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메마을 하동
송두영
수몰된 마을이 제주에도 있었다
가로놓인 물 깊이 곱씹던 개발 반대
외침은 물길 아래로
이승에서 잊힌 마을
향수
물메오름 동쪽에 오솔길, 아직 있을까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먼발치로 둑길이 먼저 보여요
한라산을 마주한 저수지가 왼편을 가로질러 놓이고
수평을 그어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실린
그 곳에 오래된 바람들이 살았지
계절마다 바뀌는 바람을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5월의 산허리를 지나 돌담 언저리마다
진하게 배이던 감귤 향을 잊을 수 있나요
돌담위로 가만 손을 얹으면
언제나 그 자리
물메오름의 잔잔한 미소
고요한 아침을 물위로 그려내던 저수지 풍경들
지저귀며 속살대던 새소리
듣고 바라보며 흐른 육십 언저리에
바다는 아직 푸른 꿈 실은 채 수평에 걸리고
한라산은 말없이 또한 그 자리
그렇게 머물 줄 알았어요
수평에서 잠시 만난 노시인의 시간이나
산허리 붙잡고 뛰놀았던 기억이
잔잔히 신작로를 따라 걷고 있네요
초가와 초가사이, 돌담에서 길로 이어진
지나버린 유년이
봄비로 맞는 저녁
돌담이 젖고 있네요
내 고향 물메에요
《제주시조 제33호》 (2024. 열림문화)
카페 게시글
제주시조 시인의 방
물메마을 하동 / 향수 / 송두영
강영임
추천 0
조회 17
24.11.13 06:3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