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으로 데뷔작을 만든 김종현 감독의 두번째 작품 [마이 뉴 파트너]는, 너무나 낯익은 소재인 형사 버디 무비이다. 국내에서는 안성기 박중훈 콤비의 [투캅스] 시리즈가 이 장르를 정착시킨 대표적 작품인데, 당시 일부에서 표절의혹을 받았던 프랑스 원작의 [마이 뉴 파트너]와 같은 제목을 사용한 김종현 감독의 신작에서 호흡을 맞추는 형사는, 조한선 안성기이다. 박중훈의 자리에 조한선이 위치함으로써 어떤 효과가 파생될 수 있을까? 영화 속 설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사람이 부자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마이 뉴 파트너]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들을 버무려서 질질 끌고 간다. 새로움은 눈꼽만큼도 없고, 이야기 구성도 엉성하며 편집의 속도감이나 비주얼한 영상도 기대할 게 없다. 졸작이다. 관객들의 눈높이와 한참 거리가 있는 이 작품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조한선이 조금씩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의 친동생이 영화 속에서 조한선의 어린시절 연기를 하며 데뷔한다는 것, 정도이다. 안성기의 능글능글하면서도 따뜻한 캐릭터는 그가 너무나 많이 써온 캐릭터여서 식상하기까지 한다. 인간적인 호감도와는 별도로 이런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은 대배우로서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마이 뉴 파트너]의 강영준(조한선 분)과 강민호(안성기 분)는 부자 관계다. 아버지 강민호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아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차고 구속 수사되었다가 부산으로 좌천 된 비리 경찰이다. 그는 8년전에 가족들을 버리고 떠남으로써 아들 강영준과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강영준의 어머니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비리 경찰로 지목되는 등의 사건을 겪으며 충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강영준은 비리를 저지른 아버지에 대한 반발감으로 경찰대학에 진학해서 비리 경찰을 잡는 내사과로 자원해 발령받는다. 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마약 수사 때문이다.
강영준은 경찰 내부의 비리를 적발하다가 마약 혐의자와 연결되어 있는 수사를 맡고 부산으로 떠난다. 부산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버지 강민호 반장. 강반장은 풍속과 반장으로서 아들 강영준과 함께 마약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사건 취재는 엉성하다.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같은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여진 시나리오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상투적 사건 전개나, 극적 상상력이 전무한 이야기는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실패하고 있다. 경찰 내부와 연계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리라는 인물을 쫒는 과정도 그렇다. 사진 슬라이드를 보며 유리에게서 혐의점을 발견하는 과정도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그 유리를 부산의 마약전과범 장병삼(박철민 분)을 통해 만나게 되는 과정도 상식을 어긋난다. 치밀한 사건전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시나리오 자체가 관념성에 의지해서 책상 위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발로 뛰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쓰여진 시나리오의 땀냄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초반 도입부에서 강영준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액션 연기를 펼치지만, 편집의 미숙함과 촬영의 엉성함으로 액션영화의 긴박감을 전혀 주지 못한다. 보도자료에는 한국 최초의 롤러코스터 액션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조악할 정도의 수준이다. 후반부의 액션씬들도 마찬가지다. 과연 저 정도의 촬영과 편집으로 관객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 걱정까지 들 정도이다.
[마이 뉴 파트너]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의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의 진심을 파악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 자체는 우리의 정서를 움직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투적 설정으로 관계복원을 꾀하는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조차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비리를 의심해서 설치해 둔 도청기를 이용하여 아버지가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는 내용은 너무나 진부해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이다.
더구나 사건 전개의 핵심인 마약 수사에서도 긴박감이나 사실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내부의 적으로 연결되는 사건 전개의 흐름이, 피부에 전혀 와 닿지 않는 것은 디테일을 마련하지 못하고 뼈대만 책상 위에서 성급하게 만들어 완성시킨 시나리오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출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상상력의 부족이야 그렇다 해도, 촬영에서 편집까지의 전과정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가장 잘된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비슷한 캐락터를 남발해서 식상함을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관록의 안성기와 [열혈남아] 이후 딱딱한 독일병정같은 연기에서 벗어나 조금씩 인간미를 던져주고 있는 조한선의 궁합은 최상은 아니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다. 이것마저 없었으면 두 시간 가까운 영화를 어떻게 극장 의자에서 참고 견딜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