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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예모 감독의 데뷔작 : 붉은 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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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사중국어사 기자단 13기 김의연입니다. 드디어 자기소개 이후 첫(!)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짝짝) 자기소개에서도 언급했듯이 ‘중국 영화’를 주제로 기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요. 그래서 이 첫 기사는 중국 영화 중 하나를 선택해 쓰려고 해요. 고심 끝에 고른 영화는 바로 중국 영화계의 거장인 감독 장예모(张艺谋)의 데뷔작 '붉은 수수밭(红高粱)'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붉은 수수밭' 포스터>
우선 <붉은 수수밭>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영화 감독과 주연배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장예모 감독과 배우 공리(巩俐)를 매우 좋아합니다. 조만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릴 테지만, '5월의 마중(归来)'이라는 영화도 이 둘의 최근 작품입니다. '붉은 수수밭'은 감독 장예모의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배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해 꽤 특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이 영화가 매우 중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는 것입니다. 중국적이다?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영화를 보다 보면 붉은 계열로 영상이 흘러가는데요, 저는 이게 중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배경 또한 중국의 중요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붉은 수수밭>은 중국의 이미지를 많이 내포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국을 좀 안다! 하시는 분들은 꼭 봐야 할 영화로 꼽히고 있고요.
영화적으로 보더라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어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영화를 저만 알고 있기 아쉬워서 여러분들에게 이번 기회에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순서대로 감독 장예모 소개를 하고 나서, 영화 줄거리를 요약 설명할 거예요. 그리고 원작인 소설을 중심으로 이야기 내용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그렇게 기사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 감독 장예모(张艺谋)에 대해
장예모(张艺谋)는 중국 서안 출생으로 중국 5세대 감독 중 한 명입니다. 대표 인물로는 장예모, 진개가, 전장장 등이 있습니다. 그들 작품은 주관성, 상징성, 우의성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5세대 감독들은 중국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중국 5세대 감독이란? : 1980년대 베이징영화학교(北京电影学院)를 졸업한 감독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의 영화 인생은 1978년 베이징영화학교 촬영과에 입학하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졸업 후 1982년에 광서 영화제작소에 들어가 촬영을 담당하던 그는 감독 진개가(첸카이거)의 '황토지' 촬영을 맡고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후 1987년, 2012년에 처음으로 작가 모옌의 '붉은 수수밭 가족'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는데요. 이 영화로 그는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합니다.
잇따라 발표한 '홍등', '국두'에서도 중국의 상징색, 강렬한 붉은 색조를 활용해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게 됩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위 영화들도 배우 공리와 함께 한 작품들인데요. 계속해서 중국 사회를 비판하고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들입니다. 이후 장예모 감독과 배우 공리는 칸, 베를린에서 계속적으로 수상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영화 <붉은 수수밭> 줄거리
'붉은 수수밭'은 붉은빛이 중국 특유의 원색적인 대륙 성향의 풍경 속에서 한 여인이 겪는 운명을 그린 영화입니다. 많은 대사와 긴 스토리가 영화를 주도하기보다는 화면의 구성, 영상의 흐름도 큰 몫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영화가 영화로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나 봐요. 그럼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mkple.com>
이 영화는 여주인공 추알(공리)의 손주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빈농에서 태어난 18세의 추알(공리 분)은 나귀 한 마리에 팔려 고개 너머에 있는 쉰이 넘은 리씨에게 시집을 가게 됩니다. 무더운 여름에 전통의복인 빨간 누비 솜옷과 귀걸이, 팔찌로 장식을 한 추알은 내내 무표정입니다. 흔들거리는 가마 틈 사이로 번들거리는 유이찬아오의 등판이 보이는데, 그녀는 이를 훔쳐봅니다. 여기서 추알은 유이찬아오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마가 수수밭을 지날 때 도적떼의 습격을 받는데, 가마꾼들이 다시 역습하여 그들을 처치합니다. 그리고출발하기 직전 유이찬아오는 가마 밖으로 나온 추알의 발을 보고 손으로 잡는데, 그녀가 발을 안으로 내빼도 이를 놓지 않고 세게 붙잡습니다.
여기서 그 둘의 미묘한 감정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통에 따라 친정으로 다시 돌아가던 날, 추알은 수수밭에서 복면의 남자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그 복면의 남자의 정체는 유이찬아오였고, 둘은 붉은 수수밭에서 뜨거운 사랑을 합니다.
<출처 : mkple.com>
추알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남편은 살해된 후였습니다. 영화에서는 손주가 내레이션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자신의 할아버지 즉, 유이찬아오의 소행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그가 추알을 얻기 위해 리서방을 죽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리서방네 일꾼들은 새색시가 액운을 가져온 것이라 믿고 양조장을 떠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당찬 추알은 그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양조장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그녀는 양조장의 일꾼 중 최고령자인 라오한에게 양조장 일을 맡깁니다.
유이찬아오는 친정에 가는 날 수수밭에서 그녀를 범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떠벌려 그녀를 괴롭힙니다. 또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주인이라며 추알을 안아 들고 안채로 들어가는 등 말썽을 피웁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유이찬아오의 오줌이 들어간 술은 어느 해보다 맛있는 고량주가 되어 십팔리 홍고량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 직후 라오한은 양조장을 떠납니다.
9년 뒤 추알과 유이찬아오 가족은 아들을 낳고 잘 지냅니다. 마을 사람들은 군행길을 만들기 위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갑니다. 어느 날 그들은 항일 게릴라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살가죽이 벗겨지는 라오한을 보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이에 분노를 표합니다. 유이찬아오와 일꾼들은 수수밭에 폭파 장치를 설치하고 고량주에 불을 붙여 일본군에게 대항합니다. 추알은 기관총에 맞아 쓰러지고, 뒤늦게 터진 폭파 장치로 수수밭은 벌건 불길에 휩싸입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장면들에서 중국 전통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마치 그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군에게 당하면서도 참지 않고 대항하는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은 추알의 죽음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어 여운이 진하게 남습니다.
::: 이야기 속 의미 - 소설을 중심으로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 '붉은 수수밭 가족'은 총 5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장편소설인데, 영화는 그중 1부 「붉은 수수밭」과 2부 「고량주」의 내용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 작품의 배경은 중국 산둥성의 까오미 둥베이샹입니다. 이곳은 작가인 모옌의 고향이기도 한데요. 1부 「붉은 수수밭」의 중심 사건은 1939년 까오미 둥베이샹에서 일어났던 민간 무장 단체의 항일 매복 유격전입니다. 그 밖에 속편에서는 매복전 이후 일본군이 복수로 마을 전체를 방화, 학살한 사건과, 그 와중에서 항일을 앞두고도 국민당 부대와 공산당 부대, 비적들의 민간 무장단체가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출처 : http://mkple.com/cfizn>
작품 속 붉게 익은 수수는 민중들의 식량이자 그들의 피와 살, 또는 생명과 영혼으로 무수히 비유되고 있습니다. 역경을 이겨내기도, 이겨내지 못하고 짓밟히기도 하는 민중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또 고량주로 변모하여 인문들의 정신적 승화 과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수밭은 상처 입거나 쫓기는 민중을 숨겨주기도 하고, 도덕과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 가장 본래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며, 역사를 이어갈 후손을 태동시키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등 소설 내용 전체를 관통하며 풍부한 상징적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