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국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할 자신이 있다.”
흔들리고 있는 한국축구의 새 선장으로 부임할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54)이 17일 마침내 한국땅을 밟았다.
히딩크 감독은 오전 11시30분 네덜란드 항공 865편으로
김포국제공항 1청사로 입국,짧은 스탠딩 인터뷰를 통해 한국축구의 체질개선을 확신했다. 데빌데 회계사와 영국 스포츠마케팅사 KAM의 마이클 다시 사장 등 두 명이 동행했으며
코치와 매니저는 오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20일 한-일전(오후 7시·도쿄 국립경기장)을 보기 위해
19일 오전 11시20분 대한항공 001편으로 일본 도쿄로 출국하기 전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된다.
18일 오전 10시 축구협회 회의실에서 조인식을 갖는 히딩크는 곧바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연봉 등 계약에 관한 사항은 그로스 제니 변호사가 비밀에 붙여줄 것을
요구,일절 공개하지 않을 예정.
히딩크의 연봉은 100만달러(약 11억원) 수준이며 집과 차(그랜저 XG)는
물론 월드컵 16강이나 8강에 진출하게 되면 상당한 액수의 성과급이 지급될 전망이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 낮 12시에는 롯데호텔에서 축구협회 정몽준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히딩크는 20일 한-일전을 본 후 21일 오전 11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다.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가족과 함께 보낼 히딩크는 내년 1월4·5일쯤 귀국,홍콩
칼스버그컵(1월24∼27일)을 데뷔전으로 본격적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다.
―한국에 첫발을 디딘 소감은.
▲비행기 안에서 책자를 통해 한국이 월드컵을 준비하느라 많은 경기장과
새건물을 신축 중인 것을 알게 됐다. 첫인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축구에 대해 아는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선수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강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이 공부하고 연구할 것이다.
―한국축구는 최근 위기에 몰려 있는데.
▲한 단계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 한국축구를 도울 수 있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 98년 월드컵의 경험을 살려 2002년 월드컵을 잘 치르겠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르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는데.
▲그것은 3년 전까지의 이야기다. 이젠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경기를 잘 분석하고 선수들의 기술적인 면을 향상시킨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98년 월드컵까지는 콧수염이 있었는데.
▲98년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도요타컵에 출전했을 때 우승을 차지하면 콧수염을 깎겠다고 선수들에게 공언했는데 덜컥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어 결국 수염을 자르고 말았다.
/김포공항=최현길 최성욱 전용준
2.히딩크를 비꼬는 찌라시
히딩크 감독은 취임 초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드롬까지 일으켰지만체코전 대패 이후에는 비난 여론도 고개를 들어 이제는 지지와 질책을 함께 받는 처지가 됐다. 그가 그 동안 해왔던 말을 통해 ‘히딩크 축구’를 되짚어 본다.
-베스트 11은 1월 칼스버그컵과 2월 두바이 4개국 경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다.(2001년1월 10일 입국 인터뷰)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에있는 동안 한국에 관해 많이 연구했다며 두바이대회가 끝날 즈음이면 베스트11은 물론 작전과 전술 등도 밝힐 수 있다고말했다. 하지만 히딩크감독은 아직까지 확정을 못 짓고 계속 ‘실험 중’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고종수는 훌륭한 선수다. 그 같은 선수가앞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2월 두바이 대회 개막 인터뷰)
히딩크 감독은1월 칼스버그컵에서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소화해낸 고종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5월 컨페드컵을 치르면서 고종수의 수비 가담 부족에 불만을 갖고 8월 유럽 전지 훈련에서는 그를 제외시켰다.
-(이천수는)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3월 대통령배 고려대 경기 관전 후)
새로운 선수들을 한참 발굴하던 3월 히딩크 감독은 코치들이 추천한 이천수를 보기 위해 효창운동장을 찾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부진한 모습을보인 이천수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8월 체코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맹활약을 펼쳐 히딩크 감독을 ‘위기’에서 건져내는 구세주 노릇을 했다.
-언론에서 뭐라고 해?(8월 체코전대패 이후 측근들에게)
히딩크 감독은 평소“나는 언론에서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 내 축구 철학과 전술적인 완성도가 방해 받을 수 있다”며 언론의 비난에 늘 개의치않았다. 실제로 코치나 측근들이 문제점을 제기한 기사를 전해주면 듣는둥 마는 둥 했다고 한다. 하지만 8월 체코전 대패 이후에는 태도가 바뀌어주위에 자주 언론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들이 해외파들이 없다고 2차전을 비관적으로 봤지만 그렇다고 어떻게되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도 아주 잘한다.(16일 나이지리아 2차전 승리 후)
히딩크 감독은 13일 나이지리아와의 1차 평가전을 어렵게 동점으로 마친후 본인도 해외파가 빠지는 2차전 전망을 힘들 것으로 봤다. 또 1차전에서실수를 한 ‘국내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이 “어리석은 실수(stupiderror)를 저질렀다”고 힐난했었다.
최영균 기자 ck1@dailysports.co.kr
지금와서보니 감회가 새로워서 그냥 올려봤습니다. 가볍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