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9
“문왕께서 이미 돌아가셨지만, 문이 이 몸에 있지 않은가?” 주나라 건설자인 문왕이 수립한 문명이 춘추 시대에 들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주나라의 정신과 문화를 이어갈 후계자로서 스스로를 자부하며 결심하는 공자의 모습이다. 공자는 주나라야말로 앞선 하나라와 은나라의 장단점을 보완한 완벽한 제도를 갖춘 국가로 보았다.
하지만 논어에는 큰 꿈을 꾸었지만 이루지 못한 공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분명한 목적과 능력, 사람됨을 모두 갖추었지만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유하고 귀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말처럼 시대는 공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되었구나, 내 더 이상 꿈에서 주공을 못 뵌 지가!” 도를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였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노나라에 돌아온 기원전 484년, 나이 68세가 된 공자의 탄식이다. 젊어서 큰 꿈을 품고 천하를 돌아다녔을 적에는 존경해 마지않는 주공께서 꿈속에 자주 나타나나셨지만, 나이가 들고 그 꿈이 실현될 가망이 흐릿해지자 꿈에서도 주공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자한> 편에서도 공자는 “봉황새는 오지 않고, 황하에서도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나는 끝났구나.”라며 한탄한다.
그러기에 공자는 뒤에 따라오는 자들에게 희망을 두었다. <자한> 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뒤에 태어난 자들이 두렵다. 오는 자들이 지금 사람만 못 할 거라는 사실을 어찌 알겠는가?” 공자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오는 사람과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 제자로 받아들였고 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힘썼다. 그 결과 공자의 사상은 시간이 지나서 역사의 흐름을 만든 하나의 세계관이 되었다.
알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고 전하기 위해 애썼던 공자의 태도는 공자 사상과도 연관된다. 사실 공자의 사상은 당시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공자가 인간의 문제를 어디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 즉, 그의 ‘구원’은 배움과 인, 예와 악 등에 있다. 그렇지만 공자 자신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상적인 도를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노력이라도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런 태도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공자는 죽은 제자 안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애석하구나. 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은 보았어도, 그가 멈춘 것은 보지 못했다.” 이는 공자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선비의 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기 때문에 그 뜻이 크고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처럼 공자는 인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선에 이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노력하라는 그의 사상도 이와 비슷하다. 기독교를 믿어 분명하게 제시된 구원의 길이 있는 나는 공자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