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단풍이 설악산에서부터 남하하기 시작됐다는 소식과 함께 아침 기온이 10°C 이하가 되기 시작하면 농촌에서는 벼베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은 벼농사 만큼은 다른 농사에 비해 거의 기계화되어 노동의 강도가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제가 어렸을 때엔 낫으로 벼를 베고 지게로 져날라(옮기어) 홀태라는 기계로 훑거나 발로 밟는 탈곡기로 작업했었는데 지금은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으로 별로 기억하고 싶지않는 추억의 기구들입니다. 요즈음 벼 수확은 콤바인이라는 기계를 사용하여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다른 농기계보다 이슬 젖은 벼는 벨 수 없으므로 9시 30분쯤이 되어서야 콤바인의 벼베기 작업은 시작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이상스럽게도 저는 땅을 일구는 트랙터소리나 모내기를 하는 이양기소리보다 벼를 베는 콤바인소리가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 쪽 끝에서 시작하여 다른 쪽 끝에서 작업을 마치는 다른 농기계에 비해 보통 콤바인은 한 쪽 끝에서 시작하여 가운데 부분에서 작업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콤바인이 지나간 황금들판은 금새 자취를 감추고 논에는 볏짚이 쌓여집니다. 주인이 원하는 대로 볏짚은 밑거름으로 사용키위해 잘게 잘라져 논에 뿌려지거나 가축의 먹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지기위해 가지런히 놓여지기도 합니다. 알곡은 포대에 담겨져 옮겨졌지만 지금은 콤바인 자체에 담았다가 간단히 한번에 옮겨집니다. 바로 산물벼 ㅡ 수분을 제거하지않은(말리지 않은) 벼로 가격이 조금 낮음 ㅡ 상태로 수매장소로 옮기어지는 경우가 많고 말렸다가 정미소에서 도정(방아찧기)하여 식량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쌀값이 비싸다고 원성이 높습니다. 저야 전문 농사꾼도 아니고 지은 농산물을 돈으로 바꾼적도 없고 또한 앞으로도 그렇게 할 일은 없을 테니까(중립적이니까) 제대로 말할 수 있는데, 지금 쌀값은 10년전 가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고 이제 겨우 그 가격인데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라면값과 빵값 그리고 술값이나 커피값에 비교해 보시면 그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쌀 미(米)를 풀어보면 八十八인데 그것은 쌀 한 톨을 만드는데 88번의 손이 간다는 의미로 만든 글자라는 것이죠. 그만큼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콤바인이 더 바쁘게 움직일 때마다 빈 들녁은 더 늘어갑니다. 벼베기가 끝나갈 즈음엔 서리도 오겠지요. 그리고 더 지나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찾아와 잘려진 벼포기와 볏짚만 남은 쓸쓸한 들판을 가로질러 갈 때엔 한해가 가고 나이가 늘어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해질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 지난 주에는 마라톤과 과음과 산악달리기에 더해 시골에서 너무 열심히(?) 일한 까닭으로 피로가 겹쳐 오늘 인사가 늦어졌습니다. 영원히 오지않을 이번주에도 카페회원님들 모두 내내 건강하고 절정을 이루는 단풍의 경치도 만끽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네
너무 좋은 가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