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절경 5경 : 호암미술관
풍경이 된 미술관, 호암미술관의 가을 유혹
전시관 안팎에 예술이 함께 숨쉬는 곳
호암미술관은 전시관 안에만 예술이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건물의 안과 밖은 다른 풍경을 전시하고 있을 뿐이다.
전시관에 걸린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더스트'도 물론 놀랍다.
회화의 조각, 공간설치를 결합해 미술관을 아예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려는 실험이
관성적인 관객에게 충격과 멀미를 안겨준다.
그러나 그 무렵, 건물 밖에서 일대 향연을 벌이는 자연 갤러리 또한 한 시절을 풍미하는 대작이 아닐 수 없다.
이 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선생이 30여 년간 수집한 우리 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에 개관한 사립미술관이다.
1997년 전통정원 희원이 조성되면서 미술관과 우아한 짝을 이루게 됐다.
풍경을 막지도 가주지도 않고, 빌렸는 우리 전통정원의 차경을 활용한 이 공간의 멋은 그야말로
풍경들이 서로 내통하는 듯 어울려 아름답다.
호암미술관의 이런 매력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뮤지엄의 정체성(Museum Identity)을 숙고하여,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계단을 상징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런 세심한 전략이 가을이라는 시간적인 '전시환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서로 내통하며 어울림과 대화를 추구하는가.
가을이라는 대작을 설치해놓은 듯
우리가 이 미술관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자 느끼게 되는 탄성과 쾌감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노랗고 붉은 나뭇잎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혹은 키 큰 수종과 작은 것들이 마치 흐름을 타듯 어우러져 있는지
이런 것들이 마치 2024년 가을이라는 대작을 설치해놓은 듯 빨려들게 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듯 하다.
지난 벚꽃 시즌 때 이곳에 들렀기에 가실밪꽃길이 어떻게 변했을까하는궁금증이 있었다.
마치 새로운 공연을 준비한극단처럼, 컬러풀한 옷을 갈아입은 무용수들이 속살을 내보이기도 하며 예잔하게 하늘거린다.
가을 희원은 전혀 다른 애틋하고 서눙한 듯한 진한 빛들로 가득찼다.
희원의 시작점인 보화문,, 예쁘고 음전한 한국전통 문양이다.
가을의 색을 머금으니 전통의 멋과 맛이 더 살아나지 않는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동그란 형태의 읍청문도 마찬가지였다.
상서롭고 운 좋은 일을 상징하는 길상무늬와 꽃 무늬가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읍청문 너머로 보이는 단풍들도 대열에 끼고 싶은 듯 손을 흔들었다.
계절마다 다른 유혹을 할 줄 아는 협연 솜씨
희원의 중앙에 위치한 넓은 마당인 주정, 이곳은 가을 그 자신의 공연장인 듯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마당 중간에 위치해 있는 연못, 그 옆으로 줄지어 뿌리내린 알록달록한 단풍나무들,
단풍나무 사이로 뺴꼼 모습을 보이는 정자가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 모습을 한눈에 담고 싶어 올라가본 그 정자의 이름은 호암정이었다.
활짝 열려있는 창문이 액자인양 그 안으로 보여지는 붉게 물든 단풍이 한 폭 그림이 따로없었다.
전통 창호 문양과 가을의 합작품이었다.
매화에 취해 다시 칮은 이곳이 이번에는 가을의 정취로 나를 취하게 만든다.
매번 올 때마다 다른 모양새로 나를 유혹하는 이곳, 과연 다음번엔 어떤 매력으로 나를 반겨줄지 기대가 된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어져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할 필요 없다.
희원 속 어느 길로 들어서든 계절의 작품과 미술관 자체의 작품이 가장 어울리는 협연을 벌일테니까. 용인소식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