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는 중견 건설업체
P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기 아들에 대한 불만을 내게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상사에 얽힌
사연이다.
그중 유독 내 흥미를 끌었던 게
아들네 집에 부모 사진이 걸려 있지
않다는 서운함이었다.
뭐 대단치 않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노여워하느냐고 반문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잔주름이
펴지지 않았다.
“우리 부부 방 침대 머리에는
아들 내외와 손자들 사진을
넣어둔 액자 몇 개가 죽 놓여 있어요.
그런데
아들네 집에 가보면 이 방 저 방
어디에도 우리 부부 사진이
안 보입니다.
부모가 사라져 버렸어요.
어느 날 아들 내외와 식사를 하다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사진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 답변이 뭔 줄 아세요.
"아니,
아버님 말씀대로 한다면
우리 집 안방에 전부 노인 사진만
놓이게요.
친부모에 장인, 장모 사진까지….
양가 균형을 맞추자면
사진도 그렇게 놓을 수밖에 없는데
모양이 좀 그렇지 않은가요.
이러더라고요.”
그는 아들의 변명이 가슴에
납덩어리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나는 어느 병원 장례식장에서
P 회장의 영정사진과 마주하게
되었다.
조문을 받는 아들에게 심근경색으로
떠난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을
물었다.
“아무 말씀도 못 나눴습니다.
평소 워낙 과묵하셔서요.”
나는 아들의 서재 한 귀퉁이에라도
아버지 사진을 놓은 후
영혼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 하고 조언했다.
따뜻한 정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짠한 인생을
기억했으면 하는
뜻이었다.
..............................
중앙일보.
2022.10.28(금요일).
[최철주의 독거노남]:
"집에 부모 사진 한 장도 없냐!"
...아들과 척치고 떠난 어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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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부모 사진 한 장도 없냐!"
손충식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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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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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자식이 상팔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