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 속 영웅]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평화 지키는 건 결국, 스스로의 힘
 
감독: 마이클 만/ 출연: 대니얼 데이 루이스, 매들린 스토
18세기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7년전쟁(Seven Years’ War, 1756∼1763)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모든 국가가 참전해 유럽뿐만 아니라 신대륙 아메리카와 인도까지 확대된 대규모 전쟁이었다. 당시 영국-프로이센-하노버의 연합국이 프랑스-오스트리아-작센-스웨덴-러시아의 동맹국에 맞섰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투는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라고 불렸다.
이 무렵 전통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앞다퉈 해외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고 그 강대국 전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영국·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으로 삶을 잃은 인디언 모히칸족 이야기
18세기 미 대륙에서 벌어지는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질서에 따라야 했던 인디언 모히칸족의 삶과 죽음, 사랑을 그린 영화가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이다. 모히칸족은 지금의 미국 뉴욕주 캐츠킬 산맥 북쪽 허드슨 강 상류 유역에 살았다.
영화는 모히칸족 추장에 의해 길러진 백인 청년 나다니엘(대니얼 데이 루이스)이 인디언과 함께 원치 않았던 영국 대 프랑스의 전쟁에 내몰리면서 겪는 모험과 영국군 장교의 딸 코라(매들린 스토)와 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57년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 대륙을 놓고 한창 식민지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영국 지배하에 있던 모히칸족의 마지막 추장 칭가치국과 그의 아들 언카스, 그리고 백인 양아들 나다니엘은 겨울을 나기 위한 켄터키행을 포기하고 영국 민병대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코라와 그의 여동생 앨리스는 영국군 사령관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길을 가던 도중 안내자인 인디언 마구아의 배신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나다니엘 일행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나다니엘은 코라와 앨리스를 아버지가 있는 헨리 요새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나다니엘 일행은 요새에 도착한다. 하지만 프랑스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 영국군은 곧 무너질 상태에 놓여 있었다. 영국군은 프랑스에 요새를 넘겨주고 병력만 철수하는 조건으로 항복한다.
프랑스군의 첩자인 인디언 마구아는 영국군을 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철수 도중 영국군과 나다니엘 일행은 마구아가 매복시켜 놓은 휴런족의 습격을 받아 코라의 아버지는 전사하고 마구아에게 체포된 코라 자매는 휴런족의 족장에게 끌려간다. 코라는 자신들이 끌려간 길을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둔다. 간신히 전투에서 살아남은 나다니엘 일행은 표시를 쫓아 마구아 일당을 추격, 코라 자매 구출에 나선다.
광활한 대자연·사실적인 전투 인상적
영화는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웅장한 스케일과 긴박하면서도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절벽 결투 신은 긴박감을 한층 높여준다. 여기에 모히칸족 리더인 나다니엘과 코라의 러브 스토리가 애절하다. 특히 영화 전반부부터 엔딩까지 중요한 장면에 반복되는 메인 테마곡은 영화의 격을 올려 주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저 멀리 산 아래를 내려다 보는 주인공 나다니엘, 코라와 나란히 선 모히칸 족장 칭가치국의 마지막 대사는 약하고 작은 종족(국가)의 아픔을 잘 대변한다.
“… 개척지는 해가 갈수록 인디언 숲을 밀어내며 넓어지고 있어.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겠지. 그때면 우리 종족도 모두 사라질 거야. 새로운 사람들이 오겠지. 일하고, 싸우고 … 누군가는 우리가 한때 여기 살았다는 것을 밝혀주겠지….”
1826년 원작 소설 영화화
감독은 미국 출신의 명장 마이클 만으로, 1826년에 원작 소설이 나온 이래 여러 차례 영화화된 이야기를 다시 영화로 제작했다. 그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히트’를 비롯해 담배회사의 비리를 그린 ‘인사이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전기 영화인 ‘알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계속 변하는 국제관계, 국력 키워야
영화는 식민지 시대 대영제국의 지배 아래 혼란을 겪으며 살았던 모히칸족의 최후를 그렸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다툼에 말려든 모히칸족 등 신대륙 원주민의 수난사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19세기 말 일본 등 강대국에 의해 곤욕을 치렀고, 현재도 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민족이나 나라는 강대국의 희생물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평화는 공짜로 오는 것이 아니며 말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혈맹이나 동맹만을 믿고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작금의 국제 관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안보 역량을 기르고 국력을 키우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