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고창 K마트에서 물건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고 있었다.
사거리 신호등을 보면서 직진하기 위해 차를 천천히 운전하던 남편이 갑자기 어~어 하는 동시에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었다.
하얀색 승용차 한대가 우리 차 앞을 부딪치면서 왼쪽으로 가로질러 건너가는 것을 보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잠시 후 부수이 시끄럽고 나는 몸이 마구 덜덜 떨리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왜! 이런 장소에서 차 돌리기를 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내다보니까 스물이 막 넘었을 청년들이 서 있었고 남편도 거기 있었다.
냇가차가 상대방 차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왼쪽에서 문 두개가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철없는 아이들이 객지에 와서 길을 잘못알고 돌아가려고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런 상황에도 모두 무사히 서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비틀거리며 나가보니 근방에 있는 주유소에서 신고를 했다고 했다.
100% 과실인 교통사고라는 경찰의 말에 학생인 듯한 청년은 죄인이 되어 주눅이 들어 있었고 남편은 이번일로 큰 경험을 삼아 조심해서 운전하며 살아야 한다고 타이르며 경찰에게는 사건 접수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사실 그곳 파출소 소장이 집안 동생이었다.
신고 받고 조사가 다 끝난 일이니 정당처리 해야 한다는 경찰에게 고생한 것은 미안하지만 사람이 안 다쳤고 또 곧 군대에 가야하는 학생에게 그렇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끝내는 “며칠 뒤에라도 아프시면 병원에 가시고 언제라도 접수 가능합니다.”라고 하면서 경찰은 돌아갔다.
부안이 집이라는 학생아버지와 통화를 하게 되었고 차는 수리하여 주겠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아무 죄도 없이 마음 고생하실 부모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집에 돌아온 나는 놀라서 그런지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곧 풀릴 거라는 믿음이 왔다.
‘사은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물론 그쪽 아이들 모두 무사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아이들도 충격으로 나같이 아프더라도 젊으니깐 푹 자고 나면 쾌차해지기를 기도합니다.‘
과묵한 남편이 왠지 더 든든해 보이는 날이다.
첫댓글 사고는 순간이지요?... 그래도 서로 좋게 잘 처리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