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을 떠나 강원도 덕풍계곡으로 들어온지 16년이 되는 2003년입니다.
8000평이나 되는 밭들이 잡초가 무성한 묵밭이 된곳이 많습니다.산 뒷쪽에 더덕과 도라지를 심은 1500평의 밭에는 사람들이 모두 캐갔고 ,두릅나무가 무성한 곳도 내가 두룹을 따기도 전에 모두 따 갑니다.
그 해 봄에 나는 아랫밭 300평의 묵밭에 초피나무씨앗을 심으려고 바싹 마른 풀들을 태우려고, 바로 산으로 연결되는 곳에는 조로로 물을 듬뿍 뿌려 두었습니다. 그리고 마른 풀에 불을 붙였습니다.그러자 불이 서서히 타 들어갑니다.나는 논두렁이나 밭주변의 마른 풀들을 태울때면 바짝 긴장을 하는데, 그것은 갑작이 주위의 공기가 뜨거워지면 공기가 소용돌이 치기 때문인데, 비록 소규모의 불이지만 찬공기와 더운공기의 마찰의 속도가 불어나기라도 하면 더욱 거세게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맙니다.
이때 갑작이 어디에선가 한줄기 바람이 불을 향하여 휙 지나가는 것을 느꼈는데 ,그러자 불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내리깔면서 퍼지며 마치 불의 바다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불이 엄청 빠른 속도로 저쪽의 밭 끝으로 향하여 줄달음치는게 아닌가? 그곳은 밭이 좁아지고 곧바로 산으로 연결되는 길목인것입니다.나는 그곳에 조로로 물을 뿌리지 않았는데 그곳은 밭이 좁기 때문에 내가 얼마든지 불을 잡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불이 거세게 그족을 향하여 돌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너무 놀래 조로를 들고 그곳으로 미친듯이 뛰어 갔습니다.
그리고 길목에 버티고 서서 부르짖었습니다.
"오 주님 저를 도와 주소서 !"
"나를 태우고 넘어가거라!"
라고 나는 소리 질렀습니다.나는 절대로 비키지 않을 것입니다.
불이 화가 난듯 일어서서 덮쳐 오는데 나는 눈을 감고 조로를 마구 휘둘렀습니다.
나의 머리칼과 수염이 타느라고
"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와 수염이 타는 냄새가 납니다.
그러자 불길이 줄어 들었고 나는 몸을 날리다시피하여 잔불을 끄느라고 몸까지 굴렸습니다.
드디어 불이 다 꺼진 것입니다.
나는 그만 허탈하여 땅에 주저 앉아 숨을 헐떡이며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계속 지껄였습니다.
만약 불길이 이곳을 지나갔다면 그 불은 바로 험한 산으로 옮겨 붙어 불을 끈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 불은 그대로 태백산으로 이어져 경북의 소백산까지 잿더미로 초토화 시킬 것입니다.
나는 그 후 조그만 밭두렁에라도 다시는 불을 놓지 않았습니다.
작년의 루사 태풍으로 밭에는 자갈들이 가득한데 내 혼자의 힘으로 그 많은 돌들을 걷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나는 그곳에 그냥 초피나무의 씨앗을 뿌릴 생각이었는데 막상 불로 태우고 보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나는 초피나무를 길러 시장에 내다 팔고 싶었습니다.
정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초피나무 한그루쯤 심어 놓으면 모기도 달려들지 않고, 주위에 향기가 나며 요리할 때 요긴하게 그 이파리와 열매가 쓰여지기 때문입니다.
우리집 근처와 산비탈이나 주위에는 초피나무가 많은데,초여름이 되자 내가 아끼는 초피나무의 열매인 초피(제피,혹은 젠피라고부름) 도 어느새 누가 따 갔는지 거의 없습니다.
초피나무 열매는 녹두알 만한 파란 씨가 뭉쳐서 열리며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는데 일본에서는 초피나무 열매로, 화장품 원료,제과용,향신료, 의학용으로 귀하게 쓰이지만, 왜 한국에서는 제피에 대한 연구가 없는지 이상 합니다.각종위암과 위의 질병과 장의 질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약초입니다.
나는 이 초피나무를 농장 여기저기에 심어 그 향기를 맡고 생선요리나 돼지고기 요리에는 빠지지 않으며 김장을 할 때에도 넣기도 합니다. 나는 산책을 할 때 이 열매를 한 알 따서 입에 넣고 우물 거리면, 그 혀를 얼얼하게 하는 자극이 재미나고 입안의 냄새도 제거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씨 한 알로 그렇게 입안을 얼얼하게 한 후, 과일을 먹으면 그 새로운 맛에 깜짝 놀랍니다.
이와 비슷한 산초나무가 있고 열매도 비슷한데 보신탕에 넣어 먹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지만, 초피나무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이젠 그동안 심은 과일나무들이 무성하여 많은 과일을 먹게 되는데, 산돼지들이 옥수수를 절단낸 후로 거의 매일 찾아와서 사과와 복숭아를 모두 따 먹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나는 과일나무를 옆으로 퍼지게 가꾸기 때문에 산돼지들이 따먹기 쉽고 가지를 부러뜨리기 일쑤 입니다.
