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독일 집권당 내부에서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독일이 태도를 바꿀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드레아스 슈바르츠 사회민주당(SPD) 의원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흔들리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뒷받침할 공군력이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밭을 넘어서 영토를 탈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타우러스 같은 미사일뿐”이라고 말했다고 6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슈바르츠 의원은 과거 독일이 시간을 끌다 결국 레오파르트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던 사례를 들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경고했다. 독일이 “탱크 문제와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인도할 중요 장비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슈바르츠 의원은 국방 예산도 다루는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 소속이다. 그동안 사민당은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달리 타우러스 제공에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사민당 내부에서조차 무기 지원 필요성이 나오면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결단’을 내릴지에 눈길이 쏠린다.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인 타우러스는 500km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가 길다. 빠른 속도로 지상에서부터 50m 정도로 낮게 비행해 적의 방공망을 피해갈 확률이 높다. 독일 국방부는 적군의 벙커도 뚫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두고 지난 5월 독일에 타우러스 제공을 요청했다. 독일은 이런 무기를 제공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국 영토를 넘어 러시아 영토까지 공격해 긴장이 고조되고 독일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지원을 거부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민당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 의원은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타우러스가 러시아 영토를 표적으로 사용될 거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독일이 타우러스 등 무기를 제공하는 안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미국과의 협의에 따르고, 우크라이나군의 운용 능력이 보장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독일 공군은 지난 2005년부터 타우러스를 도입했다. 현재 보유한 약 600기 가운데 150기를 운용 중이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독일의 기류 변화를 감지한 반응이 나왔다. 예호르 체르네우 우크라이나 의원은 페이스북에 “독일 의회의 핵심 정파가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문제에 대해 막 합의에 도달했다고 연방의회의 동료들이 말해줬다”라면서 “우리는 (미사일 공급을 위한) 지지 그룹을 형성하기 위해 독일 의회와 오랜 기간 협의를 해왔다. 우리는 공식적인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타우러스 미사일이 크림반도 남부 해안 등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타우러스와 같은 미사일은 시급한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면서 현재는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7일 로이터 통신에 독일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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