌓게 되었지.
그런 일리나의 모습을 엘리엇은 TV를 통해서 볼 수 있었어.
그렇게 지낸 엘리엇 60살이 되었어.
폐암에 걸렸고, 그 이듬해 61살에 죽었단다.
매트는 엘리엇의 장례식장에 참석했어.
그리고 엘리엇의 딸 엔지로부터 노트를 한 권 받았단다.
그 노트에는 엘리엇의 모든 사연이 적혀 있었어.
30년 전 절교를 했던 이유, 일리나와 헤어진 일,
물론 미래에서 온 60살의 엘리엇과의 만남도....
매트는 믿을 수 없었지만, 세세한 내용을 읽어보면 그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어.
그는 일리나를 찾아가서 그 노트를 건네주었어.
그리고 매트는 엘리엇 집에 찾아가서 남은 알약을 찾아내고 과거로 돌아갔어.
왜냐면 그가 폐암으로 이렇게 일찍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지.
매트는 31살의 엘리엇을 찾아갔어.
31살의 엘리엇은 이미 미래에서 온 자신을 만났기 때문에
미래에서 온 매트를 보고 놀라지 않았어.
매트는 젊은 엘리엇에게 딱 한마디 충고를 하고 다시 미래로 돌아왔어.
그것은 "담배 끊어, 폐암으로 죽어" 이 말이었단다.
....
다시 현재로 돌아온 매트는 일리나를 만나 같이
엘리엇의 집을 찾아왔어.
그리고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는 엘리엇을 보았어.
.....
5. 엉뚱한 상상
전에 드라마 <나인>을 봤을 때도 그랬고,
이 소설을 읽을 때고 그랬는데
아빠한테도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을 하게 된단다.
그리고 20대의 아빠를 만나게 된다면?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래서 아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아빠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아무말도 안할거다.
나비효과라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 파장은 대단할 수 있거든.
그러면 너희들이 사라질 수도 있잖아.
그러니 당연히 바꾸면 안되지....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봤어.
아빠가 이미 과거로 돌아가서 바뀐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야.
단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뿐이고 말이야.
ㅎㅎ 아빠가 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책제목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지은이 : 기욤 뮈소
펴낸곳 : 밝은세상
페이지 : 332 page
펴낸날 : 2007년 04월 20일
책정가 : 9,800원
읽은날 : 2013.07.24~2013.07.25
글쓴날 : 2013.08.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