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도레, 〈방주에서 날려 보낸 비둘기 Dove Sent Forth from the Ark〉, between 1866 and 1870.
땅에서 물이 물러났다.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는 마른 땅에서 주검들을 봤을 것이다. 코로 숨 쉬는 모든 것이 죽어 있었고, 물이 물러난 뭍에 사람과 짐승의 주검들이 엉켜 있었다. 노아가 땅에 다시 발을 딛었을 때에도 널브러진 주검들을 봤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심판이 끝났지만 주검으로 덮인 세상은 노아에게 새로운 심판이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며 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던 날, 그날은 하나님 보시기에 분명 좋았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천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부르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9-10). 그러나 홍수가 물러나고 노아가 다시 만난 땅은 끔찍했다. 살아남은 자 노아는 주검과 함께 드러난 땅에 살아야 한다. 살아남은 자는 그래서 슬프다.
그리고 두렵다. 구름이 하늘에 보일 때마다 노아는 섬뜩했고 가랑비만 내려도 심장이 내려앉았다. 구름이 보일 때마다 노아는 방주가 걸려 있는 아라랏산을 보지 않았을까. 가랑비만 내려도 역청을 다시 칠해 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노아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영원히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니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1-13).
첫댓글 노아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더불어 하나님의 마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