지금 산에는 사람들이사방에서 찾아와 돌아다니며 산나물을 채취하고 두릅을 따고 엄나무싹을 따느라고 톱으로 자르며, 남의 밭에 있는 것들을 마구 캐 가기에, 나는 이 지저분한 꼴을 보기싫어 어서 이곳을 처분하고 싶은 생각이나서 집을 내 놨으나 좀체 집과 땅이 팔리지 않습니다.
과일나무가 다 부러지고 열매가 사라지는 것을 보는 나의 기분은 말이 아닙니다.
그 많은 더덕밭도 자갈에 파 묻혀 캘 수도 없습니다.
나는 다리도 유난히 아픈데 이제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몸과 마음마저 점점 피폐해져 가는 느낌입니다.아내와 사이에도 이제는 자주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며, 그동안 한번도 없었던 미움의 씨앗들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내가 별로 달가와 하지 않는 눈치를 보입니다.아내의 생각에는 우리의 앞날이 그리 희망적이 아니란 생각에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항상 상냥하고 미소를 짓던 아내의 표정이 점점 굳어만 갑니다.
나는 외국 사이트에 무성하게 올려진 나주의 여러가지 징표들을 보고, 이제는 한국 나주의 "마리아의 구원방주" 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나주에서 일어나는 징표들이 진실일까?" 라는 의문 보다도 (나는 가톨릭 에서 일어나는 기적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기에 그 범위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이며 , 왜 성모님이 눈물을 흘리시는가에 더 역점을 두고 나주를 살펴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그곳에 올려진 모든 자료들을 검토하고 읽는 동안, 다른 사이트는 일단 접어 두었습니다.나는 내 셩격이 무엇인가 한번 의문이 들고 파고 들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습성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계속)
첫댓글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아울러 이곳 천주교 방에도 찾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형광등등님, 자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군요. 몸을 던져서 불을끄고 자연을 보호하시는...
힘들여 이룬 농작물을 마구 캐 가는 염치없는 인간들과 멧돼지 떼~ 너무 힘들었겠습니다.
제피는 추어탕이나, 여름철 열무김치 버무릴 때 함께 넣으면, 일품입니다.
사람들은 제피와 산초를 잘 구별 못해요. 비슷하기에....그러나 산초는 여름에 꽃을 피우고 초피는봄에 꽃을 피웁니다.
산초와 초피가 똑같이 생겼지요.
그런데 산초는 가시가 어긋나게 있고 초피는 가시가 마주 보고 있답니다.
저는 그렇게 구별한답니다.
나중에 씨가 익으면 산초를 아직도 껍질이 파랗고, 초피는 빨갛게 변합니다.
도시 생활 하는 저는 가끔 어려서 살던 고향집이 생각 날때 있습니다,
여건만 되면 오두막 집이라도 전원속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 늘 있지요 ,
모든 것이 넉넉하다면 더 없이 좋은 곳이지요.
마른 풀을 태우시다가 정말 아주 큰 산불이 날뻔했습니다. 산불로 천년고찰이 한줌의 재로변한 낙산사를 가보아서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하늘의 도움으로 불을 끄셨군요. 기적입니다.
이상하게도 그런 위험한 일이 닥치면 나도 모르게 꼭 기도를 하게 되고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경상도에서는 제피.계피라고도 하는데 저는 워낙 좋아해서
추어탕은 물론 김치.된장국.거의 모든 음식에 계피를 넣습니다
생각만 해도 입안이 얼얼 합니다.
특히 추어탕에는 방아잎이 금상첨화입니다
잘 아시네요. 하하하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 많은 땅을 아픈 다리를 끌고 무슨 정신에 그리 아름답게 꾸며 놓았는지...그건 아마도 형광등등님이 믿는 종교의 힘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젊은 아내분도 이제 힘에 부칠때도 되었네요. ^*^
산돼지들이 그동안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사과 복숭아 자두 나무들을 못쓰게 만들면 허탈해 집니다.
요새 농촌에서는 늘어난 야생동물들이 힘들게 지어놓은 농작물을 형제님 경우같이 망가뜨려서 큰일이라고 하더군요.
초피(젠피)...
남원사람들은 젠피를 좋아해서 추어탕에 꼭 넣어 먹는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향이 강해서 잘 먹지 못했는데 먹을수록 중독성이 강하더군요.
형광등님의 글은 꼭 열어보는데 댓글을 잘 달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희아님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것이 산초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제피였군요~~!
그나저나 사람이나 짐승들이 도움은 못 주고 거저 먹으려고 달려드니 정나미가 떨어질만 합니다~~!
달빛사냥꾼님, 산초도 많이 넣어 먹어요. 하하하 산초는 순하고, 제피는 독합니다.
ㅎㅎ
그렇군요~!
짐승들이 먹는건 넘길수 있겠지만,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사전 양해도 없이 마구잡이로 채취해가면 마음이 심란하실듯 함니다.
저는 친구가 임야를 임대해서 약초재배를 하면서 필요하면 따가라고 하지만,남이 정성들인것엔 손을 못대겠더군요.
덕분에 제초가 게피란걸 알았슴니다.ㅎㅎ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지요.