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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관리도 섬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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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에 섬이 많구나. 다리로 연결된 장자도까지만 생각했는데, 장자도에서 배를 타고 가는 섬들이 몇 개 더 있나 보다.
혹시 해안 돌길을 걷게 될지도 몰라 중등산화를 신고 갔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섬산 바닥이 거의 돌길이었고 미끄러웠다. 나중에 동쪽편 포장도로를 따라 걸을 때는 신발이 많이 무거웠지만.
- 장자도항에서 배를 기다리며 바라본 관리도. 섬 모양이 이렇게 꼬챙이 같아서 또 곶이 많아서, 꼬챙이와 곶 두 개 다 뜻하는 관(串)을 쓰나 보다.
-- 비교적 큰 섬에 선착장 옆에 있는 마을 하나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계단을 올라 #섬산행 시작. 바로 하늘이 열리면서 전망이 좋다.
마을지도에는 기꽂은산(깃대봉)과 질망봉, 투구봉 3개의 봉우리가 안내되어 있는데, 앞에 보이는 높은 산이 깃대봉이고 그 뒤가 투구봉이다. 질망봉은 옆으로 비켜 있고 위로 지나갔는지 옆으로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작은 마을 하나 있는 섬 치고는 등산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적어도 꽂지1길 이 구간만이라도.
벌써부터 해안 절벽과 오르내리는 산의 기세가 등등하다. 험한 길을 다듬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그런데 섬에서 이런 길은 누가 하는 걸까?
관리도는 가볍지 않은 등산 코스와 해안 절경으로 그 자체로 들러볼 만한 섬이었지만, 이 섬에서 보는 고군산군도가 일품이었다. 고군산군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는 섬 어디서 보든 워낙 빼어난 풍경이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것도 정말 멋졌다.
이 섬이 주로 산성 화산암으로 되어 있다는데 이걸 말하는가? 이름은 가르쳐주는 이 없어 모르겠고, 뾰족뾰족 정말 못된 돌이다. 딛기는 불편하지만 풍경으로는 훌륭해.
섬은 전형적인 서고동저 지형으로 서쪽 해안은 계속 낭떠러지.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오른쪽부터 횡경도, 소횡경도, 방축도, 명도, 말도 순으로 열지어 있다.
깃대봉 정상 136m. 투구봉으로 가려면 또 한참 미끄러운 돌길을 내려가야 한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일부러 갓쪽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전하다.
돌아보니 깃대봉에서 꽤 가파른 돌길을 내려왔다.
앞쪽, 남쪽 곶 해안이 절경이다.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일단은 해안 절벽을 벗어나 투구봉부터 올라야 한다.
투구봉 정상은 올랐던 걸까? 남쪽 곶 끝까지 갔다가 아니면 중간에서 돌아오는 일행들을 만났더니 하늘을 향해 열렸다는 천공굴인가 하는 건 못 봤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험한 길을 다녀올 이유가... 여기서 주저앉았다.
서쪽으로 바다 건너 장자도 대장봉을 비롯한 고군산군도 그리고 발 아래는 박버금물해수욕장. 점심 먹으면서 왜 마을 사람에게 뜻을 물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남쪽의 긴 곶을 가지 못하는 대신 실없이 당겨보며 잠시 쉬었다. 조사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더니 저 절벽을 어떻게 내려갔을까? 아니면 낚싯배가 내려줬을까?
마을을 향해 다시 돌아서 나오는 길 이제야 오늘 날이 맑다는 걸 깨닫는다. 오는 동안에 남쪽 곶 끝까지 갈 욕심에 봐도 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을 벌었으니 가는 길에 발 아래 징장불해수욕장이나 들러볼 수 있겠다.
등산로를 내려오는 갈림길에서 앞에 내려다보이는 버금물해수욕장으로 내려왔다.
나중에 되짚어 올 포장도로를 따라 남쪽 끝으로 가 버금물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장자도 대장봉이 한 걸음 거리로 보인다. GPS 궤적이 바다에 그려진 것 보면 이 해변의 대부분이 썰물에 잠기나 보다.
깊은 틈 같은 해식동굴도 있고 흡사 주상절리처럼 보이는 협곡?도 있었고, 그리고 머리 위로 낮게 날아오는 (쇠)제비갈매기들이 있었다. 비행은 더 없이 빠르고 우아하면서 소리는 요란했다.
바쁠 일도 없어서 해변 남쪽 끝 바위 절벽까지 가서 여러 모양의 해식동굴도 확인했다. 이 섬에는 다른 섬에는 하나 있기도 힘든 이런 굴이 정말 많은 것 같았다.
그러고는 해변을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흰 구름떼에 홀린 듯이 해변의 북쪽 끝으로 나아갔다. 아직 바쁠 게 없으니까.,,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은 시루봉섬이란다.
해식동굴이 생기기 좋은 지질인가 보다. 흡사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선명한 빛깔의 파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을 통과하듯 두 암벽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이거 좀 지나친데... 하면서도 이미 멈추지를 못한다.
마치 이 절벽 아래 또는 다음 모퉁이만 돌아서면 거기 보물이라도 묻혀 있는 양 험한 바위 위를 내지른다. 이왕 온 거 해안으로 돌아 마을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절대 아니었다!) 아니면 저기 보이는 저 작은 해수욕장, 아마 징장볼해수욕장에서 윗쪽 포장도로로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유심히 봤지만 길은 없었다.)
한껏 걸음이 빨라지다가 순간 멈췄다. 하아- 이-런 물이 들어오고 있나 보다...
처음에는 조금 젖더라도 여기를 건너갈 생각으로 거의 내려서다가, 아무리 봐도 깊이가 가늠이 안 되어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멈추니 정신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포장도로로 돌아와 마을로 걸어 오면서 보니 해안과 포장도로 사이에는 엄청 빽빽한 밀림이 자리잡고 있어 수풀을 헤치더라도 올라올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돌아섰던 해안 절벽을 내려다보니 설령 첫 번째 난관을 통과했더라도 줄줄이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을 것이고 그 바위 골을 넘고 넘고 넘었어야 했겠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가려 했더라면 그땐 이미 늦었을 것이다. 아찔했다.
포장도로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내려다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을, 왜 그리 두 발로 확인하려 하는지... 삼가도록 하자.
관리도는 안내판도 잘 세워져 있고 풍광도 멋지고, 육지의 끝인 장자도에서 배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라 방문하기에 아주 좋은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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